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도 비만이나 당뇨·고혈압 있다면 비만 치료제보다 수술 고려해야"

변태섭 2025. 11. 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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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대사질환 있으면 비만 치료제 효과 떨어져
'칵테일 요법' 요요 반복돼 감량 더 어려워
덜 먹고 운동하자는 식으론 비만 치료 한계
수술은 식생활 변화까지 생각하고 결정해야
10월 30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만난 김용진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이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제공
“비만치료제가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약물보다 수술이 더 효과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김용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비만당뇨수술센터장은 지난달 30일 “당뇨병 등 대사질환을 앓는 중증 비만 환자에게는 비만대사수술을 권하는 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에서 만난 그는 “비만은 단순히 ‘음식을 적게 먹고 운동하라’는 조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고혈압·당뇨병처럼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몸속 호르몬 불균형과 스트레스·감정에 따른 음식중독이 비만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김 센터장은 비만치료제와 이뇨제를 함께 복용하는 ‘칵테일 요법’에 대해 “지속 가능하지 않아 요요현상을 불러오기 쉽고, 체질도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살을 빼기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다음 달 비만대사수술 5,000례 달성을 앞둔 그는 “비만대사수술의 사망률은 0.01%로 매우 낮다”면서도 “수술 후 음식 섭취량 감소 등 식습관 변화가 뒤따르므로 ‘수술 후 40㎏이 빠졌다’는 결과에만 혹해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만대사수술은 어떤 경우 필요한가요.

“체질량지수(BMI)가 40 이상이거나 당뇨병·고혈압 등 대사질환이 있는 경우 수술을 생각해볼 수 있어요. 비만치료제 임상시험에서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 효과가 일반인보다 낮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비만치료제 복용 시 일반인은 체중의 약 15% 감량 효과가 있는데 당뇨병 환자는 감량 효과가 9% 안팎에 그쳤어요. 특히 40대 이상 중년 남성은 약물 반응이 둔한 편이어서, 이미 BMI가 40을 넘고 여러 대사질환 약을 복용 중이라면 수술이 더 효과적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칵테일 요법은 어떻습니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다이어트 보조제나 병용 요법은 위험합니다. 일부에서 비만치료제와 이뇨제 등을 섞어 쓰는 칵테일 요법을 시행하지만 부정맥과 심부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요. 단기간에 체중은 줄겠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얘깁니다. 또한 근육량이 줄고 기초대사량도 떨어지기 때문에 요요현상 역시 심하게 옵니다. 반복되는 요요는 체질마저 변화시켜 나중엔 살을 빼기 더 힘들어져요. 단기적인 체중 감량에 집중할 게 아니라 비만을 질환으로 보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을 질환으로 보는 관점이 생소하네요.

“비만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유발 물질로 인한 몸 안의 호르몬 불균형, 음식중독 등에 영향받아 발병하고 악화하는 질환이에요. 단순히 ‘덜 먹고 운동하자’는 방식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비만을 방치하면 비만 환자가 당뇨·고혈압·지방간 등 합병증을 앓게 되고, 이는 건강보험 재정과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비만대사수술의 종류와 위험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비만대사수술에는 ‘위 소매 절제술’과 ‘위 우회술’이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위 소매 절제술은 위를 절제해 음식섭취량을 줄이는 수술이에요. 위 우회술은 위의 일부와 소장을 연결해 음식이 지나가는 경로를 바꾸는 방법입니다. 국내에서 2019~2021년 사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7,306건을 분석한 결과, 사망률은 0.01%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전한 수술입니다. 이전에는 위에 밴드를 둘러 음식물 섭취를 줄이는 ‘위 밴드 수술’이 있었지만 밴드와 주변 조직이 붙는 유착 등 부작용 탓에 지금은 거의 시행되지 않고 있어요.”

-환자들이 오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멀쩡한 위를 잘라내니까 수명이 줄어드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어요.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우려 때문이겠지만,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같은 나이와 비만도인 사람을 비교했을 때,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가 그렇지 않은 비만환자보다 수술 후 7년 뒤부터 사망률이 확연히 낮아져요. 심근경색과 뇌졸중, 유방암, 대장암 발생률도 떨어집니다. 2019년부터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비만대사수술을 급여화한 것도 이런 효과를 반영한 조치예요.”

-로봇수술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장점이 무엇인가요.

“체중이 많이 나가는 비만 환자는 피부와 피하지방, 근육층으로 이뤄진 복벽이 두껍기 때문에 배에 구멍을 뚫고 복강경 수술 기기를 넣는 게 어렵습니다. 근육이 발달해 있어 수술이 힘에 부칠 때도 있어요. 반면 로봇수술은 이런 부담 없이 로봇팔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어 수술 시 더 수월한 면이 있습니다. △비만수술 후 체중 감량 정도가 적거나 △요요현상이 와서 2차 비만대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남성 초고도 비만 환자에겐 로봇수술이 더 효과적이에요. 다만 비급여인 로봇수술은 복강경 수술보다 1,000만 원 안팎 비싸기 때문에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에게 권하는 편입니다.”

-수술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부 환자는 온라인 카페 등에서 결과만 보고 성급히 결정해요. ‘비만대사수술을 받고 40㎏이 빠졌다’는 이야기에 혹하는 겁니다. 모든 것을 장밋빛으로 보다가 수술 직후 단백질 셰이크 위주의 식사, 수술 후 6개월 동안 평소 식사량의 30%만 가능하며, 시간이 지나도 수술 전 식사량의 60%(위 절제술 기준) 이상 먹기 어렵다는 현실에 놓이게 되면 급격한 우울증에 빠지는 환자들이 있어요. 이런 후기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면서 비만대사수술이 필요한 분들이 수술을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비만대사수술은 비만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지만, 수술 후 변화까지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어요.”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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