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방치한 차별이 더 큰 차별을 낳는다

주성희 기자 2025. 11. 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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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숙 진해아트홀 관장이 9월 24일 직원에게 신축하는 진해아트홀에 놓인 장애인석을 옮기라고 말하면서 "클래식처럼 품격 있는 공연을 할 때 장애인들이 맨 앞에서 소리 빽빽 지르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축한 진해아트홀에 장애인석은 객석 앞에 있는데, 통상적으로 장애인석은 객석 뒤에 있기 때문이다.

지 관장은 장애인석이 옮겨지지 않았음을 2차 사과문에 기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별 발언이 휘발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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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숙 진해아트홀 관장이 9월 24일 직원에게 신축하는 진해아트홀에 놓인 장애인석을 옮기라고 말하면서 "클래식처럼 품격 있는 공연을 할 때 장애인들이 맨 앞에서 소리 빽빽 지르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1일 창원문화재단 노동조합이 이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내고부터다.

지 관장은 두 차례 사과문과 간담회에서 장애인 관객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신축한 진해아트홀에 장애인석은 객석 앞에 있는데, 통상적으로 장애인석은 객석 뒤에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 안내원의 도움을 받기 쉽고, 중극장이기 때문에 앞보다는 뒤에 있어야 관람하기 더 좋을 것이라는 의도를 담은 것뿐 혐오와 배제의 의미를 담은 건 아니라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졌다면 4년 동안 장애인이 생활하는 풀잎마을에 봉사활동을 다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발언은 차별이냐, 아니냐라고 고민할 필요 없이 명백한 차별이다. 발언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을 눈대중으로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지 관장이 '빽빽'을 한 번만 언급한 건 아니었다. 장애인의 소리를 지칭한 것도, 그 방식도 차별적이었다. 장애인이 내는 소리 때문에 좌석을 바꿔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도 있었다. 게다가 품격있는 클래식과 장애인이 구별돼야 하는 것처럼 말했다. 이 얼마나 차별적인가.

정순욱 창원시의원은 지난달 30일 창원시와 문화재단 관계자, 당사자 등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때 지 관장은 발언을 부정했다. "장애인석에 대해 논의하다가 의성어가 나온 것 같다. 빽빽이라고 말한 적 없다. 장애인들은 우~ 우~하고 장음을 낸다"고 말했단다. 맥락에서 어긋난 말이 나오자 간담회 참석자들이 다그쳤고, 지 관장은 그제야 발언했음을 인정했다고 한다. 정 의원은 이를 2차 가해라 봤다.

지 관장은 장애인석이 옮겨지지 않았음을 2차 사과문에 기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별 발언이 휘발되지는 않는다. 진상조사를 2주나 끄는 동안에, 변명을 앞세우기 전에 우리의 이웃이고 친구·동료이자 가족인 장애인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했다. 자신의 발언이 차별, 혐오, 배제의 의미를 담았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했다.

진상조사는 10월 21일부터 시작해 5일 끝났다. 지 관장이 소명자료를 추가로 제출하면서 조사 기간이 늘어졌다. 시간을 지체시킨 것도, 간담회에서 한 발언들도 인사윤리위원회에서 다뤄져야 하겠다.

/주성희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