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운전면허’ 지원 있어도… 거리 멀어 취소하는 학생들
1인당 30만원씩·366억 예산 투입
성남 등 거리 멀어… 취소자 발생
일각 “사교육 배만 불린다” 비판
경기도교육청 “학교공동체 자율 운영”

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의 운전면허와 각종 자격증 취득 비용을 지원하는 경기도교육청의 정책이 잇따른 취소 사태를 맞아 당초 취지에 빛이 바랬다.
5일 경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성남 지역에서 학생들이 운전면허학원 신청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성남에 운전면허 학원이 없는 상황에서 먼 지역의 학원을 이용할 수 있고 수강을 취소하면 위약금 등 책임이 학생에게 있다고 안내하자 학생들이 신청을 취소한 것이다.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사회진출 역량개발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사회진출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의 원활한 사회진출 역량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운전면허와 각종 자격증 취득 비용을 지원한다. 운전면허 취득의 경우 1인당 30만원의 비용을 지원하며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도내 528개교 12만여명의 학생에게 총 366억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성남처럼 운전면허 학원이 없는 지역은 타 시군의 학원까지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해 학생들이 신청을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운전면허 학원 선정은 학교에서 직접 계약하거나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입찰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에 운전면허 학원이 있어도 학생들이 거리를 이유로 운전면허학원 신청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안산 A 고교에 근무하는 B교사는 “1학기 초에는 300명 정도 운전면허 취득을 희망했는데 운전면허 학원이 먼 곳으로 배정될 수도 있어 현재는 180여명으로 인원이 줄어들었다”며 “자칫 먼 곳으로 학원이 정해지면 신청했던 학생들마저 학원을 가지 않을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나 각종 어학시험 등 자격증을 취득하는 학교 자율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서도 현장의 우려가 높다. 수능 이후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신청해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이를 막을 수도 없어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사교육 업체 측에서 학교로 연락해 온라인 강좌를 열어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등 결과적으로 이 사업이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운전면허 취득은 학생들의 희망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 사업은 학교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사교육을 위하는 게 아니라 공교육 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욱 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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