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리책 '승리'…194억 뜯은 캄보디아 사기조직 54명 잡았다

민수정 기자 2025. 11. 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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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절반 중장년
불상 조직원이 캄보디아에서 신고 방지 등을 위해 범행 관련 메신저 내용과 조직원 얼굴을 촬영한 영상./사진제공=서울경찰청.


해외 금융회사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194억원을 편취한 사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활동했는데 조직원 상당수가 해외 고액 알바에 현혹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캄보디아 거점 사기 조직원(콜센터, 자금세탁책 등) 54명을 검거하고 이 중 18명을 구속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은 국외도피사범 17명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 및 지명수배 조처를 했으며 적색수배 등 국제공조 수사 중이다.

이들은 카지노 사업 등 명목으로 캄보디아 특정 리조트를 거점으로 활동했다. 중국인 총책을 중심으로 중국·태국·한국 등 다양한 국적으로 구성됐다. 사기 건수가 많을수록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 조직원 모두 가명을 쓰고 외국인 명의 대포폰을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일례로 한국인 관리책 A씨(37)는 '승리'라는 예명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은 범행 계획과 조직원 모집을 맡는 운영팀,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입금을 유도하는 콜센터, 편취한 자금을 세탁하는 세탁책 그리고 대포통장을 공급·관리하는 통장관리팀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자금세탁책은 국내에서 주로 활동했다.

사기조직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단기간 고수익 보장' 투자처에 대한 광고 글을 게시한 뒤 피해자들을 오픈채팅방에 유인했다. 이후 해외 투자 전문가를 사칭한 조직원이 주식 상담을 해주며 신뢰를 쌓고 '허위 주식매매 앱'을 다운받게 해 투자 참여를 유도했다. 채팅방에서 성공 사례를 공유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이도 있었다.

대포통장으로 투자금을 받으면 실제 고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조작된 결과를 보여줬고 재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총 194억원을 빼돌렸다. 경찰은 조직이 소액 수익을 제공한 뒤 추가 투자를 유도하는 '돼지도살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봤다.

충분한 금액이 모이면 앱을 삭제한 뒤 잠적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3개월 주기로 사칭 회사명을 바꿔 범행을 반복했다. 1년간 총 4차례에 걸쳐 사칭 회사를 바꿨다.

통장에 모인 범죄수익은 자금세탁 목적으로 설립한 법인 명의 계좌로 분산 이체한 뒤 현금으로 바꿨다. 현금화된 수익금은 코인으로 세탁했다.

범죄조직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사용한 가짜 HTS 앱 사진./사진=민수정 기자.


피해자는 총 229명으로 회사원(65명), 자영업자(30명), 기타(주부·134명) 등 직업 상관없이 피해를 보았다. 연령대 중에선 40~50대 중장년층(111명)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한 투자자는 결혼 자금으로 마련한 3억3000만원을 모두 잃었다.

조직원 상당수는 최근 문제가 된 해외 고액 알바에 현혹돼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인 피의자 50명 중 친구 등 지인을 통해 조직에 발을 들인 경우가 28명으로 가장 많았다. 피의자들은 불법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지리적 안정성과 익명성 등으로 수사기관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참했다.

경찰은 지난해 5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고 전국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11월 캄보디아에서 조직원 2명을 검거했지만, 국내로 송환은 하지 못했다. 올해 5월엔 베트남에 체류하던 A씨를 국내 송환했다. A씨는 2023년 10월 카지노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갔다 돈을 잃어 범행에 가담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해 8월부터 약 1년간 A씨를 포함한 조직원 54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으며 피해 신고된 계좌에서 2억3000만원 상당 피해금이 출금되지 못하도록 했다. 범죄 조직 최상단에 있는 중국인 총책의 예명과 얼굴은 파악한 상태로, 신원이 특정되는 대로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검거할 예정이다. A씨 위에서 지시하던 한국인 총책 역시 특정해 수배 중이다.

경찰은 지난달 16일부터 내달 31일까지 국외 납치·감금 의심 및 피싱 범죄 특별자수·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심각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범죄를 제보한 자에 대해서는 최대 5억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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