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사라지면 검찰개혁 끝난 걸까?

이은기 기자 2025. 11. 5.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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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부실 수사 등을 막기 위해, 검찰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시작된 검찰개혁의 뿌리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9월26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 모습. ⓒ시사IN 이명익

검찰청이 사라진다. 1948년 출범한 지 78년 만의 일이다.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검찰청 업무가 나뉘었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수사는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기소는 법무부 산하에 신설된 공소청이 각각 맡게 된다. 검사의 역할을 기소(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로 한정한 게 가장 큰 변화다. 검사는 공소청에만 소속된다. 중수청에서 수사를 하기 위해서는, 검사라는 직책을 포기하고 수사관으로 일해야 한다. 주요 사건은 관할을 쪼개 경찰(일반 범죄), 중수청(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 범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고위공직자 범죄)가 수사한다.

당장 바뀌지는 않는다. 정부가 1년의 유예기간을 뒀다. 1년간 공소청과 중수청 설치 법안을 비롯해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관련 법률 180여 개와 하위 법령 900여 개를 정비해야 한다. 각 기관의 세부 권한을 논의하고 정원 산정, 예산편성, 청사 확보, 하부조직 설계 등 실무적인 준비도 남았다. 이 역할을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제도개혁추진단(단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담당한다. 앞으로 1년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지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펼쳐진 장면들을 복기해봤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지난 4년간 수사권 문제가 복잡했다. 당초 검찰은 수사권(수사개시권·수사지휘권·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이 중 수사지휘권과 수사종결권, 영장청구권, 기소권은 검찰만 독점했다. 수사권은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범인을 특정하는 권한이다. 기소권은 수사한 범죄 혐의에 대해 재판에 넘기는 권한이다. 검찰이 상호 견제가 필요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쥐면서 표적수사, 별건수사, 봐주기 수사가 남발됐다는 여론이 컸다.

문재인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에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부여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은 경찰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만 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위를 전체 범죄에서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로 줄이고, 2022년에는 부패·경제 범죄만 남겼다. 2019년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이광철 변호사는 “과거 원님 재판처럼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어떤 브레이크도 작동이 안 되는 문제가 반복되면서 수사·기소 분리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을까. 경찰의 수사 업무 범위가 대폭 늘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서, 이전과 달리 검찰이 경찰 수사에 대해 ‘지휘’를 할 수 없게 됐다. 원칙적으로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로 보내던, 전건 송치 제도도 사라졌다. 경찰에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서,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은 검찰에 송치되지 않는다. 이전에는 경찰 판단에 불복하는 피해자(고소인)가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검찰의 판단을 구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 절차가 새롭게 생겼다. 불송치 사건의 경우,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거나 검사의 재수사 요청이 3개월 이내에 이행되지 않으면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을 수 있게 됐다.

9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피해자에게 시간과 비용이 든다”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 중심에 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곁을 지키던 이들이 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검찰개혁’이라는 프레임 뒤에 가려진 실질이 1차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 통제의 형해화”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남 화순군 장애인 시설 내 사망사건을 사례로 들었다. 2021년 6월, 시설 입소자였던 10대 발달장애인이 몸에 멍과 상처가 있는 상태로 발견된 뒤 결국 숨졌다. 학대로 인한 사망으로 의심됐다. 김 변호사는 경찰 입건도 되지 않았다는 유가족 요청을 받고 그해 10월 사건을 맡았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해 겨우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왔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고민하는 단계다.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검사 출신 오선희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으로 검찰개혁 논의에 참여했다. 오 변호사도 경찰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지휘 공백이 남는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경찰 불송치 결정 이후, 누군가는 경찰 수사를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부족한 부분은 추가로 수사하고, 기소가 잘 되도록 정리해야 한다. 그게 종전에 검찰이 가졌던 권한이다. 검찰 권한을 빼앗더라도 수사 절차상 필요한 기능을 없애면 안 된다(현재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고 있다). 최근 내가 담당하는 사건 중에는 경찰이 법리를 몰라 아예 오해한 탓에 불송치한 사건이 있었다. 전에는 다 (검찰에) 올라갔는데 지금은 아니다. 피해자(고소인)에게 이의신청 제도가 있긴 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든다.”

두 변호사 이야기를 종합하면, 당초 ‘검경이 협력하라’는 취지의 의도는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검찰이 직접 사건을 지휘하던 때에는 유죄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경찰에 자세히 설명하고 요구했다면, 지금은 아니다. 검찰은 경찰의 송치나 영장 신청 후에 보완수사 요구만 할 수 있다 보니 경찰이 알아서 해오길 기다리는 식이다. “구속력이 없으니 경찰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뭉갠다. 검찰도 수사지휘권이 없으니 더 이상 자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할 근거가 없는 거다(김예원 변호사).” “이전에는 검사가 전화 한번 하면 되는 문제를 지금은 보완(수사) 요구 서류가 왔다 갔다 해야 한다. 이게 다 비용이다(오선희 변호사).”

검경의 상호 불신 속에 ‘핑퐁 수사’가 반복됐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형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2020년 142.1일에서 수사권 조정 이후 점차 증가하다 2024년 312.7일에 달했다(경찰청은 통계 산출 근거가 불명확한 데다가 실제 경찰이 파악한 수치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9월5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입장을 내고 “수사권 조정 이전에는 지휘 구조가 명확해 검찰 역시 수사 책임자로서 사건 파악을 위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수사 책임 단위가 명확하지 않아 사건이 여기저기 ‘핑퐁’되면서 피해자는 어느 단위와 소통하며 사건을 파악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사건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찰의 수사 지연이나 부실 수사 등을 막기 위해, 검찰에 일부라도 수사 기능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는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시작된 검찰개혁의 뿌리를 뒤흔든다는 점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원칙적으로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뿐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1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 규정(대통령령)을 고쳐, 검사가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사건을 수리한 날부터 1개월이 경과한 경우’ 등에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도록 규정했다.

10월14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시사IN 조남진

10월14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에 대한 질의에 즉답을 피하는 대신, 신설되는 공소청이 1차 견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1차 수사기관의 수사 지연이나 권한 오남용과 관련해 제도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공소청의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통한 통제도 가능하다고 본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우려를 표하며 “(범죄) 피해자는 검찰의 보완수사·직접수사를 통해 사안에 대한 재검토의 기회를 얻는다”라고 주장했다.

“문제 해결책이 왜 꼭 검사의 보완수사권이어야 하나?” 박판규 변호사가 반문했다.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담당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경찰이 수사하는 데 아무런 관심이 없다. 경찰은 통신·체포·구속 영장을 신청할 때마다 검사에게 관련 기록을 보낸다. 검사가 그걸 보고 법리적으로 의견을 줘야 하는데 나 몰라라 한다. 경찰 수사가 다 끝나면 그때야 한번 본다. 검사는 경찰이 (개별) 영장을 신청할 때마다,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부족한 점을 알려줘야 한다. 나아가서 앞으로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될 때부터 법률 조력을 제공할 검사를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기소권자가 수사권 가지면 안 되는 이유

박판규 변호사는 기소권자가 수사권을 가지면 안 된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법률가로서 수사 과정에서 형사소송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검사가 수사를 하면 그 수사는 누가 감시하나? 표적수사, 정치 수사는 기소권자가 하는 수사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완수사가 ‘보완’에 그치지도 않는다. 사실상 ‘재수사’다. 검찰이 100번 압수수색을 하고 소환조사를 하고, 몇 년에 걸쳐 질질 끌면서 수사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검찰 입장에서는 수사권을 빼앗긴다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사관 등 기존 검찰 수사 인력도 공소청에 그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광철 변호사는 “원칙적으로는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포함한 일체의 수사권을 남기지 않는 게 맞는다”라면서 최근 불거진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검찰 불기소처분 사례를 들었다. 특별사법경찰관이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과 달리, 검찰은 쿠팡CFS(쿠팡 물류부문 계열사) 측을 불기소처분했다. 이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문지석 광주지방검찰청(당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 재직) 부장검사는 불기소처분 배경에 당시 상관에 의한 부당한 개입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의미다. 이 변호사는 “보완수사 형태로도 검찰이 얼마든지 장난칠 수 있다. (문지석 검사에 따르면) 이 사건도 대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 때 확보한 핵심 증거를 누락했다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10월2일 윤석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한 내란 특검 파견 검사들이 상복 차림으로 앉아 있다. ‘검찰청 폐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중계 화면 갈무리

그간 검찰개혁을 이어온 동력은 여론이었다. 참여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검찰개혁 논의가 시작됐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검찰 비리와 정치 검찰 논란으로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윤석열 정권 검찰도 정권 비호, 편파 수사 의혹으로 반발을 샀다. 검찰개혁은 기본적으로 검찰의 권한을 다른 기관에 나누고 조정하는 일이다. 그동안 검찰은 권한을 견제하려는 모든 시도에 정치적 중립 침해를 명분으로 저항했다. 이번에도 검찰청 폐지가 다가오자,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이 원소속인 검찰청으로 복귀를 요청하며 반발했다.

이재명 정부는 검찰개혁 논의 20여 년 만에 검찰청을 폐지했다. 남은 1년간 지난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검찰의 탈정치화와 동시에 검경 상호 협력관계를 마련하고 수사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오선희 변호사는 “경찰의 수사와 검찰의 공소는 유기적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검경이 협력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더 잘하게 할 수 있을지에 중점을 두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얘기했다. 검찰제도개혁추진단 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10월13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법 개정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 제도 설계를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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