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면서 스케일링 받으세요" 마약류 권하는 치과의사들

2025. 11. 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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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프로포폴 같은 수면마취제 오남용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일선 의료기관은 수면마취제 사용이 굉장히 엄격해졌는데, 치과는 예외였나 봅니다. 강력한 마약성 마취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스케일링을 받는 환자들에게까지 투약해 수십만 원을 받는 건데요. 지난해에만 치과에서 의료용 마약류 27만 건이 처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안정모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기자 】 포털 사이트에 '치과 수면치료'라고 검색하자 '의식하진정법'이라는 홍보 글이 여럿 보입니다.

낮잠을 잔 듯 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다거나, 두려움과 통증으로부터 자유롭다고 권유합니다.

▶ 스탠딩 : 안정모 / 기자 - "서울 송파구의 치과의원입니다. 수면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직접 상담받으면서 어떤 원리인지 물어보겠습니다."

▶ 인터뷰 : A 치과 관계자 - "(수면치료가) 어떤 개념인지 잘 몰라서." = "주삿바늘을 꽂아서 약물을 주입해서 하는 건데 그 약물이 사람을 조금 잠들게 만드는 성분이에요. 자고 일어나니까 치료가 끝나 있게끔…. "

치과 치료비에 30만 원을 더 내면 케타민과 미다졸람 등 마약류 마취제와 진정제를 놓아주는데, 통증이 적은 스케일링조차 수면치료가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 인터뷰 : A 치과 관계자 - "스케일링 그리고 크라운 치료 이런 것들은 다 가능합니다. 수면 치료가 안 되는 치료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돼요."

서울 강서구의 또 다른 치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인터뷰 : B 치과 관계자 - "보통 케타민 들어가고요. 미다졸람 이렇게 2개 들어가요. 수면으로 다 주무시고 스케일링 다 해드리긴 해요."

위험하지 않으냐고 묻자 오히려 안심시킵니다.

▶ 인터뷰 : B 치과 관계자 - "이게(케타민) 여러 번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제가 케타민을 뉴스에서 본 것 같아서." = "강도로 설명드리면 프로포폴이 제일 고위험한 단계의 약물이고.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 인터뷰(☎) : 이혜정 / 대한약사회 학술이사 - "케타민은요. 마치 몸에서 빠져나온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데 이게엄청난 환각을 유발하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 기분에 중독이 돼서 또 한번 더 느끼고 싶고. 이런 식으로 정신적인 부작용이 굉장히 훨씬 더 심해요."

MBN 취재 결과 지난해 치과에서 처방된 의료용 마약류는 27만 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병원급이 아닌 의원급에서 상승세가 가파른데, 매년 1만 건씩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정부가 마약류 의약품을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치과에서는 간단한 시술에서조차 버젓이 투약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MBN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영상취재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이주호 그 래 픽 :주재천

【 앵커멘트 】 이 내용 취재한 사회정책부 안정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 질문 1 】 안 기자. 케타민, 미다졸람 모두 위험한 의약품이잖아요.

【 기자 】 네, 의식을 가라앉게 하거나 감각이 무뎌지게 하는 마약류인데요.

환각작용은 물론 중독성도 커서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예외적으로 투약해야 합니다.

실제로 중독으로 인한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약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배우 유아인 씨도 케타민과 미다졸람을 상습 투약했고요.

2년 전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가해자 신 모 씨도 당시 미다졸람을 투약한 상태였습니다.

【 질문 1-2 】 치료 과정에서 통증을 잊게 만들어주는 도구로 쓴다는 건데, 중독이 가장 큰 문제라는 거잖아요.

【 기자 】 맞습니다, 그게 저희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보는 이유인데요.

치료를 위해 시작했지만, 일단 중독되면 마약류를 처방받기 위해 오히려 치료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치과들은 간단한 스케일링 조차 20만~30만 원가량 더 내면 수면 상태에서 받을 수 있게 해주고 있거든요.

사실상 마약류를 처방받는 게 너무 쉬워진 겁니다.

현직 치과의사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 인터뷰(☎) : 현직 치과의사 - "완전히 빈틈을 노려서 30만 원 받고 마약 놓는 것밖에 안 된다고 봐요. 미국에서 지금 케타민 중독자들이 막 좀비처럼 다니잖아요. 한국에서는 의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좀비를 양산할 수 있다…. "

치과가 의료용 마약 '쇼핑 창구'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 질문 2 】 이렇게 마약류를 남발해도 되는지 의문이 드는데 기준이 있을 것 아닌가요.

【 기자 】 식약처가 정한 의약품 사용 가이드라인을 보면 케타민의 경우 외래 환자에게는 투여하지 말라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일부 치과에서는 외래환자에게 버젓이 처방하고 있는데요.

가이드라인을 어겨도 '의학적 타당성'이 인정되면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이 조항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문호식 / 은평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 "(의학적 타당성의) 잣대는 없어요. 허술하죠. 구멍이 난 법이죠. 의학적으로 어떤 시술에는 뭘 해도 되고 뭘 안 해도 되고 그걸 결정한 건 없거든요."

【 질문 3 】 오남용 단속은 되고 있습니까?

【 기자 】 식약처가 적발한 치과의 마약류 오남용 단속 현황을 입수했는데요.

의사가 자신에게 셀프 처방해 적발된 건을 제외하면, 2023년도와 24년도 각각 3건에 불과했고요. 올해는 적발된 게 아예 없었습니다.

매년 처방 건수가 1만 건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해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잘 들었습니다.

MBN뉴스 안정모입니다. [an.jeongmo@mbn.co.kr]

영상취재 : 김태형 기자 영상편집 : 김혜영 그래픽 : 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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