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과한 베팅 등 중독 징후 땐, 직원이 즉시 상담창구에 보고
美 네바다주, 종업원에 예방 교육… 감정 기복-장기 체류 등 포착해 대응
호주 카지노기업 ‘도박 센터’ 운영… 전문 상담원 배치해 맞춤 서비스
사행산업과 불법도박이 사회 전반에 뿌리내리면서 도박 중독이 심화하는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불법 도박이 청소년층까지 확산하며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이 2023년 9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불법도박 관련자 9971명 중 청소년이 4715명(47.3%)에 달했다. 이 가운데 16∼18세 남성이 80% 이상을 차지해 청소년 도박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나 행정력만으로는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산업계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카지노 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호주의 예방 사례를 통해 우리 사회가 참고할 만한 대안을 제시한다.
● 산업-지역사회가 함께… ‘라스베이거스 모델’

네바다주의 접근법은 산업과 비영리 단체의 파트너십을 제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카지노협회가 행정·재정적 틀을 제공하고 GA가 상담·재활 프로그램을 담당한다. 이 협력 구조는 ‘산업은 지원, 지역사회는 실행’이라는 역할 분담을 통해 현장 밀착형 예방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네바다주의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종업원 교육 의무화 제도다. 네바다주에 등록된 카지노 종업원들은 정기적으로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교육을 통해 딜러와 보안 요원은 고객의 언행이나 게임 참여 패턴에서 나타나는 중독 위험 신호를 조기에 식별하도록 훈련받는다. 고객 응대 직원은 감정 기복, 과도한 금전 투입, 장시간 체류 등 문제 징후를 포착해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교육을 이수한 직원들은 잠재적 중독 고객을 발견하면 즉시 책임 도박 상담 창구(Responsible Gaming Desk)에 보고한다. 이후 전문 상담원이 개입해 상담을 진행하거나 GA 프로그램으로 연결한다.

● 카지노가 직접 나선 청소년 예방 교육
호주 멜버른의 크라운 카지노(Crown Casino)는 오락 산업의 대표 기업이다. 하지만 도박 중독 예방을 핵심 사회적 책임 과제로 삼고 있다. 카지노 고객을 통해 수익을 얻으면서도 고객의 도박 중독을 방지하고 건전한 게임 문화를 정착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카지노의 예방 중심에는 책임 도박 센터(Responsible Centre)가 있다. 센터에는 전문 상담원이 상시 배치돼 이용자에게 개인별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은 단순한 문제 확인에 그치지 않고 도박 습관 진단, 위험 행동 모니터링, 가족 동반 상담, 의료기관 연계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초기 도박 중독 징후 단계에서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중독으로 발전하기 전에 대응하는 데 주력한다. 실제 멜버른 보건 당국에 따르면 책임도박센터를 방문한 고객 상당수가 6개월 이내 재발방지 프로그램에 성공적으로 참여했으며, 이는 공공 차원의 예방 비용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크라운 카지노는 예방 활동을 기업 내부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지역 비정부기구(NGO)와 협력해 청소년 대상 도박 인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며 도박의 확률 구조와 중독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다룬다. 교육 방식도 단순한 강의가 아니라 게임과 시뮬레이션 체험을 병행해 학생들이 스스로 위험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청소년이 도박을 단순한 놀이가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관리해야 하는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하게 한다는 평가다.
호주의 사례는 국내 카지노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전문가들은 강원랜드 등 공기업형 카지노가 지역 보건소 및 학교와 연계해 청소년 예방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현장 상담 인프라를 강화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사회적 책임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찰리스 리빙스턴 멜버른대 사회학과 교수는 “크라운 카지노의 책임경영 모델은 기업이 이윤을 사회와 공유하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현장 상담 인프라와 청소년 예방 교육을 병행하는 전략은 중독 예방을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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