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이후 경주가 달라진다 3] 국립경주박물관

강시일 기자 2025. 11. 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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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역사관과 신라미술관, 월지관과 옥외전시장 등의 문화인프라에 APEC 당시 정상회의장과 금관 특별전을 열어 방문객 줄이어, 경주의 새로운 문화아이콘으로 발돋움
APEC 정상회의에 대비해 새로 설립한 천년미소관. 새로운 복합문화센터로 기능하게 된다. 강시일 기자

경주가 다시 세계를 향해 문을 열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기간 중 세계인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집중된 곳 중의 하나다. APEC 정상회의 만찬에 대비해 새로 건립한 천년미소관과 특별전시관에서 한미정상회담, 한중정상회담이 잇달아 열리면서 세계적인 시선이 쏠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기존의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월지관 등의 신라천년의 역사와 문화예술을 조명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인프라였다. 여기에 국보 성덕대왕신종과 고선사지 삼층석탑 등의 문화유적들이 산재한 옥외전시장도 걸출한 역사문화의 산교육장이다. 또 어린이박물관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특강과 체험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APEC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APEC 기간에 한미, 한중정상회담이 열린 현장으로 공개하고 잇는 특별전시관에 입장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방문객들. 강시일 기자

■ 천년의 미소관, 외교와 문화의 교차점

국립경주박물관은 이제 외교의 무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신라문화의 성지이자 이번 APEC의 상징 공간이었던 그곳이 '국가유산의 현장, 국민의 기억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경주박물관은 6일부터 12월28일까지 정상회담장으로 활용되었던 특별전시관을 일반에 개방한다. 회담 당시 사용된 테이블, 의전용품, 좌석 배치 등이 그대로 복원되어 국민이 직접 세계 외교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윤상덕 관장은 "천년의 도시에서 열린 외교의 순간을 시민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신라의 문화가 오늘날에도 세계를 잇는 언어임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말했다. 관람객들은 포토존에서 정상들의 회담장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길 수 있다.

정상회담의 환영행사가 진행되었던 천년미소관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한옥의 지붕선과 석계단이 조화를 이룬 천년미소관은 전통미와 현대적 품격을 동시에 담아냈다.
국립경주박문관 특별전시관에 공개되고 있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장. 강시일 기자

경북도는 한미·한중 회담을 유치하며 이곳을 문화외교의 상징 건축물로 완성했다. 회담장 공개는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문화가 외교를 완성하는 도시 경주'의 상징 행위로 읽힌다. 신라의 황금빛 유산이 현대의 외교 무대로 이어진 셈이다.

이번 공개와 함께 진행 중인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은 그 상징을 더욱 빛낸다. 6점의 신라 금관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는 신라 왕실의 예술과 정치,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APEC 기간 중 개막해 세계 정상들이 찬사를 보낸 이 전시는 12월14일까지 이어지며, '금관의 도시 경주'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고 있다.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입장객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대기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APEC 정상회의에 맞춰 개관 전시하고 있는 경주에서 출토된 금관과 금허리띠. 강시일 기자

■ 문화인프라의 진화, 박물관이 도시를 이끌다

APEC을 계기로 천년미소관이 리모델링되고, 월지관이 첨단 미디어 전시공간으로 재개관했다. 관람객은 360도 프로젝션을 통해 신라 왕경의 풍경을 몰입형 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전시시설의 개선을 넘어, 경주 전역이 하나의 '문화 실감도시'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특히 월지관은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3만여 점의 문화유적으로만 번갈아 전시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전시관으로도 주목받는다.

박물관은 또한 지역 예술·교육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어린이 고고학 체험교실, 야외음악회, 시민 큐레이터제 도입 등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윤 관장은 "박물관이 지역의 문화 엔진이 되어야 한다"며 "시민과 함께 신라의 이야기를 오늘의 콘텐츠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APEC 기간을 앞두고 새로 개관, 디지털 신기술과 접목해 선보이고 있는 월지관의 목선과 유물. 강시일 기자

■ 경북도와 경주시, 포스트 APEC의 문화 비전

경북도는 '세계경주포럼'과 'APEC 문화전당' 건립을 통해 경주를 문화외교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주시는 화백컨벤션센터, 솔거미술관, 경주박물관, 대릉원 등 주요 문화 인프라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365일 문화도시 경주'를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경주박물관은 이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고대와 현대, 유산과 기술을 잇는 허브로 자리잡아 경주의 특별한 문화아이콘으로 방문객들을 유혹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천년고도 경주를 천년의 문화유산에 첨단 기술과 국제외교의 경험을 더해 세계가 다시 찾는 문화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주낙영 경주시장은 "APEC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경주박물관은 그 출발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금관특별전을 열어 구름처럼 몰려들고 있는 관람객들. 전인섭 문화해설사 제공

■ 금관의 빛에서 미래의 문으로

국립경주박물관의 이번 공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신라 왕의 금관이 품은 예술정신, 천년미소관이 담은 외교의 순간, 그리고 시민이 함께한 환대의 시간들이 한곳에서 만난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질 때, 경주는 다시 천년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는 문을 연다.

외교의 무대가 시민의 일상으로 내려오고, 유산의 공간이 미래의 콘텐츠로 확장되는 도시. 그것이 바로 APEC 이후 '문화로 살아 숨 쉬는 경주박물관의 새로운 시대'로 경주의 아름다운 미래 천년을 약속하는 보증수표가 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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