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이 무너지면 산업이 멈춘다”…정부 외면 속 기초산업 붕괴 우려 커져

곽성일 기자 2025. 11. 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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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전기차의 뼈대 ‘철강’ 흔들…조선·방산·지역경제까지 도미노 위기
K스틸법 제정 지연 속 업계 “정부, 기초산업을 구할 결단 지금 필요”
▲ 포항제철소.

정부의 대미 협상에서 철강 문제가 배제된 사실이 논란이 되면서, 산업계에서는 "철강이 무너지면 산업 전체가 멈춘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AI·반도체·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화려한 외피 아래, 그 토대를 이루는 철강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철강은 산업의 기초체력이다. AI·반도체·전기차가 산업의 '두뇌'라면, 철강은 그 신체와 뼈대다. 기초가 무너지면 첨단은 설 자리를 잃는다. 철강을 지키는 일은 과거의 회귀가 아니라 미래의 기반을 세우는 일이다.

지금이 바로 그 결단의 순간이다.

철강은 모든 첨단산업의 '물리적 언어'다. 반도체 장비의 정밀 프레임, AI 데이터센터의 냉각 구조체, 로봇과 드론의 기계장치까지 철강이 없다면 기술은 형체를 갖출 수 없다. 철강 가격이 10% 오르면 장비 원가가 3~4% 상승한다는 분석도 있다.

철강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생산라인 구축이 지연되고, AI 서버나 반도체 장비의 납기가 꼬이기 시작한다.

△ 전기차·배터리산업.

전기차는 고장력 강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차체와 배터리 보호 구조물, 모터 하우징이 모두 철강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철강기업이 무너지면 완성차 업체는 외국산 강판을 고가로 수입해야 하고, 생산 원가 상승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진다. "철강이 끊기면 하루도 전기차를 생산할 수 없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 조선·방위산업.

조선과 방산은 철강 의존도가 가장 높다. 잠수함, 함정, 전차용 특수강은 국내 기술력으로만 생산 가능한 전략 소재다. 철강산업이 약화되면 군수 체계가 수입 의존으로 전락하고, 이는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리스크로 직결된다.

조선산업 역시 고품질 후판의 안정적 공급이 끊기면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된다.
 
▲ 포스코 광양제철소 산소공장의 대형 공기분리장치(ASU, Air Separation Unit) 전경.

△ 지역경제·고용 붕괴.

포항·광양·당진 등 주요 철강도시는 지역내 총생산의 40~60%를 철강이 차지한다.

철강산업의 흔들림은 중소 협력업체·물류·운송·서비스까지 연쇄적인 도미노 타격을 부른다. 고용 불안이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경제 전반이 침체에 빠진다.

산업업계는 "철강산업을 단순한 구산업으로 분류해온 정부의 인식이 문제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 중인 'K스틸법'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의 법적 보호 △탄소중립 전환 지원 △신소재 연구개발 촉진 △지역산업 상생 등을 골자로 하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정부가 산업을 포기할 권리는 없으며, 산업을 지키고 융성시킬 책임만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중앙정부·국회를 상대로 법 제정 촉구와 산업지원 대책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