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활비 되살린 대통령실, 정말 얼굴이 두껍다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통령실 특수활동비(특활비) 82억5100만원이 포함됐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가 작년에 요구했던 특활비와 같은 규모다. 민주당은 당시 특활비를 1원도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작년 11월 특활비를 전액 삭감하며 “쓸데없는 예산”이라고 했다. 국힘이 반발하자 “특활비 깎았다고 나라 살림을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황스러운 이야기”라고 했다. 당시 박찬대 원내대표도 “대통령실 특활비를 삭감했다고 해서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예산을 액수까지 동일하게 되살렸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7월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통령실 특활비 41억2500만원을 편성했었다. 그러면서 “국익 및 안보 등과 연계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는 이유를 댔다. 자신들이 야당일 때는 ‘쓸데없던’ 예산이 집권하고 나선 갑자기 중요하고 꼭 필요한 돈이 된 것이다. 말이 정반대로 바뀐 데 대한 사과는 없었다.
특활비는 국가재정법 제44조에 따라 ‘정부의 특수한 활동에 지원되는 비용’이다. 대통령이 유공자에게 주는 금일봉이 특활비에서 나온다.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안보실의 각종 비밀 활동에도 쓰인다. 공식 예산 항목으로 잡기는 애매하지만, 대통령이 국정에서 소외되거나 그늘진 곳을 챙기라는 취지로 배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예산을 없애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들은 특활비를 쓰겠다고 한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 9월 폐지될 검찰의 특활비도 72억900만원으로 책정해 예산안에 넣었다. 윤 정부가 작년에 80억원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전액 삭감했다. 현장에서는 특활비 삭감 이후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호소가 많았다. 실제로 올해 초엔 그 여파로 보이스피싱, 마약 사범 검거가 줄었다. 이런 결과가 뻔히 예상됐는데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를 없앴다. 정권 발목 잡기 외에 다른 목적은 없었을 것이다.
어떤 정권이든 특활비는 필요하다. 민주당도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정쟁에 눈이 멀어 특활비를 삭감했었다. 국민이 작년 민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을 지켜봤다. 말을 뒤집고 특활비를 부활하려면 대통령실이 사과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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