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유죄 판결문 살펴보니…이재명 대통령 책임 어디까지?
"성남시-사업자 유착 몰랐을 것" "접대, 지분 배분 증거는 없어"
"유동규 단독 결정 못해, 성남시 수뇌부 지시" 지적 대목도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책임자를 모두 중형 선고하고 법정 구속시킨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대장동 사업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관여 여부를 어디까지 판단했는지 주목된다.
미디어오늘이 확보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 부장판사)의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 판결문을 보면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이 사업의 성격을 “장기간에 걸쳐 금품 제공 등을 매개로 형성한 유착관계에 따라 결탁해 벌인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규정한다. 유동규 전 본부장(징역 8년, 벌금 8억1000만원),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징역 8년, 428억 원 추징), 남욱 변호사(징역 4년), 정영학 회계사(징역 5년),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파트장(징역 6년, 37억2000만원 추징) 등 형량도 무겁다.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의 연루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맨 앞부분(5쪽)에 판단을 하지 않겠다고 썼다. 피고인의 지위를 설명하는 대목의 각주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 가운데 이 대통령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공모 부분을 두고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정 전 실장의 특가법위반(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중인 점(서울중앙지법 2023고합217호 등), 이 대통령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고, 정 전 실장 역시 출석했어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해 둘의 가담 여부에 관한 실체 파악에 일부 제한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이들이 배임 범행에 공모 가담했는지에 대해 설시를 기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몰랐을 것이라는 대목도 있다. 재판부는 “이 대통령은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바,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과의 유착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다. 재판부는 “물론 이 대통령이 유동규 정진상 등으로부터 김만배 남욱 등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 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유동규 정진상과 달리 수용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이 대통령이 당시 “수용방식으로 하면 김만배도 공모에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냐, 누가 하지 말래냐,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는 대목을 들어 “이 문언 자체로는 '김만배 등도 공모해서 경쟁을 거쳐 들어오라'는 취지로 이해가 되고, 달리 이재명이 직접 민간업자들을 사업시행자로 내정하였다거나 이를 지시하였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2일 재판에서 “이재명 시장이 김만배의 존재는 알고 있었으나, 김만배로부터 대장동 사업수익의 일부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한 사실은 없다”라며 “정진상 전 실장이 '돈 이야기를 직접 하지마라, 직접 하면 너 오해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해서 이재명에게는 직접적으로 (돈)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나중에 이재명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에서 벌금 선고가 내려진 뒤 이 대통령이 돈 걱정을 하길래 '김만배 형도 있고, 뭐 걱정이십니까'라고 언질을 한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이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고 한 진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각주에서 “정진상이 이재명에게 김만배의 지분 중 일부를 받기로 했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하였는지는 유동규의 진술로는 입증되지 않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다”라며 “따라서 유동규의 진술과 같이 나중에 이재명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지분을 받기로 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사실상 이재명이 이를 약속받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 대통령의 책임을 암시하는 표현 역시 나온다.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의 선고 이유 부분에서 “피고인이 공사 기획본부장으로써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였으나,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주요 사항 모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았고, 성남시 수뇌부가 주요 결정을 하는 데 있어 민간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등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주로 담당한 측면도 나타난다”라고 판시했다. 수뇌부 결정의 중간관리자일 뿐이며,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위치라는 의미다. 결국 최종 결정권자의 책임 부분을 이렇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사업 자체를 유착관계에 따른 부패범죄로 결론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지원과 관련해 유동규 전 본부장의 제안에 따라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성남시 추진 대장동, 위례 등 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이재명이 성남시장에 재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가 2014년 4월부터 6월4일 지방선거일 무렵까지 수억 원의 선거자금을 조성해 김만배를 통해 유동규 등에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이재명의 선거 지원 등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하였다고 썼다. 이밖에도 이 기간동안 남욱 김만배 등은 직원들을 동원하여 SNS에 이재명에 대한 우호적인 글을 남기거나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를 통해 선거 직전 상대 후보 측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의 보도를 부탁하는 등 이재명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재판부는 소개했다. 재판부는 남욱 정영학이 유동규에 뇌물을 교부하거나, 유동규 정진상 김용의 주대(술값)를 결제해주는 등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도 밝혔다.
재판부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김만배 남욱 등에게 돌아간 과정을 두고 “김만배 정영학 남욱은 △유동규 정민용이 알려준 공모지침서 주요 내용을 기초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화천대유를 설립하는 등 공모지침서 공고 전 공모 참여를 위한 사전작업을 마침으로써 공모절차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고 △유동규 등으로부터 출자자 직접 사용 관련 약속을 받아 초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고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2015년 8월19일 사업시행자로 지정될 수 있었다”며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절차는 이들을 선정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이들의 요청을 반영하거나 편의를 봐주는 일련의 과정이었고,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해야 하는 임무를 위배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판단은 이재명 대통령이 단군이래 최대의 이익환수 사업이라고 자화자찬한 것을 정면 부정했다는 의미도 있다.
한편,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서 “유동규는 공직자, 김만배는 기자, 정영학은 회계사, 남욱 정민용은 변호사로 사회적 법률적 소양과 자제력을 갖추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개발사업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억기 위하여 소임과 품격을 지키지 못한 채 스스럼없이 중대범행으로 나아갔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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