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안전 대책' 각 주체별 책임 구분해야…처벌 보다 예방 중심"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 재해와 관련해 정부의 강도 높은 대책이 예고된 가운데 처벌 중심의 제도에서 예방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미래국토인프라 혁신포럼-K건설 산업 생태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건설산업이 안전 사고와 구조적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위협받고 있는 만큼 건설 안전에 대한 인식 대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실질적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건설산업재해의 위험구조 진단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강태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산업혁신 부원장은 "사고사망만인율은 2020년 이후 정체된 상황이지만 좋아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재해율은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며 "또한 2024년 기준 전산업(0.67%), 제조업(0.8%) 등 다른 산업하고 비교했을 때 건설업 재해율(1.65%)이 상당히 높다. 여기에 건설업에 진입한 지 1년 미만이신 분들이 사망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눈여겨볼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2022년 11월), 건설현장 추락사고 예방 대책(2025년 2월), 노동안전 종합대책(2025년 9월) 등 발표됐다. 해당 대책들이 잘 집행되고 성과를 거두게 되면 사고 가능성은 분명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될까라는 의문이 든다. 현재 건설 현장에는 공사비, 품질, 노동력 부족 등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경우 1960년대 조직 분절, 낮은 품질, 비효율 문제로 생산성 및 품질 관리 체계, 성과측정 제도가 도입됐다. 또한 공공 발주자의 '모범 고객'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였다"며 "1990년대 들어오면서 앞서 말한 제도에 연속성을 가지는 실행 계획을 갖추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구체적인 실행 전략들이 세워졌다. 2009년에 최근 10개년 평가를 통해 당시 목표들이 달성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우리도 담론을 이어오긴 했지만 조금 더 폭을 넓히고, 옛날 실행 전략을 베이스로 삼아 한 단계씩 올라가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협회 회장은 건설안전특별법의 의미와 기대에 대해 설명했다. 안 회장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건설 관련 법은 경영과 안전의 원리 원칙을 빗겨나갔다. 이 제도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건설 산업은 더욱 수렁에 빠졌다"며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잘못된 접근 방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법을 만들기 전에 기존 법의 잘못된 전제를 수정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안전특별법은 체계보다 체제 정립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정부가 상부구조의 변화로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며 "발주자 주도의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해 자율적 예방 체계를 구현하고 안전법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계·학계·법조계의 안전 대책에 대한 제언이 이어졌다.
김종원 KCI 사장은 "사망 원인 비중이 큰 추락에 대한 비계, 거푸집, 동바리 등 가설 구조물 설치와 붕괴에 대한 대책 수립이 우선이다. 추락과 깔림 사고만 예방해도 사고의 70%의 예방 대책이 수립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설계·시공·건설사업관리·발주자 등 건설 관련 종사자의 업역 구분에 따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상운 대한건설협회 기술안전실장은 "처벌 중심의 대책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사고 예방을 위한 징벌적 수단의 적절성을 유지하고 실질적 납부능력을 감안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며 "또한 건설공사 기획 및 설계 단계에서부터 공사비와 공사 기간이 임의 산정되지 않도록 구체적 기준과 체계적 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정훈 충북대학교 안정공학과 교수는 "2020년 이후 사고사망만인율은 점진적 감소 추세이나 3억원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의 사고사망만인율은 높은 수준이다"라며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많은 법적인 제도를 제외했지만 근로자 교육은 강화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형사는 투자를 통해 스마트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고 있는 만큼 공공 영역은 소규모 현장 맞춤 안전 R&D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한 GS건설 인프라사업 본부장은 호주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예시로 들었다. 조 본부장은 "현재 우리나라는 주로 원청사를 대상으로 한 처벌 제도를 가지고 있는 반면 싱가포르의 경우 원청사, 하도급 협력사, 근로자 등 각 주체의 과실을 명확히 구분해 책임을 부과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협력사나 근로자의 자발적 안전 관리를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자 안전 교육의 경우 시공사 자체적으로 진행돼 교육 수준이나 실효성 차이가 심하다. 모든 근로자에 대해 안전교육 정부 인증제를 도입해 정부 산하기관 주관으로 교육을 진행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며 "현재 호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White Card 제도가 좋은 예시다. 정부가 직접 통합 관리하고 국가 차원에서 불법 취업 등을 관리 감독하는데 유용하다"고 말했다.
홍성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국내 건설 산업은 서류와 점검이 안전을 대신하고, 보고용 안전(형식적 안전관리)이 실질적 안전을 잠식하고 있다"며 "건설산업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안전은 규제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술이 함께 학습하며 진화하는 구조 속에서 확보된다. 위반 시 처벌이 아닌 위험을 학습하고 개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duwjddid@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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