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밝혀진 나고야 주부 살인사건···남편의 집념이 부른 ‘기적’
DNA 일치 결과 나오자 범인 스스로 출두
범행 사실 인정하며 “불안 속에 살아왔다”
현장 혈흔 보존 위해 아파트 임차 유지
피해자 남편, 공소시효 폐지 운동도 참여
2010년 일본 살인죄 공소시효 사실상 폐지

26년간 미제로 남았던 일본 나고야시 주부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수사당국의 집념과 피해자 남편의 끈질긴 노력 끝에 붙잡혔다.
4일 교도통신과 재팬타임스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경찰은 1999년 11월 나고야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주부 피살 사건의 용의자로 피해자 남편의 고교 동창인 야스후쿠 구미코(69)를 체포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야스후쿠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인정하며 “피해자에게 미안하며 20년 넘게 불안 속에 살아왔다. 사건 관련 신문 기사조차 볼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야스후쿠를 여러 차례 소환해 자발적인 DNA 제출을 요청했지만 초기에는 협조를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DNA 검체를 제출했고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혈흔과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다음날 스스로 나고야 니시경찰서에 출두했다.
경찰은 이 DNA 일치 결과를 근거로 야스후쿠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피해자는 자택 복도에서 여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으며 집 안에는 2살 된 아들이 다치지 않은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남편(69)은 사건 직후 아들과 함께 인근 주택으로 이사했지만 현관 부근에 남아 있던 범인의 혈흔을 보존하기 위해 26년 동안 사건 현장 아파트의 임차 계약을 유지해왔다. 지금까지 그가 낸 임대료는 2000만엔(약 1억9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모임인 ‘하늘의 모임’에서 활동하며 일본 내 공소시효 폐지 운동에도 참여했다. 이 단체의 노력으로 2010년 일본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살인죄의 공소시효가 사실상 폐지되기도 했다.
다만 용의자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 결과 야스후쿠와 피해자 사이에는 직접적인 교류나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자 남편과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운동부에 소속돼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친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남편은 “야스후쿠가 고교 시절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과 편지를 주는 등 나에게 호감을 보였다”며 “대학 시절 내 경기를 보러 와서 ‘연습에 오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녀가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후 교류가 없었지만 사건 발생 5개월 전 고교 동창회에서 다시 만났다고 한다. 당시 야스후쿠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느라 힘들다”고 말했고 피해자의 남편이 “힘내라”고 격려한 것이 마지막 대화였다고 기억했다.
경찰은 현재 야스후쿠의 심리적 동기와 범행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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