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선 ‘괴뢰군 자식’ 낙인, 한국선 그림자 취급”
“북한에선 ‘괴뢰군의 자식’이라 불리며 인간 이하로 살았습니다. 목숨을 걸고 한국에 왔더니 이번엔 방치됐습니다.”

탈북민 손명화(63) 국군포로가족회 대표는 지난 3일 국군 포로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를 해달라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뒤 본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 대표는 6·25 전쟁 당시 납북돼 북한에서 생을 마감한 국군 포로 손동식씨의 딸이다. 이날 인권위를 찾은 손 대표와 고령의 국군 포로 가족들은 “정부의 무관심과 방관이 차별로 이어졌다”며 “국회와 정부가 국군 포로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손 대표는 1962년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났다. 6·25 때 참전했다가 북한 군에 붙잡혀 끌려간 뒤 탄광에서 평생 일하다가 사망한 부친의 유해를 갖고 지난 2005년 탈북했다. 손 대표는 “북한에서는 ‘43호 자식’이라는 멸칭으로 불렸다”고 했다. 국군 포로들은 북한 사회에 배치되기 전 철저한 사상 교육을 받았다. 북한 군인 통제하에 ‘내무성 건설대’로 편입된 국군 포로들은 탄광·광산에서 강제 노동을 했다. 이후 북한은 국군 포로 해제 조치와 함께 ‘내각 명령 제143호’에 따라 공민증(公民證·신분증명서)을 발급했다. 사회에 배치된 이후에도 탄광·광산에서 평생 일했다. 손 대표는 “평생 ‘괴뢰군의 자식’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43호 자식이라는 낙인이 평생 따라다녔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0년 6·25전쟁 납북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진행한다는 법을 제정했다. 이후 조사를 통해 전시 납북자 보고서와 명부를 발간했다. 그러나 국군 포로에 대해선 진상 조사·명부 작성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에 생존해 있는 국군 포로는 6명. 모두 90대 노인들이다. 국군포로가족회는 “이들이 사라지면 역사 속에서 ‘국군 포로’ 존재 자체가 영영 잊힐까 두렵다”고 했다. 이복남(57) 국군포로가족회 사무국장은 “북한에서 국군 포로의 자녀는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했다. 우리는 말 못 하는 짐승이었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42년간 탄광 막장에서 일했고, 나 역시 17세부터 해를 보지 못하는 막장에 들어가 일하다 탈출했다”고 했다.
손 대표는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적국에 붙잡힌 사람을 외면한다면, 앞으로 누가 이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느냐”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배고픔과 전쟁의 아픔을 잘 모르지만, 평화는 누가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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