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인가" 이미 눈·뇌까지 퍼졌다…백성문 변호사도 못 피한 '이 암'

정심교 기자 2025. 11. 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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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고 백성문 변호사의 아내 김선영씨가 고인의 SNS에 올린 영정 사진. /사진=고 백성문 변호사 인스타그램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법률 자문을 해오던 고(故)백성문(52) 변호사가 지난달 31일 '부비동암'으로 세상을 떠나 많은 이에게 충격을 안긴 가운데, 부비동암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도 커졌다.

그의 아내 김선영 YTN 앵커는 지난 1일, 결혼 6년 만에 세상을 떠난 백 변호사의 소셜미디어(SNS)에 "남편은 지난해 여름, 부비동암이라는 희귀암을 진단받고 수술·항암·방사선 치료 등을 받으며 1년여간 치열하게 병마와 싸웠지만, 끝내 무섭게 번지는 악성종양을 막지는 못했다"며 "물 한 모금도 못 삼키는 고통 속에서도 와이프 끼니를 챙기던 다정한 남편이었다"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과연 부비동암은 어떤 병이고, 증상과 치료법은 뭘까.

부비동암을 이해하려면 부비동의 구조부터 파악하는 게 도움 된다. 사람의 얼굴 뼛속엔 몇 개의 공간이 있다. 코안의 빈 곳이 비강, 비강 주위에 있는 동굴 모양의 공간인 부비동이다. '코 옆에 위치한 동굴'이라는 의미에서 부비동(副鼻洞)이라 이름 지어졌다. 비강에 암이 생기면 '비강암', 부비동에 암이 생기면 '부비동암'으로 진단한다. 비강암과 부비동암은 사람에게 생기는 전체 암 가운데 1%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매우 드문 암이다.

부비동의 구조. /그림=서울대병원


부비동은 위치에 따라 4개로 나뉜다. 이마굴(전두동)은 이마뼈 안에 위치하며 눈썹 부근에 좌우로 있다. 벌집굴(사골동)은 양쪽 눈 사이이면서 코뼈 안쪽에 위치한다. 여러 개의 작은 공간들로 나뉜다. 나비굴(접형동)은 양쪽 눈 부위의 깊은 안쪽에 위치하며, 부비동 중 가장 뒤편에 있다. 위턱굴(상악동)은 눈 아래 부위, 위턱 부분에 위치한다. 양 뺨 안에 있으며, 부비동 중 구조가 가장 크다.

이를 바탕으로 부비동암은 발생 위치에 따라 △상악동암 △사골동암 △전두동암 △접형동암 등 4종으로 나뉜다. 그중 '상악동암'은 작업 환경과 깊이 연관된다고 의학계는 추정한다. 니켈, 가죽 건조, 광물성 기름, 크롬, 이소프로필 알코올, 칠기, 땜질, 용접, 나무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에서 상악동암의 발생률이 유독 높게 나타나서다. 특히 니켈은 상악동암 중에서도 편평세포암종, 나무 분진은 선암종의 발생과 관련 있다고 보고된다. 편평세포암종은 흡연과 관련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부비동암을 일찍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거나 코막힘(특히 한쪽만), 후각 감퇴, 콧물, 코피, 가피(코딱지) 등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게 일반인에게도 흔한 비염·축농증 등과 비슷해서다. 이 때문에 부비동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대부분 어느 정도 진행해서야 뒤늦게 진단된다.

용접, 나무, 니켈, 가죽 건조, 광물성 기름, 크롬, 이소프로필 알코올, 칠기, 땜질 등을 취급하는 노동자에서 부비동암 중 상악동암의 발생률이 높다.

부비동에 생긴 암이 주변 구조를 침범하는 양상에 따라 증상도 다르다. 안와를 침범하면 안와 주위 부종, 결막부종, 안구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외안근의 운동 장애에 의한 복시, 안구돌출, 시력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구강을 침범하면 치아·의치가 흔들리거나 입을 벌리기 어렵고(개구장애), 경구개(입천장 앞쪽의 단단한 부위)에서 종괴(덩어리)가 관찰될 수 있다. 암세포가 얼굴을 침범하면 얼굴 비대칭·통증, 얼굴 이상 감각이 발생할 수 있다. 암이 뇌 신경을 침범하면 뇌 신경 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같은 부비동암 환자여도 조직학적 특성, 종양의 침범 정도, 눈·뇌 침범 여부에 따라 의료진이 치료법을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 다른 부위의 악성종양에서와 같이 정상조직을 포함해 떼는 절제술이 이상적이지만, 수술요법만으로는 생존율이 낮다. 수술 전 또는 수술 후 방사선 치료, 유도 항암요법, 보조적 항암요법(adjuvant chemotherapy)을 병용할 수 있다.

악성도가 낮은 종양에선 눈·뇌를 보존하고 얼굴 변형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절제술을 시행한다. 악성도가 높은 종양에선 안구 적출, 개두술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적출한다. 환자의 전신 상태, 수술 후 초래될 외형적·기능적인 장애에 대한 극복 여부를 고려해 치료법을 선택한다. 정은재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부비동암은 수술적 치료가 기본이지만, 최근엔 코 기능을 보존하도록 내시경 수술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입천장·얼굴뼈를 제거해야 할 경우 팔·다리·어깨 등에서 자가 조직을 이식해 본래의 기능·모양을 복원하는 재건술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부비동. /그림=서울아산병원

하지만 부비동암은 워낙 조기 발견이 어려워 종양 자체가 늦게 발견되고, 진행이 빠른 데다, 주변에 눈·뇌 같은 중요 구조물과 가까워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부비동암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59.5%로 보고된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코막힘, 콧물, 코피 등의 증상이 있을 땐 이비인후과에서 코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권고된다. 종양이 발견되면 종양을 떼어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악성 종양인 경우에는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흉부 X-ray, 복부 초음파, 뼈 전이 검사, 전신 양전자 단층촬영 등을 실시한다.

부비동암은 일찍만 발견해 치료하면 눈·뇌 같은 중요 구조물을 보존할 수 있고, 치료 후 안면 변형도 줄일 수 있다. 니켈, 가죽 건조, 광물성 기름, 크롬, 이소프로필 알코올, 칠기, 땜질, 용접, 나무 등을 취급하는 환경에선 마스크를 착용하고, 정기적인 코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권장된다. 이 암은 흡연과의 관련성이 보고되므로 예방하기 위해 금연해야 한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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