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돌봄 아동 늘어나는데"...광주 그룹홈 보육사 태부족
ADHD·자폐 등 전체 40%…그룹홈협의회 "'지원센터’ 설립해야"

#광주의 한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일하던 A씨는 지난해 주말 돌봄 중 아이의 난동으로 폭력 상황을 겪은 뒤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당시 A씨 혼자였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다. 아동의 상태를 진정시키는 일부터 주변 정리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 했다. 결국 A씨는 퇴사했다.
#16년째 지역 그룹홈에서 근무 중인 B씨는 시설장임에도 여전히 과장급 16호봉 대우를 받고 있다. 그룹홈 시설장의 경우,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다른 아동복지시설 원장과 달리 '소규모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호봉이 제한돼 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 속에서 종사자들의 이직은 끊이지 않고 있다.
광주 지역 그룹홈은 만성적인 인력난과 함께 열악한 근무 구조와 제도적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ADHD·자폐 등 특수욕구 아동이 늘어나는 가운데 그룹홈 생활 중 야간과 주말에는 보육사 한 명이 최대 7명의 아이를 돌보는 구조가 고착됐다. 보육사의 부담은 커졌지만, 지원체계는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이다.
그룹홈은 가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아동을 위해 소규모 가정 형태로 운영되는 아동복지시설이다. 보건복지부 '아동공동생활가정 설치·운영 안내서'에 따르면 그룹홈은 최대 7명의 아동을 보호하며, 시설장 1명과 보육사 2명 이상을 두도록 정하고 있다.
광주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광주에는 현재 34개소의 그룹홈이 운영 중이며, 182명의 아동이 생활하고 있다. 이 중 72명(39.6%)은 ADHD, 경계선 지능, 자폐 등 특수욕구를 가진 아동이다. 인력은 시설장 34명과 보육사 135명 등 169명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으로는 보육사 1명당 아동 1.3명꼴이지만, 이는 수치상의 착시다. 교대 인력 부족으로 야간·주말에 1명이 5~6명의 아동을 전담하는 시설이 80% 이상이다.
광주 지역 보육사 근속률은 81%로 통계상 높게 보이지만, 대다수 시설이 소규모라 한 명이 퇴사할 경우 인력 공백이 크다. 이들의 퇴사율은 19% 수준이다.
특수욕구 아동이 늘면서 돌봄의 난이도도 높아졌다.
ADHD, 자폐, 불안·우울 등 정서·행동 문제를 동반한 사례가 많지만 전문상담사나 치료 인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종사자가 직접 대응해야 한다. 전문 인력이 투입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어서 늘 긴장된 상태로 근무하는 실정이다.
광주 북구에서 참빛지역아동그룹홈을 운영 중인 오화경 시설장은 "장애 판정을 받은 아동은 상담·치료 바우처 등 공적 지원을 받지만, 경계선 지능이나 불안, 폭력 정도가 높은 아동의 경우 장애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지원되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기면 현장 교사가 모든 걸 감당해야 한다. 일반 양육시설처럼 상담·간호·행정이 분리돼 있지 않기 때문에, 한 아이의 문제 행동이 전체 분위기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광주아동청소년그룹홈협의회는 '그룹홈 지원 통합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서울·부산·경북 등 일부 지자체는 이미 통합형 그룹홈지원센터를 운영하며 심리치료·놀이치료·상담 연계와 함께 긴급 돌봄·대체인력 파견 등을 지원하고 있다.
광주에는 이러한 지원 창구가 없어 시설마다 개별적으로 위기 상황을 감당하고 있다.

광주시는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통합사례관리체계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미경 광주시 아동청소년과장은 최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특수욕구아동 질적 양육 지원 포럼'에서 "교육·복지·의료기관이 연계된 지원체계를 구축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다은 광주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광주 지역 그룹홈 아동의 약 약40%이 특수욕구를 지니고 있지만 전문상담 인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좋은 마음으로 버티는 돌봄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공공이 책임지는 전문 돌봄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그룹홈 지원센터 설립과 예산 반영을 추진하고, 관련 조례 제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종사자의 헌신에 의존하는 돌봄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으로 지속 가능한 보호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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