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코스피 4000선 간신히 방어...외국인 팔자 vs 개인 사자
코스피·코스닥 급락에 '매도 사이드카' 발동
"AI 밸류 부담"…단기 조정 후 반등 전망

인공지능(AI) 고평가 논란에 따라 5일 오전 코스피가 3800선까지 급락했다가 낙폭을 다소 회복하며 4000선을 겨우 지지한 채 마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85%(117.32포인트) 내린 4004.42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오전 10시30분께 3867.81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이후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하락폭을 만회하며 4000포인트를 간신히 넘긴 채 장을 닫았다.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코스피에 브레이크가 걸린 모습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이후 지난 3일에는 4200선마저 넘어섰다. 그러나 지난 4일과 5일, 2거래일간 뒷걸음질 치며 4000선을 위협받고 있다.
외국인이 매도세가 심상치 않은 가운데 개인이 외국인 물량을 받고 있다. 외국인은 2조5181억원어치, 기관은 79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개인은 2조5657억원 순매수하면서 물량을 받아냈다.
증시가 급락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주식시장에서 선물 가격 급등락이 현물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제한하는 제도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하락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4.10%(4300원), SK하이닉스는 1.19%(7000원)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외 국가들에게 엔비디아 블랙웰 AI칩 판매를 제한한다는 소식이 불확실성을 키운 모습이다. 그 외 LG에너지솔루션(-1.90%), 현대차(-2.72%), 두산에너빌리티(-6.59%),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 등이 모두 동반 하락세다.
AI 관련주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 수준) 우려에 따라 전날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그 여파가 코스피로 번지고 있다. 전날 미국 S&P500지수는 1.2%, 나스닥지수는 2.0% 하락했다. AI 빅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가 역대급 매출에도 고평가 논란 속에 급락하는 등 미국 시장 전반에 고밸류 우려가 나타난 영향이다.
같은날 월가 투자은행(IB) 주요 최고경영자(CEO)들이 증시 조정에 관한 경고 메시지를 내면서 불안감은 확대됐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향후 12~24개월 사이에 주식시장이 10~20% 하락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상승한 뒤에는 잠시 되돌림이 오고 투자자가 다시 재평가하는 시기가 오게 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테드 픽 CEO도 "증시의 10~15%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거시경제적 충격에 따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위원회(Fed)의 12월 금리 인하 불확실성 등 매크로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AI 주식의 높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에서는 증시 고밸류에이션, AI 주식들의 수익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의 본격적인 '셀 코리아(Sell Korea)'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방향은 이익 전망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현재 코스피의 2025년, 2026년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0월 초 대비 각각 3%, 15% 상향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본격적인 '셀 코리아'로 번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차 상법 개정안 등 모멘텀이 추가로 존재하는 만큼 코스피가 단기 조정 후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정감사가 마무리된 만큼 국회에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 분리과세 등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상법 개정안 통과 기대감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11월에는 자사주 비중이 높고 배당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배당주, 증권, 지주 업종 중심으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송재민 (makm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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