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글 한 조각의 대가…더 이상 달콤하지 않습니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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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학생들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여느 학생들처럼 인스타 감성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상상을 하며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좁은 매장에서 오랜 시간 서서 쉴 틈 없이 몰려오는 손님을 응대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로망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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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혜 | 중앙대 간호학과 1학년
많은 학생들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로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여느 학생들처럼 인스타 감성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상상을 하며 첫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좁은 매장에서 오랜 시간 서서 쉴 틈 없이 몰려오는 손님을 응대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로망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 직원 과로사 의혹’ 뉴스를 접하면서, 저의 일터도, 생글생글 웃고 있는 유명 카페의 아르바이트생들도 뒤로는 눈물짓고 있지는 않을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고인의 정확한 사인이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20대 젊은 직원이 갑작스럽게 숨진 배경에 고강도 근무 환경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번 사건은 화려한 ‘인스타 감성’ 뒤에 가려진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감성 카페’, ‘인스타 핫플레이스’, ‘베이글 맛집’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일 올라오는 사진 한장 뒤에는 매일 몇시간씩 쉬지 않고 빵을 굽고, 테이블을 닦고, 끝없이 고객을 맞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즐겼던 베이글이 이제는 누군가의 슬픈 사연이 담겨있을 것만 같아 섣불리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다리가 부을 정도로 오랜 시간 뜨거운 오븐 앞에 서서 수백개의 빵을 굽고, 고객의 까다로운 요구에도 항상 친절한 미소를 유지해야 하는 고강도 감정 노동까지 복합적인 업무를 요구받습니다. 순수한 로망을 가지고, 혹은 생계를 위해서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든 젊은이들은 “원래 남의 돈 버는 건 힘들다”라는 체념 아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는 돌아봐야 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번 사건을 사회 곳곳에서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들여다보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나아가 소비자로서 우리는 순간의 유희에 빠진 나머지 노동권이 무시 받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면, 이번 사건 이후 “대기줄이 없으니 지금이 기회!”라며 해당 매장을 찾아 베이글을 리뷰하는 콘텐츠가 여럿 올라오고 있습니다. 과로로 사람이 숨졌고 그 책임이 회사에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곳을 찾아가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이 터지면 잠시 분노했다가 1주일 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모두 잊어버리는 우리의 무관심은 다음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다음 피해자는 우리의 또래이자 누군가의 친구일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저 분노하고 소비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어떤 가치에 공감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스스로 성찰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은 인식과 관심의 변화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저는 오늘도 카페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베이글을 먹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빵 한 조각을 먹을 때마다 ‘오늘 이 빵을 만든 사람은 지금쯤 푹 쉬고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과로를 딛고 만들어진 달콤함은 더 이상 달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청춘의 땀이 눈물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가 당연하게 존중받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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