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지구 기온 향후 10년 안에 1.5도 상승 돌파…제한 목표 실패"

나주예 2025. 11. 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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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환경계획(UNEP) '2025 배출량 보고서'
파릭기후협정 목표 실패 보고서로 첫 확인돼
현 정책 기준 지구 기온 최대 2.9도 상승 전망
미국 인디애나주 뉴버그에서 석탄 화력 발전소인 워릭 발전소가 4월 8일 가동을 시작하고 있다. 뉴버그=AP 연합뉴스

현재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모두 이행된다고 해도, 향후 10년 안에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시기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는 유엔 기구의 분석이 나왔다. 전 세계가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제시한 지구 평균기온 상승 1.5도 이내 목표 달성이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점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된 것이다. 특히 이번 세기말(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최대 2.9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수준으론 기후위기 대응 실패"

유엔환경계획(UNEP)은 4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년 배출량 격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1.5도 상승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졌으며, 향후 10년 안에 이 목표를 최소 0.1도 이상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2015년 이뤄진 파리협정은 전 세계 국가가 맺은 조약으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 한계점을 넘어서기 전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량은 800억~1,300억 이산화탄소환산톤(tCO₂eq·이하 톤)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이미 약 400억 톤 규모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 한계치는 10년 안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 정책 기준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 및 목표 대비 격차. 그래픽=강준구 기자

특히 보고서는 지구 온도가 이번 세기말 산업화 시기 대비 최대 2.9도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글로벌 경제 체계에 심각한 혼란이 초래되고, 3도 이상 상승할 경우 인류 문명이 위협받는 수준의 기후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577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3% 증가한 규모로, 2022년 대비 2023년 증가율인 1.6%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2010년대 연평균 증가율이 0.6% 수준이었던 10년 전보다 4배가량 증가했을 뿐 아니라, 기후위기 문제가 대두되기 전이었던 2000년대 연평균 증가율(2.2%)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 제한에 실패하는 이유는 주요 국가별 대응 격차가 여전히 크다는 데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호주 등 7개국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가능 궤도에 있지만, 중국의 경우 2060년에야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발도상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등은 여전히 감축 정책이 미비하다. 설상가상 미국이 내년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해 감축 목표를 철회하면 이로 인해 예상 온도 상승폭이 약 0.1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중국 등 국가들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예상되는 지구 온도 상승폭은 미국이 감축 목표를 철회하면서 대부분 그 효과가 상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9월 11일 그린란드 상공에서 누크 남쪽 약 80km 떨어진 곳에서 세르메크 빙하가 녹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더 빨리 녹는 빙하…해수면 상승 속도↑

빨라진 지구온난화 속도는 이미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남극의 헥토리아 빙하가 단 2개월 만에 해안에서 8㎞ 뒤로 밀려나면서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녹아 바다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전 기록보다 10배 빠른 붕괴 속도로,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 사이 해안에서 약 26km 멀어진 것이다.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 중인 지역 중 하나로, 헥토리아 빙하의 붕괴는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하고 전 세계 섬나라와 연안 도시들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빙하는 통상 바다에 고정돼 있지만 이를 지탱하던 얼음이 녹아 사라지면 파도에 의해 빙하 끝이 붕괴되고 빙산들이 대량으로 떨어져 나가면서 빙하가 연쇄적으로 무너져 나가는 것이다. 위성 사진을 통해 헥토리아 빙하의 붕괴를 목격한 테드 스캠보스 콜로라도대 선임연구원은 "남극 본토에 위치한 훨씬 더 큰 빙하 어디서든 또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WP에 설명했다.

치솟는 지구의 온도를 제한하기 위해선 전 세계가 국제적 지원과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공약 이행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UNEP는 "즉각적이고 전례 없는 감축 조치가 필요하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 확대와 국제 금융 시스템 개편 등을 통해 시나리오를 전환하면 지구 온도 상승 전망치를 최소 0.5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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