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민연금 조기수령 100만명 넘었다
“손해 알지만 생활비 없어 신청”
조기수급자 76%, 月 100만원 안돼
노후소득 보장기능 약화될 우려 커
수령 늦추면 1년마다 7.2% 늘어

생활비 부족 등 때문에 국민연금을 미리 받는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가 올해 100만 명을 넘었다. 조기 퇴직자가 증가하고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까지 점차 높아지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엔 고액 수급자도 건강을 걱정하거나 일찍 받아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하면서 조기 수급이 늘어나는 추세다.

받는 시기를 최대 5년 늦춰 수급액을 36% 더 늘릴 수 있는 연기 노령연금 수급자는 같은 기간 5만8908명에서 15만2171명으로 약 2.6배로 급증했다. 전체 국민연금 수급자(약 621만 명) 5명 중 1명은 형편에 따라 연금 수급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셈이다.
조기 연금은 5년 일찍 받으면 월 수급액이 30% 삭감돼 ‘손해 연금’이라고 불린다. 수급액 실질 가치는 이보다 더 줄 수 있다. 국민연금 수급액은 가입자 평균 소득과 물가 상승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오르는데, 5년 일찍 받으면 이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을 5년 앞당겨 받으면 실질적으론 35%가량 월 수급액이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조기 수급자 76%는 월 수급액이 100만 원 미만이다. 감액된 금액을 사망 때까지 받게 돼 국민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최근엔 이런 손해를 감수하면서 연금을 일찍 받는 고액 수급자가 늘고 있다. 2020년엔 월 수급액 15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 고액 수급자 중 조기 연금 수급자 비율은 11.7%였는데, 올해 26.5%까지 늘었다. 고액 수급자들은 유불리를 따져 연금 수급 시기를 앞당긴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연 소득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강화되면서 피부양자 탈락을 막기 위해 수급액을 낮추거나, 더 건강할 때 연금을 받아서 쓰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연금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성인 1007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국민연금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7%로, ‘신뢰한다’(44.3%)보다 많았다. 김동엽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 상무는 “소득 공백을 메우려는 이유뿐 아니라, 점차 연금액이 커지면서 이를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수급자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월 30만 원 이상∼50만 원 미만 수급자 중 1.1%만 연기 연금을 선택했는데, 월 수급액이 200만 원 이상인 수급자는 28.7%가 수급 시기를 미뤘다. 시군구별로는 서울 강남구가 연기 연금 수급자 비율이 9.7%로 가장 높았고 서초구 9.3%, 송파구 6.7%, 용산구 6.5%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전체 평균 4.0%, 전국 평균 2.5%와도 격차가 컸다.
경제적 상황에 따라 연금 수급 시기를 조정하는 건 개인 판단이지만, 연금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장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30년 이상 연금으로 살아야 하는 고령층에겐 연금 삭감이 노후 대비 기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은 2022년 보고서에서 “조기 노령연금 수급자 최소 가입 기간을 현재 10년에서 15년 이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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