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옷이 2만원' 눈 뒤집어졌다…430만원어치 '싹쓸이' [트렌드+]

안혜원 2025. 11. 5.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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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재고 직매입·창고형 판매로
30~80% 할인하는 오프프라이스 매장
사진=이랜드리테일 제공

서울 송파구 소재 NC백화점에선 최근 한 50대 여성 고객이 12개 브랜드에서 40여개 상품을 한꺼번에 사가 눈길을 끌었다. 명품부터 일반 브랜드까지 다양한 상품을 구매해 통상적인 백화점에서의 구입이라면 수천만원은 지불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 고객이 지불한 총금액은 443만원에 불과했다.

이처럼 반값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옷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오프프라이스(Off-Price) 매장을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 50대 여성이 방문한 매장은 NC 송파점 내 'NC픽스'. 브랜드 이월 재고품을 30~80% 할인 판매하는 곳이다.

주요 브랜드 패션 제품을 아웃렛(아울렛)보다 더 높은 할인율로 판매하는 오프프라이스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고물가 기조가 계속되자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최우선시하면서 생겨난 흐름이다. 오프프라이스 매장은 아웃렛보다 상품이 다양하진 않고 신상품도 찾아볼 수 없지만, 철 지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확실한 강점을 앞세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 NC픽스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0% 증가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누적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뛰었다. 유통사들이 운영하는 대다수 오프프라이스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경기 부진 속 의류 소비가 침체된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성장률.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팩토리스토어'는 13%, 현대백화점 '오프웍스'도 30% 이상 신장했다.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유명 브랜드 재고 상품을 유통사가 직접 매입해 대폭 할인 판매하는 형태의 매장이다. 일반 아웃렛 할인폭이 30~50%라면 오프프라이스 매장은 이보다 더 할인폭이 커 30~80%까지 싼 가격에 상품을 선보인다. 이월된 재고를 해외에서 직매입하고 창고형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 등으로 비용을 낮춰 가능한 구조다.

이랜드리테일 NC픽스는 20~30대가 선호하는 해외 브랜드나 글로벌 SPA 브랜드를 비롯해 40~50대 선호도가 높은 컨템포러리·럭셔리 등 브랜드 라인업이 다양한 게 특징이다. 초기 판매가 30만원 이상인 수입 브랜드 청바지를 10분의 1도 안하는 1만9900원 균일가에 파는 식이다. 신세계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팩토리스토어는 럭셔리 브랜드나 컨템포러리(준명품) 브랜드를 주력 상품으로 두고 있다.

사진=이랜드리테일 제공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는 호황기엔 재고 확보가 여의치 않아 활성화되기 어렵다. 그러나 요즘 같은 경기 침체 시기엔 확보할 수 있는 재고 상품이 많아 영업 환경이 좋아진다. 의류 매장에 안 팔린 신상품 재고가 많은 영향이다.

저가 상품 수요도 커 인기도 많아지는 만큼 최근 주요 오프프라이스 매장들은 손님 잡기에 한창이다. NC픽스는 '보물찾기' 콘셉트를 도입해 매주 바뀌는 고가 브랜드 상품을 먼저 찾는 고객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경험적인 요소를 도입했다. 지난달 이 매장을 매주 방문하는 고객은 40%, 구매전환율 60% 이상 증가했다.

직장인 윤모 씨(30)는 "바로 안 사면 재고가 없던 상황을 경험하면서 거의 매주 저렴한 상품을 ‘득템’하러 집 근처 오프프라이스 매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프라이스 매장은 의류시장이 크게 발달했던 미국 등 선진국에서 먼저 성장한 유통 모델이다. 미국 백화점은 2000년대 초반부터 오프프라이스 스토어를 운영해 왔다. 노드스트롬의 '랙'이나 삭스피프스애비뉴의 '오프 피프스' 등이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로 분류된다. 연매출만 81조원(2025회계연도 기준 약 564억 달러)인 티제이맥스(TJ Maxx)는 어지간한 해외 SPA 인기 브랜드 매출의 2~3배 이상을 낸다. NC픽스도 이곳을 벤치마킹했다.

이랜드리테일 OPR본부 관계자는 “내년까지 최소 5개점을 추가 오픈하며 공격적인 NC픽스 확장 전략을 펼칠 것”이라며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하는 오프라인 대형점 위주로 신규 출점을 진행해 OPR 사업의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고 입지를 공고히 할 예정이다. 한국판 티제이맥스로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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