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우리미술관 ‘10년, 그 공간의 기억展’ 25일까지

정진오 2025. 11. 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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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한 기계도시, 예술의 온기 스미는 곳

박충의·염현진·이탈·차기율 등 강화도 중견작가 전시 선보여
고요함 채운 기계음과 움직이는 작품 기술적 생명감 불어넣어
고양이·바다와 기억·AI 영상 등 동구 괭이부리말 이야기 담아

이찬주 작가의 ‘불빛이 비추는 곳-만석동 괭이부리말’. 2025.11.4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인천의 기계도시의 원조 격이면서 지금은 그 어느 곳보다 쇠락해 구도심의 대표 격이 된 동구 괭이부리말. 이곳에 10년째 미술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우리미술관’이 동네와 함께해 온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3부작 전시회를 마련했다. ‘10년, 그 공간의 기억展’. 그중 세 번째 전시회가 지난 4일 개막했다.

기계도시일 때 이곳은 번성한 부둣가이기도 했다. 그때 괭이부리말은 강화도와 뱃길로 연결돼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충의, 염현진, 이탈, 차기율 등 강화도에서 작업하는 중견 작가들이 작품으로 강화와 괭이부리말을 연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부(9월16일~10월10일)와 2부(10월14~31일)가 전통 매체 위주의 전시였다면 이번 3부에서는 첨단 기법이 눈에 띈다. 움직임 없고 조용할 법한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계음이 들리고, 작품들이 움직이고, 동영상이 돌아간다. 마치 오래된 기계도시가 안고 있는 기술 감성을 깨우는 듯하다. 물론 가만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괭이부리말과 우리미술관의 10년을 반추하는 작품들도 있다.

이탈 작가의 ‘이데올로기 기계’ 작품을 두 사람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2025.11.4 /정진오기자 schild@kyeongin.com


괭이부리말의 고양이를 상징화 했다는 조세민 작가의 ‘수리수리마수리’는 고양이 몸체가 쉼 없이 돌아간다. 이탈 작가의 ‘이데올로기 기계’는 모니터 2개에 과거와 현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돌아가고 그 2개의 모니터는 아래위로 끊임없이 오르내리느라 시끄럽다. 이기수 작가의 ‘만석동의 하루’는 원형 틀을 360도 회전하는 태양열 집열판 모양이 마치 우주선의 부품 같기도 하다. 김해인 작가의 ‘강박의 여왕-만석’은 만석동 괭이부리말을 AI영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가운데는 박충의 작가의 파란색 작두 모양의 쇠판을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바다를 들다’가 차지했다. 바다가 중심이라는 메시지 같다. 염현진 작가의 ‘살아가는 아홉 가지 삶의 이야기’는 두텁게 흰색 실을 칭칭 감아돌린 나무 주걱 7개를 걸었다. 어머니가 가마솥에 밥을 해 주던 기억을 소환하는 작품이다. 제목은 아홉인데, 주걱은 7개다. 나머지 2개는 관람자가 펼쳐 보이란다.

동네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첫손님이 되어 함께 꾸며 온 우리미술관의 10년. 전시는 오는 25일까지다.

/정진오 기자 schil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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