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 칼럼] 국정안정법 포기 발언의 진실…더 이상 사법부를 희롱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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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정안정법'을 포기했다는 발표는 진정한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연막이며, 동시에 사법부를 향한 압박의 새로운 형식이다.
이는 헌법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교묘한 정치술이며, 국민의 법감정을 무력화시키는 언어의 기술이다.
정치가 헌법을 희롱하고, 권력이 법을 겁박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법조문이 아니라 국민의 헌법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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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국정안정법'을 포기했다는 발표는 진정한 후퇴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정치적 연막이며, 동시에 사법부를 향한 압박의 새로운 형식이다. 법안을 접었다는 말 뒤에 감춰진 것은 사법부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는 냉정한 계산이다. 정치가 헌법의 언어를 도구적 관점에서 접근하게 되면, 국정은 안정이 아니라 불안으로 향한다.
표면상 민주당은 물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버렸을 뿐 내용은 그대로 살아 있다.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으로 바꾸었다가, 다시 '국민안정법'이나 '헌정수호법' 같은 이름으로 되살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잠시 숨을 고른 것일 뿐, 본질적 목표인 '이재명 대통령 재판의 중지'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포기 쇼'다. 국민의 눈앞에서 법안을 거둬들이는 척하면서, 실상은 법원의 판단을 위축시키려는 압박전략이다. 정치가 사법을 겁박하는 방식이 바로 이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의 태도다. "그런 법은 필요 없다. 이미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재판은 정지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헌법의 문언을 의도적으로 비틀어 권력에 유리한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헌법 어디에도 '재판정지'라는 표현은 없다. '소추받지 않는다'는 문장은 기소행위만을 뜻하며, 이미 법원에 회부된 사건의 재판을 멈추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이 단어 하나를 확대해석해 헌법에 존재하지 않는 권한을 스스로 창조했다. 이것이야말로 해석을 통한 쿠데타, 즉 '해석 쿠데타'다.
입법을 통해 헌법을 흔드는 민주당과, 해석으로 헌법을 뒤트는 대통령실은 그 본질이 같다. 한쪽은 법률을 만들어 헌법 위에 서겠다는 것이고, 다른 쪽은 해석으로 헌법을 재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두 행위 모두가 헌법을 권력의 시녀로 만드는 정치적 범죄이며, 바로 지금 한국의 헌정질서가 직면한 이중위기다. 입법으로 헌법을 무너뜨리고, 해석으로 다시 왜곡하는 정치가 반복될 때, 헌법은 더 이상 규범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로 전락한다.
대통령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지금은 재판이 멈춰 있으니 법을 만들 필요가 없지만, 재판이 재개되면 그때 다시 제정하겠다"고 했다. 이 말은 곧 "사법부가 움직이면 그 즉시 입법으로 그 손발을 묶겠다"는 협박의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재판의 재개 여부를 정치가 결정하겠다는 발상은 헌법상 삼권분립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이 발언은 법원을 향한 일종의 경고장이다. 재판을 열면 정치적 보복이 뒤따를 것이라는 암시다. 이는 명백한 사법부 길들이기이자 헌법질서에 대한 선전포고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하여 법관의 독립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권력은 그 독립을 조건부로 만들고 있다. 법원이 권력의 의중을 거스르면 입법으로 손발을 묶겠다고 공언하는 체제, 이것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를 직접 겨냥하며 재판부 전체에 정치적 압박을 가하는 현실은 사법의 독립이 아니라 사법의 인질화다. 헌법이 보장한 권력분립은 선언에 그칠 뿐, 실제로는 권력의 통제 논리에 의해 갉아먹히고 있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입법의 포기'가 아니라 '통제의 지속'이다. 사법부를 압박하는 목적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입법이 아니라 '정치적 신호'로, 법안이 아니라 '해석'으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헌법의 작동을 멈추게 하는 교묘한 정치술이며, 국민의 법감정을 무력화시키는 언어의 기술이다. 사법부를 향한 이러한 반복적 위협은 헌법의 근간을 서서히 마비시킨다. 그리고 이제 그 마비의 주체가 입법부를 넘어 행정권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하다.
헌법 제84조의 불소추특권은 대통령의 직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 형사재판을 중단시키는 방패가 아니다. 그 조항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확장 해석하는 순간, 헌법은 보호막이 아니라 면죄부로 변한다. 정치권이 헌법을 자신들의 정치 일정에 맞추어 재단하는 지금의 행태는 단순한 위헌 논란을 넘어 '헌정농단'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헌법은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지만, 지금의 권력은 헌법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장식품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재판중지법 포기'라는 말은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연막이다. 여론이 가라앉고 재판이 재개되는 순간, 그들은 언제든지 다시 법안을 꺼내들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계산이며, 지금의 잠정적 침묵은 곧 제2라운드의 준비다. 정치가 헌법 위에 서고, 사법부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순간 법치는 사라진다. 지금의 사태는 헌법이 국민의 것이 아니라 권력의 것이 되어가고 있음을 경고한다.
헌법은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을 때만 살아 있다. 국민이 침묵하면 헌법은 종이 위의 문장이 되고, 권력은 그 문장을 마음대로 해석한다. 정치가 헌법을 희롱하고, 권력이 법을 겁박하는 시대에 필요한 것은 법조문이 아니라 국민의 헌법의식이다. 지금의 침묵이 계속된다면 헌법의 다음 희생자는 국민 자신이 될 것이다.
신봉기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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