[APEC 이후 경주가 달라진다 3] 국립경주박물관

경주가 다시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기간 중 세계인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 중의 하나다. APEC 정상회의 만찬에 대비해 새로 건립한 천년미소관과 특별전시관에서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세계적인 시선이 쏠렸다.

■ 천년의 미소관, 외교와 문화의 교차점
국립경주박물관은 이제 외교의 무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신라문화의 성지이자 이번 APEC의 상징 공간이었던 그곳이 '국가유산의 현장, 국민의 기억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경주박물관은 6일부터 12월28일까지 정상회담장으로 활용되었던 특별전시관을 일반에 개방한다. 회담 당시 사용된 테이블, 의전용품, 좌석 배치 등이 그대로 복원되어 국민이 직접 세계 외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윤상덕 관장은 "천년의 도시에서 열린 외교의 순간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신라의 문화가 오늘날에도 세계를 잇는 언어임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포토존에서 정상들의 회담장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경북도는 한미·한중 회담을 유치하며 이곳을 문화외교의 상징 건축물로 완성했다. 회담장 공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문화가 외교를 완성하는 도시 경주'의 상징 행위로 읽힌다. 신라의 황금빛 유산이 현대의 외교 무대로 이어진 셈이다.

■ 문화인프라의 진화, 박물관이 도시를 이끌다
APEC을 계기로 천년미소관이 리모델링되고, 월지관이 첨단 미디어 전시공간으로 재개관했다. 관람객은 360도 프로젝션을 통해 신라 왕경의 풍경을 몰입형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전시시설의 개선을 넘어, 경주 전역이 하나의 '문화 실감도시'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특히 월지관은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3만여 점의 문화유적으로만 번갈아 전시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전시관으로도 주목받는다.

■ 경북도와 경주시, 포스트 APEC의 문화 비전
경북도는 '세계경주포럼'과 'APEC 문화전당' 건립을 통해 경주를 문화외교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화백컨벤션센터, 솔거미술관, 경주박물관, 대릉원 등 주요 문화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365일 문화도시 경주'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경주박물관은 이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고대와 현대, 유산과 기술을 잇는 허브로 자리잡아 경주의 특별한 문화아이콘으로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 금관의 빛에서 미래의 문으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이번 공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신라 왕의 금관이 품은 예술정신, 천년미소관이 담은 외교의 순간, 그리고 시민이 함께한 환대의 시간들이 한곳에서 만난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질 때, 경주는 다시 천년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연다.
외교의 무대가 시민의 일상으로 내려오고, 유산의 공간이 미래의 콘텐츠로 확장되는 도시. 그것이 바로 APEC 이후 '문화로 살아 숨 쉬는 경주박물관의 새로운 시대'로 경주의 아름다운 미래 천년을 약속하는 보증수표가 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