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리가 옳았다…만찬 속 ‘잣’, 조선 왕실의 사신 선물 [식탐]

육성연 2025. 11. 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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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잣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가을을 담으며 특유의 풍미를 뽐냈다.

리 셰프의 잣 활용은 전통 제철 재료를 양식과 결합한 점, 그리고 조선 왕실의 고급 재료로 국빈을 대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나 일본 사신에게 귀국 선물로 잣을 보내는 것이 상례였다.

한식 전문가인 차경희 전주대 한식 조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왕실에서는 잣을 갈아 잣즙을 낸 후, 오이·새우 등과 무친 냉채를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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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만찬서 ‘잣소스·잣파이’ 선봬
조선의 ‘명품 잣’, 명·日사신에 선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은 에드워드 리 셰프가 총괄을 맡았다. [에드워드 리 SNS]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우리나라 잣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가을을 담으며 특유의 풍미를 뽐냈다.

지난달 31일 경주 라한호텔 대연회장의 공식 만찬을 총괄한 주인공은 스타 셰프인 에드워드 리였다. 그는 롯데호텔서울 셰프들과 함께 만찬을 준비했다.

리 셰프가 레시피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것은 전채요리와 디저트였다. 그는 이 분야에서 모두 ‘잣’을 이용했다. 리 셰프의 잣 활용은 전통 제철 재료를 양식과 결합한 점, 그리고 조선 왕실의 고급 재료로 국빈을 대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하는 데 적합한 선택이었다는 평이 나왔다.

우선 잣은 11월이 제철로, 지금이 가장 맛있다. ‘한국의 가을’이라는 만찬 주제를 표현하기에도 제격이다.

독창적인 레시피로 동서양의 조화를 끌어낸 것도 인상적이다. 리 셰프는 잣으로 부드러운 샐러드 소스를 만들었다. 잣 소스를 곁들인 게살 샐러드다. 디저트에서는 서양식 파이에 잣을 올린 ‘구운 잣 파이’를 선보였다.

특히 잣은 우리 조상이 귀하게 사용한 식재료이다. 이번 만찬에서 쓰인 것처럼, 조선 왕실은 귀한 손님에게 잣을 대접했다. 실제 우리나라에 온 명나라나 일본 사신에게 귀국 선물로 잣을 보내는 것이 상례였다. ‘성종실록’에 따르면 1480년 명나라에서 사신이 왔다 돌아갈 때 인삼 3근과 함께 잣 15말을 보냈다. 당시 잣은 고려 인삼과 함께 주변국에 ‘명품’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APEC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에드워드 리 총괄셰프는 잣 소스를 이용한 게살 샐러드와 잣 파이를 선보였다. [에드워드 리 SNS]

잣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자라지만, 한국의 잣은 그중에서도 명성을 떨쳤다. 중국은 신라의 잣을 으뜸으로 여겨 잣나무를 ‘신라송’이라 불렀다. 그래서 신라 사신들은 중국에 갈 때 인삼과 함께 잣을 많이 가져가 팔기도 했다.

영양소도 뛰어나 왕실에서도 자주 먹었다. 한식 전문가인 차경희 전주대 한식 조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왕실에서는 잣을 갈아 잣즙을 낸 후, 오이·새우 등과 무친 냉채를 먹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잣가루를 소고기 음식에 뿌리거나, 쌀가루와 함께 갈아서 잣죽을 만드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용했다”라고 했다.

특히 “잣죽은 몸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보양식으로 즐겼다”라고 소개했다. 조선시대 허준도 의학서 동의보감에서 “잣죽을 오래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져 늙지 않는다”라며 “잣이 피부를 윤택하게 하고 오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라고 적었다. 잣에는 비타민 B 등과 함께 불포화지방산인 올레산, 리놀산, 리놀레산이 풍부하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이 운영하는 전통문화포털에 따르면, 예로부터 잣은 음식의 고명이나 양념 등 여러 형태로 한식에 쓰였다. 디저트로는 잣을 볶아서 엿과 섞어 굳힌 ‘잣박산’이 있다. 조선 실학자 홍만선이 쓴 농서 산림경제에는 잣을 첨가해 빚은 ‘백자주’도 소개돼 있다.

잣죽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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