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좌파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사회주의 실험, 트럼프 정책과 대립

이규화 2025. 11.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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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무슬림 34살의 신예 조란 맘다니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시장에 당선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까지 맘다니가 공산주의자라며 그가 시장이 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맘다니는 "부유층의 부담이 늘더라도 다수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정의로운 도시의 방향"이라고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맘다니가 '감당 가능한 도시'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좌파적 실험이 트럼프 시대의 우파적 정책과 기조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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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무슬림 34살 신예 등장
50여년만 '최다 득표기록' 세워
무상교육 등 '사회주의' 실험대
고소득자 소득세 2% 부과 추진
공화당 등 "좌파 포퓰리즘" 비판
뉴욕시장에 당선된 조란 맘다니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인도계 무슬림 34살의 신예 조란 맘다니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시장에 당선됐다. 4일(현지시간) 오후 9시 종료된 선거에서 그는 50여년 만에 최다 득표기록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200만명 이상이 그에게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5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지 꼭 1년 만에 트럼프의 정책 노선과 정반대에 서 있는 인물이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뉴욕은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인 월가가 위치해 그 상징성이 더 크다.

원래 뉴욕시가 좌파 성향의 민주당 텃밭이긴 해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적 정책 기조에 대한 견제심리를 드러낸 것으로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전날까지 맘다니가 공산주의자라며 그가 시장이 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심지어 그가 시장이 되면 연방정부의 보조금을 깎거나 주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맘다니는 큰 표차로 당선됐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미국 정치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맘다니의 승리는 여러모로 역사적이다. 외신은 소수파인 그가 미국 정치의 상징적 무대인 뉴욕에서 당선된 것은 다양성과 세대교체의 흐름이 현실 정치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강경한 이민정책과 보수경제 노선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뉴욕 시민들은 이민자 출신의 진보좌파 정치인을 택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미국 정치의 '대안 실험실'로서 여전히 진보 좌파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에서 태어나 7세 때 가족과 함께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컬럼비아대 인류학과 교수 마무드 맘다니, 어머니는 영화감독 미라 네어로, 학문과 예술이 결합된 다문화적 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뉴욕시 퀸즈 지역구에서 주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으며, 민주당 내 진보적 흐름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혔다. 특히 주거비와 교통비, 보육비 등 생활비 상승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며, 청년층과 서민층 유권자들의 폭넓은 지지를 확보했다.

맘다니는 지난해 6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본선에서는 쿠오모가 무소속으로 재도전하고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워 후보까지 가세해 3자 구도가 형성됐다. 하지만 개표 결과 맘다니가 49.6%의 득표율로 쿠오모(41.6%)를 큰 격차로 제치며 당선을 확정지었다. AP통신과 CNN 등 주요 언론은 개표 60% 시점에서 그의 승리를 확실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맘다니 단일화'를 촉구하며 쿠오모와 공화당 후보 간 연대를 공개적으로 압박했으나, 끝내 실패했다. 오히려 뉴욕 시민들은 트럼프의 개입을 "지나친 정치적 간섭"으로 받아들였고, 이 같은 반감이 맘다니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맘다니의 선거 구호는 '감당 가능한 도시'(Affordable City)였다.

그는 "뉴욕은 더 이상 평범한 시민이 살 수 없는 도시가 되어선 안 된다"며 고물가·고임대료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뉴욕시 버스 요금 무료화 △아파트 임대료 동결 △시 직영 식료품점 시범 운영 △5세 미만 아동 전면 무상 보육 등이다.

재원은 부유층 증세와 법인세 인상을 통해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게 소득세를 2%포인트 추가 부과하고, 법인세율을 인상해 총 90억 달러(약 12조 원)의 재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공약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 민주당 내 좌파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공화당과 재계는 이를 '좌파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비판했고, 민주당 내 중도파에서도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재선된 지 1년 만에, 그가 가장 껄끄럽게 여긴 인물이 미국 최대 도시의 시장을 맡게 됐다. 더구나 뉴욕시는 트럼프 대통령 가문의 사업 본거지이기도 하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의 국정운영에 첫 견제구가 날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들은 맘다니의 당선은 미국 정치의 세 가지 흐름을 상징한다고 분석했다. 첫째, 세대교체다. 30대 청년 정치인이 뉴욕시를 이끌게 되면서 미국 대도시의 정치권력 구조가 빠르게 젊어지고 있다. 둘째, 다양성과 포용의 확산이다. 무슬림이자 인도계 이민자의 아들이 시장에 오른 것은 인종·종교의 벽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진보좌파 정책의 부상이다. 트럼프식 감세와 규제 완화 중심의 보수경제 정책에 맞서, 복지와 불평등 해소를 전면에 내세운 진보적 흐름이 대도시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물론 맘다니가 제시한 공약들이 실제로 실행되기까지는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 한다. 부자 증세는 뉴욕주 의회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며, 연방정부와의 재정 충돌 가능성도 있다. 뉴욕의 주요 산업인 금융·부동산계는 이미"기업과 자본이 뉴욕을 떠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맘다니는 "부유층의 부담이 늘더라도 다수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정의로운 도시의 방향"이라고 강조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맘다니가 '감당 가능한 도시'의 약속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그의 좌파적 실험이 트럼프 시대의 우파적 정책과 기조에서 어떻게 작동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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