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신고 뒤 ‘괴롭힘’ 당한 쇼호스트…“근로자 아니라 조사 못 받는다”

고나린 기자 2025. 11. 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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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 쇼호스트 불법촬영 신고했지만
회사는 ‘직장내괴롭힘’ 대상 아니다 통고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 ‘공영홈쇼핑’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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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도움을 청해도 돌아오는 건 거절뿐이었습니다. 저한테는 목숨과도 같은 중요한 일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에서 프리랜서 쇼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박유리(가명·30대)씨는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직장에서 불법촬영과 괴롭힘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회사가 더 이상 이 문제를 방임하지 않고, 구체적인 (인적·업무적) 분리 방안 및 조치 사항을 말해줬으면 한다.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회사의 지원도, 고용노동부의 조사도 받을 수 없었다. 사실상 소속 사업장의 업무 지휘를 받는 프리랜서도 직장내 괴롭힘의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공영홈쇼핑에서 여성 쇼호스트 대상 불법촬영 사건이 일어났다”며 김영주 공영홈쇼핑 직무대행에게 책임을 물었다. 박씨가 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와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월 박씨가 회사 탈의실에서 목격한 ‘불법촬영’ 의혹이 사건의 시작이다. 박씨는 한겨레에 “남녀 탈의실이 화장실처럼 칸막이 하나를 두고 붙어있는데, 칸막이 위로 스마트폰 카메라가 올라오는 걸 2번이나 목격했다”며 “깜짝 놀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했다.

경찰은 ㄱ씨를 대상으로 수사를 했지만, 지난해 4월 ‘증거불충분에 따른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후 ㄱ씨는 퇴사했고, 박씨는 출산을 위한 장기휴가를 쓴 뒤 지난 4월 회사에 복귀했다. ㄱ씨는 지난 5월 박씨를 명예훼손으로 역으로 고소했고, 법적 다툼은 계속되고 있다.

박씨는 회사로 돌아온 뒤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한다. 그는 “회사엔 무고한 사람을 쫓아냈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고 했다. ‘정말 너 때문에 ㄱ씨가 나간 게 맞냐’고 묻는 이들부터, 인사를 받지 않는 선배들, 큰 소리로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이 박씨의 증언이다.

박씨의 고통은 커졌지만,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박씨는 지난 9월부터 회사에 “다니기가 너무 힘들다”, “직장내괴롭힘 담당 부서가 없느냐”고 반복해 문의했지만 “현재로써는 (도움받을 방법이) 없다”는 말뿐이었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한겨레에 “피해를 호소하는 분이 계시고 가해자라고 의심되는 분이 계신 상황이지만 프리랜서는 직장내 괴롭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불안공황 증세가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 같은 프리랜서들은 ‘직장내괴롭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박씨는 현재 1년마다 홈쇼핑과 재계약을 하며 일하고, 방송 시간에 맞춰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출근해 방송 개수에 따라 수당을 받는다.

정부에서도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고용노동부는 박씨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박씨의 직장내괴롭힘 민원을 지난 9월 종결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근로자성과 직장내괴롭힘 조사를 했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월급제가 아니며 휴가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아 사건을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세정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아무런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고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일부 회사는 취업 규칙에서 직장내괴롭힘 금지 규정의 적용 범위를 프리랜서까지 확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회사 쪽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원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2022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은 특수고용직인 골프장 캐디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을 인정하며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었다면 그 피해자가 반드시 근로자일 필요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회사는 대책을 마련했다지만 박씨는 여전히 괴로움을 호소한다. 공영홈쇼핑 관계자는 “고참급 쇼호스트 면담을 통해 2차 피해가 없도록 당부했고 탈의실 시설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불법촬영 피해 이후 사내 변호사와 상담했지만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거절당했다”며 “남녀가 분리되지 않은 탈의실 구조와 칸막이 높이도 여전히 그대로다”라고 주장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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