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무시, 급격한 감축…기술 경쟁력 약화 초래” [온실가스 최소 50% 감축]

박혜원 2025. 11. 6. 11: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서 요구해온 48% 훌쩍 뛰어넘어
석화업계 “친환경 대규모 투자 힘들다”
차업계 “전동화 보조 맞춰야” 속도조절론
내년부터 배출권 구매 추가비용 5조 전망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50~60%’ 또는 ‘53~60%’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35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대국민 공개 논의 공청회를 열고 이같은 두 가지 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둘 중 어느 안으로 결정되든 NDC 하한선이 50%대에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산업계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앞서 기업들은 내년부터 기업들이 온실가스 배출권 구매로만 5조원의 추가비용을 내야한다며 감축 하한선을 48%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결국 정부안이 이를 넘어서는 수치를 제시하면서 산업계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안, 산업계 요구(48%) 훌쩍 넘어서…최소 50% 넘는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두 가지 NDC 안을 발표했다. 당초 논의해왔던 4개 시나리오에서 압축된 안이다. 1안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0~60%로 설정했다. 2안은 53~60%다. 상한선인 60%는 그간 시민사회가 요구해온 수준의 수치다. 하한선은 “현실적 실현 가능성에 무게를 둔 목표”라는 게 기후부 설명이지만, 결국 산업계가 요구해온 48%선은 넘어서게 됐다.

최종 정부안은 다음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유엔에 제출된다. 이 내용은 올해로 마무리 되는 3차 배출권거래제 기간 이후, 2026~2030년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 동안 적용된다.

산업계가 우려해온 수치가 큰 변동 없이 정부안으로 확정되면서 업계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각 기업에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총량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배출권을 사도록 하고 있다. NDC 감축 목표가 높을수록 기업들에 할당된 배출량도 줄어들어,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NDC·배출권거래제 연동은 EU·영국·뉴질랜드 뿐=정부안은 이번 발표를 통해 NDC 목표를 4개 시나리오에서 2개로 줄였다. 앞서 기후부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NDC 기술작업반을 통해 올초 48%를 감축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2050년까지 연간 감축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선형 감축 경로’로 계산한 53%, 국제사회와 시민사회가 각각 권고한 61%, 65%를 추가해 최종안을 조율해왔다.

정부가 기존에 발표했던 목표(2050년까지 40% 감축)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보다 강화된 규제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게 산업계 지적이다. 또 한국의 경우 NDC는 법제화 및 배출권거래제 할당과 직접 연동돼 규제로 작용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NDC가 배출권거래제 할당과 직접 연동되는 국가는 유럽연합과 영국, 뉴질랜드 등이다.

▶석화·정유업계 “대규모 친환경 설비 투자 여력 無”=석유화학 업계는 최근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만큼 목표치를 달성하기 더욱 어렵다는 입장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규모의 친환경 설비를 투자할 여력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이 언제 개선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친환경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다”고 토로했다.

정유사들도 부담을 느끼는 건 마찬가지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존 목표치(2018년 대비 40% 감축) 달성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항공업계 “산업 수용성 넘은 과속은 지양해야”=자동차 및 항공 업계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관계자는 “미래차 시대에 선제 대응은 필요하나, 산업 생태계 수용성을 넘어서는 과속은 지양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산업의 지속성과 고용 안정을 지키는 길이 탄소중립 실현의 기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시장의 전동화 방향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전기차 전환도 이뤄지고 있는만큼 여기에 속도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자동차 업계선 과도한 NDC 규제가 고용에도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KAMA는 앞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과 함께 “산업의 현실을 무시한 급격한 전환은 오히려 고용불안과 기술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건의문을 낸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너무 초기라서 수급이나 비용 부담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지켜보며 지속적인 고민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

▶기업들, 4차 계획기간 중 배출권 추가비용 5조 전망=산업게는 2035 NDC와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을 5조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 및 철강·화학·시멘트 등 8개 업종별 협회는 “국가와 산업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인 수준의 NDC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며 이같은 내용의 건의문을 발표했다.

산업부는 이 건의문에서 “국내외 환경 악화로 수익성 저하와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후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2035 NDC 감축 시나리오안과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은 산업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종별로 보면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 규모는 철강 5141만9000톤(t), 정유 1912만2000톤, 시멘트 1898만9000톤, 석유화학 1028만8000톤로 조사됐다.

이어 산업계는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뿐 아니라 정부의 재정지원,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등 다차원적인 지원정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혜원·한영대·김성우 기자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