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 국민 교통복지 정책? ‘K-패스’ 환급액 83% ‘수도권’이 차지

정윤성 기자 2025. 11. 5. 17:23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6 예산돋보기②] 총 환급액 4247억원 중 3502억원이 ‘수도권 이용자’에게 지급
가입자 70%가 수도권에…정부 내년 예산 2배 늘려 5274억으로
예산정책처 “수도권-비수도권 형평성 보완해야…신중한 검토 필요”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편집자주] 정부 예산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예산안 속 숫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속에는 대한민국의 희노애락이 녹아있다. 대한민국의 희망과 요구, 과제가 담겨있는 것이다. 그렇게 예산안은 국민의 삶을 결정짓는 설계도이자 국가의 지도로 평가된다. 예산안을 촘촘히 뜯어보는 일은 그래서 그 어느 일보다 중요하다. 어디에 세금을 '더' 쓰고 '덜' 쓰느냐에 따라 나의 오늘과 내일이 달라진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728조원으로 짰다. 역대 최대의 '슈퍼예산'이다. 이재명 정부는 어떤 미래를 설계했을까. 시사저널이 '예산안 돋보기' 기획을 통해 그 숫자들이 그려낼 미래와 남겨진 숙제를 짚어봤다.

서울 시내 지하철 개찰구 모습ⓒ시사저널 이종현

정부의 전 국민 교통 복지 정책인 'K-패스'의 혜택이 수도권에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내년부터 기존 예산을 2배 이상 늘려 시행하는 새로운 대중교통 지원 사업인 '정액패스(가칭)'의 혜택도 수도권에 쏠릴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재정 지원의 수혜가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형평성이 저해되는 만큼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패스는 국민의 교통비 절감과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한 대중교통비 환급 정책이다. 월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60회 이용분까지 최소 20%를 환급받을 수 있다. 지난해 735억원의 예산으로 시작된 사업은 대도시 중심으로 인기가 급증하면서 올해 예산이 2375억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한 달에 약 20만 명꼴로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K-패스 이용자 대부분은 수도권에 쏠려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K-패스 가입자는 38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수도권(서울·인천·경기) 가입자는 273만8122명으로 전체의 70.9%에 달했다. 비수도권 중에선 경남(25만3383명), 부산(25만3321명), 대구(14만8498명), 광주(11만4477명)를 제외하면 가입자 수가 10만 명을 밑돌았다.

이 때문에 환급 혜택도 수도권에 편중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급된 총 환급액 4246억7400만원 중 3501억9200만원(82.5%)이 수도권 이용자에게 지급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1927억300만원(46.4%)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134억4600만원(26.7%), 인천 395억4300만원(9.3%)순이었다. 광역시인 광주(67억4800만원), 울산(31억1500만원)등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확연한 상황이다.

수도권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발달하고 이용률도 높아 정책 구조상 수도권 쏠림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재정이 투입되는 복지 정책이라는 점에서 지방민들의 형평성 해소와 사각지대 해소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있어 왔다.

K-패스 가입자 및 연간 환급액 현황 ⓒ시사저널 양선영

예산 2배 더 붓는데 수도권만 웃는다

문제는 내년부터 예산을 대폭 늘려 시행될 새로운 대중교통비 환급 정책인 '정액패스' 역시 수도권 중심의 구조를 벗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내년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 사업 예산을 올해(2375억원)의 2배가 넘는 5274억4000만원으로 증액 편성했다. 기존 K-패스에 더해 '무제한 정액권' 형태의 새로운 지원제도를 병행하기 위해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시정연설에서도 국민의 교통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며 강조한 정책이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정액패스는 일반 이용자 기준으로 월 6만2000원 이상을 대중교통비로 지출하면 최대 20만원 한도 내에서 초과분을 모두 환급받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달 교통비로 20만을 쓸 경우 6만2000원을 뺀 13만8000원을 전액 돌려받게 된다. 같은 조건에서 K-패스는 4만원(20%)만 환급받는 만큼 이용금액이 많을수록 정액패스가 월등히 유리해지는 구조인 셈이다. 다시 말해 대중교통 평균 운임이 높고 이용 빈도가 높은 수도권 이용자들이 이번에도 더 많은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해 수도권의 광역버스와 GTX 등 고운임수단 이용자에 대해서는 환급 기준액을 6만2000원이 아닌 10만원으로 상향해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광역버스, GTX-A 등 수도권의 교통수단을 주로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대체로 K-패스보다 유리한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산정책처가 경기도 시내버스, 광역버스, GTX-A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가령 요금이 3200원인 경기도 광역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일반 이용자의 경우 40회부터 정액패스가 K-패스보다 높은 금액을 환급 받는다. 통상 월 근로일수가 20~22일인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광역버스 이용자는 사실상 출퇴근만으로도 그 외 추가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교통비는 사실상 '무료'가 되면서 혜택이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정액패스 환급 기준 금액인 6만2000원 이상을 매달 대중교통비로 지출하는 이용자 자체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월 6만2000원 이상 대중교통비를 지출한 이용자 비율은 경기도 44.8%, 인천 42.5%, 서울 38.3%인 반면, 광주 9.7%, 제주 11.8%, 전북 12.3% 등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컸다. 이용자 수로 따지면 비수도권 중 부산과 대구를 제외하고 월 6만2000원 이상을 대중교통비로 지출하는 이용자는 7만 명을 밑돈다.

예산을 2배 이상 확대해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의 형평성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정책처는 "정액패스 도입은 K-패스 재정지원 효과의 수도권 편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환급 구조 설계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요구된다"며 "K-패스가 도입된지 1년 정도 경과한 시점이므로 구체적인 사업성과에 대한 분석이 미흡한 측면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동 사업예산을 전년 대비 122.6% 증액 편성해 재정지원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