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저시급 2만3900원 추진… “금융권 대졸 초봉 수준” 우려 확산

영국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제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3일 영국 매체들이 보도했다. 영국의 최저임금이 금융권과 로펌의 대졸 신입 초봉에 육박하는 수준이 되면서 기업들의 신입 사원 채용 부담을 키우고, 젊은이들에겐 더 나은 직업을 얻기 위한 자기 개발 의욕마저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이달 말 발표할 가을 예산안을 통해 21세 이상에 적용되는 최저 임금인 ‘국가생활임금’을 기존 시간당 12.21파운드에서 최소 12.7파운드로 4%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2만3900원으로, 한국의 내년도 최저 시급(1만320원)의 약 2.3배에 달한다. 더타임스는 “이를 주 40시간 기준 최저 연봉으로 계산하면 약 2만5380~2만6420파운드(약 4770만~4960만원) 수준이 된다”고 추산했다.
영국의 최저임금은 올해 4월에 시간당 11.44파운드에서 12.21파운드로 6.7% 올랐다. 여기에 또 4%가 더 오를 경우 올해 총 인상률은 11%에 달하게 된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해 “최저임금이 중위임금의 3분의 2가 되어야 한다는 목표 유지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영국 내에서도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금융·법률 서비스 기업의 연봉과 맞먹는다고 영국 매체들은 지적했다. 이 분야의 대졸자 초봉이 2만5726파운드(약 4835만원)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를 놓고 “고용 시장에서 고등 교육(대학 졸업) 및 전문 기술 습득이 주는 ‘소득 프리미엄’을 사실상 없애는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기관 대표는 FT에 “이러면 누가 학자금 대출을 받아가며 (대학에 가) 공부를 하겠느냐”며 “이는 (계층 간) 사회적 이동을 해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소규모 로펌의 신입 변호사가 최저 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라면 법조계 진입에 흥미를 잃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대졸 신입 사원의 초봉을 전반적으로 끌어 올리며 기업의 신규 채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수습·주니어 포지션을 줄이고, 근무 시간을 짧게 조정하는가 하면 현금 복지를 축소해 인건비를 상쇄하려는 시도가 뒤따를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특히 중견 기업들의 인건비 압박이 커지고, 보상 체계 전반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영국 매체들은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국 노동당 정부의 확고한 국정 과제다. 급격한 물가 상승에 비해 서민들의 소득 증가는 계속 정체되며 생활고가 계속 가중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소득 및 자산 격차는 커지고, 고소득자로의 소득 쏠림이 심해지면서 중위소득 자체는 계속 오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위소득의 3분의 2 수준’이라는 최저임금이 금융·법조계의 초봉에 육박하는 일이 벌어지게 됐다. 한 대기업 경영자는 FT에 “최저 임금이 더 오른다면 연금과 건강보험 고용주 부담금 인상, 신입 직원 노동권 강화 추세 등 기존 부담까지 더해 젊은 신입 직원 채용이 ‘고위험 사업’이 될 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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