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광주 선운지구 친수공원 ‘파크골프장 전락’…주민들 ‘원성’
산책 주민에 “비켜라” 호통도
1천명 ‘단속 진정서’ 제출 불구
區 “하천법 적용…처벌근거 無”

5일 오전 9시께 광산구 선운지구 친수공원. 이른 시간임에도 공원 한쪽에는 이미 50여명 이상이 모여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말뚝과 줄로 구역을 구분했고 파란색, 주황색의 ‘홀 번호’가 적힌 깃발이 바람에 흔들렸다.
공원 잔디밭 곳곳은 골프공에 파인 흔적으로 움푹 패여 있었다. 또한 파크골프를 치지 않는 반대쪽은 잔디가 자라 있는 반면, 파크골프를 치는 구역은 잔디깎는 기계가 지나간 흔적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형형색색의 모자, 선글라스, 장갑 등 골프 복장과 파크골프채를 갖춘 이들은 연신 ‘나이스 샷’을 외치며 차례로 스윙을 반복했다.
‘특정 공간을 장시간 점유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이용을 방해하는 행위를 삼가 주세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공원의 일부가 사실상 파크골프장으로 변해 있었다.
파크골프를 즐기던 한 이용객은 “1년에 2만원만 내면 계속 칠 수 있어 인근 사설 골프장보다 훨씬 낫다”며 “우리 동호회에서 잔디도 깎고 관리까지 다 한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던 인근 주민 고모(60)씨는 “처음엔 한 두 명이 치더니 지금은 50-60명씩 모인다”며 “주민 1천명이 단속 진정서를 냈는데도 구청은 ‘단속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주민 박모(29)씨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파크골프를 치는 어르신에게 ‘비키라’는 말을 들었다”며 “몇 년째 모여서 치시길래 정식 허가를 받은 줄 알았다”고 전했다.
인터넷 선운지구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주민은 “파크골프를 치는 분들이 마치 사유지인 것처럼 잔디를 깎고 구멍도 메우더라”며 “이 정도면 사실상 ‘관리자’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뉴스에 나와도 소용이 없으니 우리가 직접 움직이자”며 “곧 선거철이니 광산구 정치인들에게 매일 문자를 보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친수공원은 2012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황룡강 인근에 조성돼 일반 도시공원과 달리 하천법의 적용을 받는다. 때문에 공원녹지법상 ‘허가를 받지 않는 불법 시설물’ 처벌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인근 주민들이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해 광산구청은 계도에 나서고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현행 하천법상 불법 시설물 점용으로 볼 순 없어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광주시, 광주환경공단과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연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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