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공부만 하는 곳 아냐… 지역 커뮤니티 허브 돼야 [나의 삶 나의 길]
‘구청 사서’로 첫발
지식 형태 바뀌어도 보관·제공은 불변
부친 권유로 도서관학 전공 뒤 사회로
도서관 기능 고민 끝에 ‘새 역할’ 자각
‘튀는 프로젝트’로 주목
재능기부 추진해 주민들 큰 호응 얻어
독서동아리 인큐베이팅 모델도 정립
MZ 겨냥 ‘힙독클럽’으로 새 문화 형성
‘도서관 혁신가’ 명성
혁신 정책 수립 위해 도서관장 도전장
서울광장 ‘책읽는 광장’ 만들어 호평
기술·인문 조화 이루는 도서관 새 목표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하게 됐다. 지식의 형태는 바뀌어도 지식을 보관하고 제공하는 곳은 세상이 변화해도 존재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1994년 사서로 공공도서관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첫 직장은 성동구청 자료실이었다. 구청 자료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사서로 근무하면서 공공기록관리의 기초를 다졌다. 도서관 일을 하면서 도서관의 기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다. 문화센터와 평생학습센터가 자치구 기반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평생교육이나 문화기관과 공공도서관의 역할에는 어떤 본질적 차이가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당시 국내 서적으로는 이러한 의문을 해소할 수 없어 해외 도서를 검색하던 중 2006년 6월 맥케이브 저자의 ‘Civic Librarian’이라는 도서를 발견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도서관, 세상을 바꾸는 힘’ 제목으로 반역 출판하면서부터 공공도서관 혁신에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기존의 교육센터, 문화센터 역할을 넘어 시민과 시민, 시민과 단체를 연결하는 커뮤니티센터로서의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을 자각하게 됐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커뮤니티센터 역할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제시하게 됐다.”
-2007년 35세의 최연소로 광진정보도서관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튀는 프로그램을 많이 추진했는데.


“지난해 4월 출범한 전국 최초의 느슨한 연대 방식으로 새로운 독서문화를 만들어가는 북클럽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책 한 권만으론 움직이지 않는다. 책을 매개로 새로운 경험을 원한다. 힙독클럽은 그 감각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다. 현재 회원 수는 1만여명이다. 회원의 81%가 20~30대 MZ세대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독서문화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얼마나 큰지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리딩몹과 노마드리딩이다. 리딩몹은 1만명의 느슨한 연대 속에서 특정한 목적이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독서활동을 한 후 다시 흩어지는 플래시몹 개념을 독서에 접목했다. ‘벽돌책 격파단’을 통해 사피엔스, 총균쇠, 코스모스 등 혼자 읽기 어려운 두꺼운 책을 함께 읽는다. 노마드리딩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동하면서 책을 읽는 개념으로,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리는 보라매공원, 역사적 정취가 있는 운현궁, 이효석문학관이 있는 봉평 메밀밭 등 의미 있고 아름다운 장소로 이동하면서 몰입독서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행사는 독서가 정적이고 지루한 활동이 아닌 동적이고 즐거운 활동이어서 MZ세대 반응이 너무 좋다.”
-서울광장에 어린이를 위한 창의도서관 마련도 큰 보람이라고 말하는데.

“인공지능(AI)와 메타버스가 일상이 된 지금, 도서관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이 중요하다. 전자책, 오디오북, AI 추천 시스템 같은 기술은 이미 일상이다. 하지만 도서관은 기술보다 ‘사유의 깊이’를 지켜야 한다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도서관은 생각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기술과 인문이 조화를 이루는 도서관, 그것이 서울도서관의 다음 목표다. 도서관은 전통적으로 개인의 학습과 독서 공간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현대사회가 직면한 복합적 과제들을 고려할 때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제 개인의 학습을 넘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시민들 간의 교류와 협력을 촉진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 간 신뢰와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자본을 형성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다.”
●1971년 경남 진주 출생 ●이화여대 문헌정보학 박사 ●1994년 성동구청 자료실 사서로 공직 입문 ●2007∼2022년 광진구립도서관장 ●전국도서관운영평가 대통령상(2011년, 2014년, 2018년 3회 수상 ●2017~2021년 서울시사서협회 공동대표 ●2022년~현재 공공도서관협의회장 ●2023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녹색도서관상 ●2024년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마케팅상 수상 ●2022년~현재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공동추진위원장 ●2022년∼현재 서울도서관 제3대 관장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 ●저서 ‘책 읽는 시민이 답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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