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때문에 죽는다? 영화 티켓값부터 낮추는 건 어때 [분석+]

이지원 기자 2025. 11. 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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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마켓분석
OTT에 밀린 벼랑 끝 영화관
영화 홀드백 법제화 논의 탄력
이해관계자 목소리 엇갈려…
영화관, 최소한의 안전망 될 것
제작·배급사, 영화관만 위한 정책
티켓값 인하 등 영화관 자구책 필요
홀드백을 법제화할 경우 극장 개봉 대신 OTT에서 공개하는 영화가 늘어날 거란 전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영화관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 기간 넷플릭스·티빙 등 OTT가 영화 소비 창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홀드백(Hold Back)' 제도를 법제화하는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관련 법안도 제출됐다. 영화관에서 개봉한 영화를 OTT에 공개하는 기간을 '6개월'로 의무화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영화관 업계는 당연히 반기는 분위기지만 제작사·배급사들의 반응은 다르다. 한편에선 '홀드백 법제화'를 논하기 전에 영화관이 먼저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스쿠프가 영화관 홀드백 갑론을박에 펜을 집어넣었다.

'방구석 1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영화관을 찾는 대신 넷플릭스, 티빙 등 OTT를 켜는 이들이 많다는 거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시작된 이런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넷플릭스의 올해 9월 월간활성화사용자(1475만명ㆍMAUㆍ이하 모바일인덱스)가 1년 전보다 35.1%늘어난 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올해 상반기 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4250만명(이하 영화진흥위원회)으로 전년 동기(6293만명) 대비 32.4% 줄었다. 영화관 매출액도 같은 기간 33.1%(6103억원→4079억원) 감소했다.

당연히 관객을 끌어 모은 흥행작도 부쩍 줄어들었다. 파묘(1191만명), 범죄도시4(1150만명), 인사이드아웃2(879만명), 베테랑2(752만명) 등 흥행작이 쏟아진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3편의 영화만이 500만 관객을 달성했다. 2022년 이후 3년간 이어온 '관객 1억명' 벽이 올해엔 무너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참고: 올해 500만 관객을 모은 3편은 좀비딸(563만명),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553만명), F1 더무비(521만명)다.]

이 때문인지 영화관 업계는 '점포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영화관 업계 1위인 CJ CGV는 올해에만 하계점ㆍ명동역점ㆍ의정부태흥점 등 10여개 점포를 폐점했다. 5월부터 기업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롯데시네마(이하 총 점포 144개)와 메가박스(120개)는 합병 후 전국 131개 점포를 통합 운영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도 문 닫는 영화관은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거다.

■ 홀드백 법제화 논쟁 = 이렇게 영화관 업계의 그늘이 짙어지자 '홀드백(Hold Back)'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행이던 홀드백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참고: 홀드백이란 영화를 영화관에서 상영한 후 IPTV나 OTT 등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데까지 걸리는 일종의 유예기간을 의미한다. 6개월 이상이던 홀드백 기간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1개월 남짓으로 짧아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임오경(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홀드백 법제화'를 골자로 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영화관 상영이 종료된 날로부터 6개월이 흐른 후부터 영화를 다른 플랫폼에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 시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되, 소형ㆍ단편ㆍ독립ㆍ예술영화 등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영화관 업계는 이 개정안을 반기는 분위기다. 영화관 관계자는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한달만 기다리면 OTT에서 볼 수 있다'는 인식이다"면서 "홀드백을 의무화하면 영화관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로지 영화관만을 위한 제도'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영화 제작사·배급사 입장에선 영화관에서 흥행에 실패할 경우, 빠르게 OTT로 판권을 넘겨야 수익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배 배급사연대 대표는 "국내 영화 산업에서 영화관의 힘은 여전히 막강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영화관은 '무제한 단독 상영'을 보장받는다. 이후 OTT 등으로 판권 판매는 무제한 연기된다. 반면 영화관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배급사는 부랴부랴 판권을 판매해야 한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OTT가 꽤 높은 방영권료를 제안하면 배급사로선 응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인지 홀드백 기간을 6개월로 못 박으면 영화관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홀드백 제도를 도입했을 때) '아바타' 시리즈와 같은 기대작의 경우, 개봉 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면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처럼 마블 시리즈조차 흥행하지 못할 만큼 영화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선 홀드백 제도를 도입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뉴시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홀드백을 법제화하려는 건 근시안적인 접근"이라면서 "영화 산업의 무게추가 영화관에서 OTT로 옮겨간 상황에서 홀드백을 의무화하면 영화관 개봉을 포기하고 OTT에서 공개하는 영화가 늘어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OTT 직행'을 택하는 영화가 증가하면 영화관의 몰락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거다.

■ 홀드백 전 풀어야 할 과제 = 그렇다면 '홀드백 법제화'를 논하기 전에 영화관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영화 티켓값의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주로 찾는 주말 멀티플렉스 3사의 일반관 티켓값은 1만5000원(평일 1만4000원)에 달한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평일 1만원ㆍ주말 1만1000원)과 비교하면 36.3%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7.1%(2019년 8월 대비 2025년 8월)를 19.2%포인트 웃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23년 실시한 '영화소비자행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56.5%가 적정 영화 티켓값으로 '8000~1만원'을 꼽았단 점을 감안하면 괴리가 크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많은 소비자가 영화 티켓값에 부담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영화관이) 비싼 티켓값을 내릴 수 없다면 가격 대비 효용을 높여주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영화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영화 관람 후 인근 식당·카페 방문 시 할인해주는 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영화관들이 홀드백 기간을 보장받고 싶다면 되레 충분한 상영 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흥행 영화를 제외하곤 상영 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아서다. 이화배 대표는 "홀드백 기간을 되찾기 위해선 영화관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OTT와의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영화관에서의 상영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홀드백 제도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성급한 법제화보단 영화관·제작사·배급사·OTT가 스스로 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할 만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 홀드백을 법제화하지 않았지만 영화 업계 스스로 6개월~1년의 홀드백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2월 일본에서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024년 6월에야 넷플릭스(일본 기준)에서 공개됐다. 이같이 자율적인 홀드백 제도가 최근 일본 영화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훈 한국콘텐트진흥원 부장(해외사업팀)은 이렇게 설명했다. "일본 멀티플렉스는 도호(TOHO)ㆍ도에이(Toei)ㆍ쇼치쿠(Sho chiku) 등 영화 제작ㆍ배급사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영화가 극장에서 충분히 수익을 낸 후 OTT에 판권을 판매하도록 자율적 홀드백 기간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일본 영화 산업계를 지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과연 한국의 홀드백 제도는 어떤 길을 걸을까. OTT의 습격을 받은 영화관은 과연 자구책을 찾아낼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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