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MZ "정년연장은 불공정"

곽용희 2025. 11. 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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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비정규직, 세대간 갈등 커져
20대 조합원, 진보보다 보수 많아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오른쪽 네 번째)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여섯 번째) 등 양대 노총 지도부가 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0대 선배들은 육아나 출산 관련 의제에는 관심이 없고 정년 연장에만 열을 올리며 노조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A제조기업에서 일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20대 조합원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20~30대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투쟁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등에 젊은 세대 조합원은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노동계 내부에서 세대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산하 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청년 조합원은 보수화되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이하 조합원의 정치 성향 점수(0점 진보~10점 보수)는 5.35점으로 40대(3.65점)에 비해 보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의 23.1%가 자신을 ‘보수’라고 답해 ‘진보’라는 응답(14.2%)을 앞질렀다. 62.7%는 ‘중도’였다.

20대 노조원 85%가 중도·보수…"하청 편만 드는 노란봉투법 싫다"
실리에 민감한 20대 조합원, 비정규직 편향 법안 공감 못해

한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청년 간부 A씨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시험 치르고 들어온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동일하게 대우하자는 건 공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이 통과될 때까지 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몰랐다”며 “통과 이후 하청업체 노조에서 ‘내년부터는 교섭을 같이하는 게 어떻겠냐’는 연락을 받아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노조별 연령별로 큰 입장차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노동 제도 개편 방안과 관련해 노조 형태, 연령, 현안별로 의견차가 적지 않다. 내년 3월 시행될 노란봉투법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 견해차가 크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조 등 자회사(하청) 노조로 구성된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지난달 1일부터 공항공사 정규직 직원과 마찬가지로 4조2교대 도입, 인력 추가 채용,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국 대표단이 대거 입국한 29일 김해공항에 집결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틀 전인 27일엔 공사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가 “APEC과 국민을 볼모로 하는 민주노총 파업에 반대한다”며 맞불 집회를 열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공사 비정규직 인건비 인상은 정규직의 성과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한 50대 간부는 “젊은 조합원들은 실리에 민감하다”며 “하청·비정규직 보호에만 포커스를 맞춘 법을 달가워하지만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노동 현안을 두고 상급노조 간에도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된다. 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는 최근 업계 관련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밤 12시부터 오전 5시까지 새벽 배송을 금지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새벽배송은 택배 기사들이 원해서 선택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민노총 20대 조합원 63% ‘중도 성향’

노란봉투법의 후속 조처로 꼽히는 ‘교섭 창구 단일화(복수노조 사업장의 교섭 대표 선출 절차)’와 관련해서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차가 감지된다. 이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교섭 창구 단일화에 대해 “한국노총은 구체적인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교섭 창구 단일화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 중인 민주노총과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됐다.

노조 조합원 간 세대별 인식 차이도 크다. 노동연구원의 ‘청년 조합원은 보수화되었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중 ‘중도 성향’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2.7%에 달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반면 40대와 50대는 ‘진보 성향’이라고 밝힌 응답자(각각 47.7%, 51.7%)가 가장 많았다. 20대는 보수라는 응답(23.1%)이 진보라는 응답(14.2%)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30대도 중도 성향이라는 응답이 54.8%로 가장 많았다.

구체적인 이슈로 들어가면 세대 간 이견은 더 커졌다. 의제별 조사(1~5점 척도·높을수록 보수)에서 20대 이하는 ‘반페미니즘’ ‘시장주의 및 반공주의’ 항목에서 각각 3.84점, 3.80점을 기록해 50대 이상(2.95점, 2.84점)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파적, 정치적인 의제를 통해 특정 집단을 만족시켜 주기 위한 정책이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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