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기다리며 [2030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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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출간한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의 마지막 글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휠체어에서>
"주로 여름에는 사진을 찍고 겨울에는 글을 쓴다. (중략) 여름 글을 쓰고 겨울 사진을 찍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여름은 글을 쓰기에 볕이 너무 좋고, 겨울은 사진을 찍기에 밖이 너무 춥다."
블로그에는 겨울보다 여름에 찍은 사진이, 일기장에는 여름보다 겨울에 쓴 일기가 더 많다.
그래서인지 겨울 사진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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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출간한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의 마지막 글에서 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주로 여름에는 사진을 찍고 겨울에는 글을 쓴다. (중략) 여름 글을 쓰고 겨울 사진을 찍고 싶은데 잘 안 된다. 여름은 글을 쓰기에 볕이 너무 좋고, 겨울은 사진을 찍기에 밖이 너무 춥다."
정말 그렇다. 블로그에는 겨울보다 여름에 찍은 사진이, 일기장에는 여름보다 겨울에 쓴 일기가 더 많다. 특히 사진의 경우 편차가 크다. 내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은 하계(夏季)에 집중되어 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올해 7월에 있었던 첫 개인전 <홀로 있는 사람들>의 사진들 또한 전부 여름에 찍은 것들이었다. 그래서인지 겨울 사진은 언제나 선망의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자유롭게 겨울의 도시를 거닐며 우연히 마주하는 빛나는 순간들을 카메라에 담고 싶다.
문제는 내가 어마어마하게 추위를 잘 탄다는 것, 그리고 서울의 겨울이 무시무시하게 춥다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다가올 겨울을 걱정할 정도로 추운 게 무섭다. 남쪽 지방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인지,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지만 추위는 조금도 버티기 힘들다. 게다가 근육병이 몸을 더욱 추위에 취약하게 만든다. 약해질 대로 약해진 전신의 근육은 신체에 필요한 열을 생산하지 못하고, 근력의 약화로 혈액 순환이 저하되면서 체온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어찌어찌 추위를 극복한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입어야 하는 옷이 늘어서 외출 준비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 탓에, 외투를 걸치고 집을 나설 때에는 이미 체력이 절반으로 줄어 있다. 여러 겹 옷을 껴입었기 때문에 몸이 무겁고 움직임도 둔해질 수밖에 없다. 모든 행동이 두 배로 힘겨워진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마저 쉽지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카메라를 들어올려 사진을 찍는 일은 말 그대로 안간힘이 필요하다.
얼마 전 읽은 배수아의 산문 <작별들 순간들>에는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불도 피울 수 없는 오두막에서 독일의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 나온다. 옷을 껴입고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바닥의 냉기를 피해 두꺼운 책을 받침대 삼아 발을 올려놓고, 그들은 종일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숲과 호수 주변을 산책하기도 한다. 그뿐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그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산책을 한다. 시간과 공간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기고, 그저 묵묵히 추위를 견디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 별 내용 없는 이 짧은 장면이 좋아서 자주 책을 펼쳐 든다.
매년 그러했듯, 지금처럼 겨울이 가까워 오면 나는 또 한 번 결심을 한다. 이번엔 제대로 겨울 사진을 찍어 보겠다고. 얼어붙은 서울을 원 없이 돌아다녀 보겠다고. '나'와 '베를린 서가의 주인'이 있는 오두막을 떠올리면 왠지 이번 겨울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태우 작가·사진가 '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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