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형 RE100산단, ‘21세기 에너지 자산어보’ 돼야"

박형주 기자 2025. 11. 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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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연구원, 선순환 체계 갖춘 산단 제언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력 집합지"
"최대 효과 내려면 대규모 수요처 필수"
"정주여건 갖춘 에너지 자립형 신도시로"
해남 솔라시도 RE100산단 조감도/전라남도 제공

조선 후기 정약전이 집필한 흑산도 '자산어보(玆山魚譜)'는 전남의 풍부한 해양 자원의 집대성이었다. 오늘날 전남은 태양광·해상풍력 잠재량 전국 1위, 특히 세계 최대 단일 프로젝트(신안 해상풍력 8.2GW)를 갖춘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잠재력의 집합지이자, '에너지 전환의 보고'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남형 RE100 산업단지'가 대한민국 산업 지도의 새롭고 모범적인 밑그림이 될 수 있도록 '에너지 자산어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력 넘치는 전남, 소비처 절실

전남연구원이 10월 말 발간한 'JNI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전남은 전국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풍력 167.5GW와 태양광 276.7GW 등 총 444.2GW에 달하는 잠재력이다. 이에 따라 전력 생산이 넘쳐나 자립률이 197.9%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전력 생산을 제어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2024년 6월 기준, 광주·전남 지역 103개 변전소가 '계통 관리 변전소'로 지정돼 추가 발전시설 접속이 제한되고 있다. 이로 인해 출력 제한(발전 억제)이 상시화하면서 설비 가동률 저하와 발전 중단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허수 사업자 물량 회수와 2.3GW 규모의 계통 접속 재개, 523MW 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보급 확대 등 대응책을 추진 중이지만, 재발 방지와 분산형 계통 전환 없이는 근본적 해소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남 재생에너지 비중도 전국 평균보다 높다. 하지만 한국전력 평균 전력 구입단가는 2023년 기준 약 134.9원/kWh인데, 태양광 단가는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포함 시 약 200원대, 해상풍력은 400원대에 이르러 일반 단가의 2~3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전남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지만, 발전단가와 REC 비용 부담도 커서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지역으로, 경제성 확보에 제약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주민 소득 증대(햇빛연금) 효과를 가져오기도 했지만, '계통 포화 → 발전 제한 → 수입 감소'라는 부정적 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어 지역사회의 우려와 갈등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부지는 지방에 집중되지만, 전력 수요와 경제적 혜택은 수도권·도심에 편중되는 구조가 지속되면서 지역 간 경제적 격차가 쉽게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전남은 주민참여 이익공유제 조례화, 지역 주도형 계통망 운영, 분산에너지 특화 지구 모델 제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정책의 실효성 강화와 사회적 수용성 확보가 여전히 과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년 3월)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는 2030년까지 78GW, 2038년까지 121.9GW로, 중장기적으로 석탄 발전 축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분산에너지 관리체계와 지역 이행계획이 불명확하고, 민간 투자 유인이 부족해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 대비 실행 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재생에너지-저탄소-전력망 현대화'라는 일관된 국가 전략과 함께, 전남 차원의 구체적 실행 계획 마련이 절실하다.

재생에너지가 최대 효과를 발휘하려면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대규모 수요처(데이터센터, 반도체, 그린수소 등) 확보가 필수적이다. RE100 이행 압력이 높은 글로벌 기업이 전남에 입주할 경우,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지산지소형 에너지 소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와 경제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 핵심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특화도시로"

전남 RE100 산업단지 조성은 단순한 산업단지 건설을 넘어, 종사자 및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정주여건 마련이 핵심 과제다. 또한 RE100 산단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집적화 지구와의 연계성이 필수적이다. 전남권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국가 전력망 혁신과 균형발전을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거점으로 해남 솔라시도와 같은 기업도시를 중심으로 RE100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에너지 자립형 글로벌 미니신도시 조성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목포·영암·해남 일대에 30GW 규모의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이를 뒷받침할 'RE100 산업단지 특별법'을 제정해 전기요금 특례,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 국가 전력망 및 BESS 등 인프라 확충, 세제·투자 인센티브와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제의 제도화가 요구된다. 이를 통해 전남은 글로벌 RE100 시범도시이자 첨단산업과 정주·교육 인프라가 결합된 혁신 신도시로 도약하며, 국가 경쟁력 제고와 지역경제 활성화, 탄소중립 기반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국가정책은 '계통-기업 인센티브-주민참여-지역 실현력' 측면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전남에서 우선 실증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대규모 송·배전망 확충 및 유연한 계통 투자 없이는 재생에너지 허브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RE100 산단 투자 및 입주 기업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RE100 인증 체계를 기반으로 한 세제·금융·조달방식별 맞춤형 인센티브 지원이 필요하다. RE100 전환의 사회적 수용성과 지속가능성 강화를 위해,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주민이 주주로 참여하고 이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병행되어야 한다. 행정 절차 간소화, 규제 혁신을 통해 지역 중심의 신재생 보급 권한과 에너지 분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전남 내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전력을 산업단지와 지역 수요처에 직접 연계할 수 있는 근거리 에너지고속도로(전용망) 구축이 요구된다. 이는 '지산지소' 원리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단지와 산단·지역 수요지를 근거리에서 직접 연결함으로써 송전 손실을 최소화하고, 전력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지역 내 전력 순환구조를 구축함으로써, 주민 참여형 모델과 기업 RE100 달성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대규모 송·배전망 확충과 병행하되, 전남형 전용망 모델을 제도화하고 선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근거리 전용망의 구축 시 재원 조달 및 관련 법규와 인허가 문제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전남도는 솔라시도를 중심으로 10만 명 규모의 에너지 자립 미래도시를 계획 중이다. RE100 산단, 재생에너지 집적화 지구, 배후 정주 도시를 통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에너지 중심 신도시로 발전코자 한다. 에너지 신도시 핵심 요소인 스마트 그리드, AI 전력 관리, 수소 인프라를 RE100 산단에 적용해 재생에너지 자립과 산업 경쟁력 동시 강화가 필요하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전남연구원 박미숙 부연구위원은 "해남 솔라시도를 포함한 서남권 일대에 RE100 산업단지, AI 데이터센터, 해상풍력 산업 클러스터를 통합한 에너지 혁신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RE100 산업단지 특별법'을 바탕으로 투자 안정성을 높이며, 글로벌 투자 유치 및 주민 참여 모델 결합으로 지속 가능한 에너지 특화도시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