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 정지 안 돼요” 보이스피싱보다 돈 돌려받기 어려운 로맨스스캠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김씨는 다급히 경찰과 은행을 찾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가 아니어서 계좌 지급 정지나 피해금 환수는 어려울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김씨 변호인은 4일 한겨레에 "로맨스스캠 사건은 금융사와 수사기관 대응이 보이스피싱 사건일 때와 확연히 다르다"며 갑갑해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피해자가 송금한 사기 이용 계좌는 즉각 지급정지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한겨레 h730’을 쳐보세요.)
60대 남성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 온라인에서 연인 관계를 맺은 ㄱ씨 권유로 외국 쇼핑몰 누리집 입점 사업에 투자했다. ㄱ씨는 상품 구매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 돈을 요구했는데, 초반에는 수익이 났다며 일부 금액까지 돌려줘 김씨의 믿음을 샀다. 투자 권유가 ‘로맨스 스캠(사기)’이었다는 사실은 오래 지나지 않아 드러났다. ㄱ씨는 전산 오류를 핑계대다 연락을 끊었고, 쇼핑몰 누리집도 가짜였다. 김씨는 다급히 경찰과 은행을 찾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가 아니어서 계좌 지급 정지나 피해금 환수는 어려울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김씨 변호인은 4일 한겨레에 “로맨스스캠 사건은 금융사와 수사기관 대응이 보이스피싱 사건일 때와 확연히 다르다”며 갑갑해했다.
국경을 넘나들며 벌어지는 로맨스 스캠, 주식 투자 리딩방 사기 등 ‘신종 비대면 사기’가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가운데, 이들 범죄에 대한 피해자 구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비대면 사기 피해 회복을 위한 현행법이 ‘보이스피싱’에만 초점을 맞춘 탓이다. 지난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로맨스 스캠 피해 금액은 1522억원,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 액수(2023년 9월~올해 8월)는 1조2414억원에 이른다. 경찰청 경제범죄수사과 관계자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이 통상적인 보이스피싱 범행에 맞춰져 있어,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에 대해서는 해당 법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통신사기피해환급법(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피해자가 송금한 사기 이용 계좌는 즉각 지급정지된다. 이후 해당 계좌의 채권은 소멸되고, 계좌에 남은 돈에서 피해금이 환급된다. 최소한 사기 계좌에 돈이 남아 있는 초기 단계에는 피해를 회복할 방편이 있는 셈이다.
문제는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온라인 사기다. 현행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보호 대상을 보이스피싱에 한정하고 ‘재화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포함하지 않는다. 로맨스 스캠과 주식 리딩방 사기 피해금 환급 신청이 금융·수사기관에서 반려되고 있는 이유다. 오승환 변호사(법무법인 진수)는 “로맨스 스캠 등 신종 사기도 보이스피싱 피해와 유사하게 빠른 대응과 구제가 필요한데 법안 미비로 금융·수사기관의 대응은 소극적”이라고 말했다.
피의자가 붙잡혀 범죄수익을 몰수하고 피해 금액을 환부하는(돌려주는) 과정에서도 신종 사기 피해자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보이스피싱, 유사수신, 사기 범죄 피해자의 경우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범죄수익 중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과 달리 사기죄의 경우 ‘상습범이거나 범죄단체 조직 범행’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는데, 로맨스 스캠 등은 사기죄로 분류된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돈을 되찾기 위해 ‘상습·조직 범행’ 여부까지 증명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피해자 상당수는 민사 소송을 통해 별도로 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고 한다.
경찰도 사각지대를 메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신종 사기 수법이 보이스피싱 형태와 유사하다고 보고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입법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국회에는 피해금 환급 대상을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신종 사기 피해자로 확대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부패재산몰수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AI 거품론’ 덮친 코스피…7개월 만에 사이드카 발동, 4000선 붕괴
- ‘슈퍼위크’ 강행군 이 대통령 몸살…일정 취소하고 휴식
- 경제·외교 앞세운 이 대통령 ‘중도 확장’…‘정청래가 깎아먹어’ 당내 성토
- AI 투자 붐 ‘반도체 호황’ 3가지 달라졌다…‘긍정 회로’만 돌리기엔
- “계좌 정지 안 돼요” 보이스피싱보다 돈 돌려받기 어려운 로맨스스캠
- ‘유승민 딸’ 유담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수사…“채용문서 없는 인천대”
- [단독] 카카오톡 11년 만에 중국서 접속 재개…“한중 정상회담 뒤 VPN 없이 가능”
- 스마트폰에 파묻힌 ‘운동 없는 좌식생활’의 미래, 인공지능이 그렸다
- 북 김영남 빈소에 김정은 조화…중·베트남 대사 등 조문
- 미국서 비행기 다 멈출 수도…‘셧다운’ 장기화 땐 공항 마비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