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명’을 복사할 수 있을까 [오철우의 과학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세포는 작은 우주다." 누가 처음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세포이론이 등장한 19세기 이후일 것이다.
지름이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세포 안에서 무수한 분자가 얽히고설키며 상호작용한다.
만족스러운 가상세포가 만들어지면 수많은 실험을 컴퓨터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가상세포는 인간 연구자들이 수집하고 다듬은 데이터로 훈련하고 패턴을 학습할 뿐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세포는 작은 우주다.” 누가 처음 이런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세포이론이 등장한 19세기 이후일 것이다. 지름이 수십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세포 안에서 무수한 분자가 얽히고설키며 상호작용한다. 그 안에는 혼돈이 아니라 질서가 있고, 끊임없이 자신을 유지하며 생명을 지속하는 자기생성 능력이 있다.
최근 들어 이 소우주(마이크로코스모스)를 인공지능 모델로 구현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생물학과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손잡고 세포를 가상공간에 재현하는 가상세포 연구에 뛰어들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세포를 모사하는 컴퓨터 모델은 있었다. 그때엔 연구자가 세포의 세계를 방정식으로 짜 구현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챗지피티 등장 이후, 지금의 접근은 다르다. 인공지능이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세포의 작동 패턴을 익히도록 한다.
가상세포 모델의 정확도를 겨루는 세계 경연대회도 올해 처음 열리고 있다. 1등 상금 10만달러가 걸린 ‘가상세포 챌린지’ 경연대회에는 지금까지 1천여 팀이 참여했다고 한다. 과제는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특정 유전자를 변형할 때, 세포 내 복잡한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우승자는 다음달에 가려진다.
연구자들의 기대는 크다. 만족스러운 가상세포가 만들어지면 수많은 실험을 컴퓨터에서 미리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생각지 못한 분자 수준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는 3500만개 세포의 데이터로,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진의 모델 ‘진포머’는 3천만개 세포의 데이터로 가상세포를 개발 중이다.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도 최근 가상세포 개발에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넓게 보면 이런 시도는 요즘의 인공지능 트렌드 가운데 하나이다. 기후 시스템을 모사하는 디지털 지구 모델, 물리 세계를 재현하는 ‘피지컬 에이아이’처럼, 현실을 닮은 쌍둥이 가상세계를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이 여기저기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네이처’ 보도에서, 일부 과학자는 가상세포가 생물학의 중요한 목표가 될 만하지만 과장된 선전만 있고 성공으로 가는 구체적인 길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더욱이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가상세포는 인간 연구자들이 수집하고 다듬은 데이터로 훈련하고 패턴을 학습할 뿐이다. 개발 과정의 완전 자동화는 없다. 인간 전문가들의 미세조정 단계를 거쳐야 한다. 측정되지 않은 것, 데이터에 누락된 것은 당연히 학습 범위에서 벗어난다. 챗지피티가 환각을 일으키듯이, 가상세포도 환각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가상세포는 세포 실험실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뿌듯한 기술 성취에는 동시에 겸손이 필요하다. 우리가 만드는 모델은 세포를 닮은 그림자이며, 생명은 언제나 그 너머에서 더 복잡하고 창의적으로 존재한다. 생명은 데이터도 알고리즘도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는태도가 인공지능 시대에 기술 과신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창의적 겸손이 아닐까.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카카오톡 11년 만에 중국서 접속 재개…“한중 정상회담 뒤 VPN 없이 가능”
- “이재명과 전쟁”…정당 해산 위기감 국힘, ‘요란한’ 시정연설 보이콧
- 지역 대학으로 간 나랏돈, 교수들 술 사고 휴대폰 사는 데 쓰였다
- ‘잠수함 어디서 만드나?’ 질문에도 침묵…미 국방, 트럼프 ‘시혜’만 강조
- 경실련 “국회의원 61명 강남4구에 집 보유…20%는 다주택자”
- [단독] 보안 무시…김건희 측근 민간인에 “사진 2만장” 넘긴 윤 대통령실
- [단독] “시진핑, 내년 4월 이 대통령 방중 초청”…트럼프도 같은 달 중국행
- 이 대통령 ‘깍듯 목례’, 윤석열은 ‘계엄 할까?’…똑같이 박수 못 받았지만
- [현장] “배추 농부가 배추 사 김장할 판”…900ℓ 화학물질에 초토화
- 주민이 불난 소방서 먼저 발견…“연기 나요” 119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