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은 내가 아닌 당신들이 갈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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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이 다시 정치의 심장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날의 총성과 피격 이후 남은 것은 진상보다 '삭제'였습니다.
서해 피격 사건은 더 이상 한 명의 공무원의 죽음이 아닙니다.
그날 바다에서 총탄에 쓰러진 공무원의 죽음이 여전히 '정치적 사건'으로만 기억된다면, 정의는 이번에도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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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해상에서 피살된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이 다시 정치의 심장부를 흔들고 있습니다.
그날의 총성과 피격 이후 남은 것은 진상보다 ‘삭제’였습니다.
그리고 5년 만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전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검찰 당신들이 갈 곳은 지옥”이라고 외쳤습니다.
3년 반의 재판 끝에, 박 의원은 여전히 자신을 조작의 희생자로 규정했습니다.
국가의 어두운 방 안에서 벌어진 정보 삭제 지시의 진실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 “고작 2년 구형? 자존심이 상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5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습니다.
검찰은 서훈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박 의원에게 징역 2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서욱 전 장관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습니다.
박 의원은 재판이 끝난 뒤 SNS에 “왜 20년 구형하지, 고작 2년이냐”고 쏘아붙였습니다.
“나는 국정원 삭제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 감사원과 검찰이 조작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원 감사 결과에서도 삭제된 문건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했다”며 “감사원과 검찰이 가짜 프레임을 만들어 정치적 보복을 하고 있다”고 격분했습니다.
“수육에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 한 잔 마시고 집으로 간다.”
그의 글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 은폐인가, 보안인가
사건의 본질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된 직후, 정부는 ‘월북 가능성’을 강조하며 정보를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그 사이, 국정원 내부 보고와 첩보 문건 일부가 삭제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책임자가 증거를 인멸해 국민의 알 권리를 가로막았다”고 주장했고,
피고인들은 “안보상황에서 불필요한 정보 노출을 막은 통상적 조치였다”고 맞섰습니다.
박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은폐가 아니라 보호였다. 국민을 속이려 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축소하고 진실을 감춘 결정적 행위였다”고 반박했습니다.
■ 정치와 정의, 그 중간의 재판
서해 피격 사건은 더 이상 한 명의 공무원의 죽음이 아닙니다.
대통령실,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해경.
국가 안보의 축이 서로를 가리키며 균열이 난 사건입니다.
‘누가 지시했고, 누가 지운 것인가’의 문제는 곧 ‘국가가 어디까지 국민에게 거짓을 말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확장됐습니다.
법정 안에서 오간 것은 그저 진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대의 윤리였습니다.
국가의 비밀을 지켰다는 이들과, 국민의 진실을 감췄다고 말하는 이들이 마주 서 있었습니다.

■ 남은 것은 ‘책임’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국민 생명 보호 의무를 저버리고 은폐를 시도했다”며 실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구형으로 끝난다면, 남는 것은 공허한 승패뿐입니다.
그날 바다에서 총탄에 쓰러진 공무원의 죽음이 여전히 ‘정치적 사건’으로만 기억된다면, 정의는 이번에도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판의 마지막 장은 다음 달 26일에 열립니다.
공은 이제 법원으로 넘어갔고, 그날 선고가 한 시대의 결산이 될지, 또 다른 논쟁의 시작이 될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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