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미제 ‘日 나고야 주부 살인’ 사건, 남편 집념이 범인 잡았다

무려 26년간 미궁에 머물던 일본 나고야 주부 살인 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현지에선 수사 당국의 끈질김과 피해자 남편의 간절한 집념이 사건 해결의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4일 마이니치신문과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아이치현 경찰은 69세 여성 야스후쿠 구미코를 살인 혐의로 체포해 지난 2일 검찰에 송치했다. 그는 1999년 11월 나고야 니시구 한 아파트에서 주부 타카바 나미코(사망 당시 32세)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범행은 피해자와 두 살배기 아들만 집에 머물던 대낮에 이뤄졌으며, 아이는 다친 곳 없이 발견됐다.
앞서 야스후쿠는 장기 미제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의 DNA 감정에 협조를 거부하다가, 지난달 30일 검체 제출에 응했다. 검사 결과 사건 현장 아파트에 남아 있던 제3자의 핏자국과 야스후쿠의 DNA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평범한 주부로 살아온 야스후쿠는 “26년간 매일 불안했다. 매년 사건이 발생한 날이면 괴로웠다”며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스후쿠는 피해자와는 직접적인 인연이 없으나, 피해자의 남편 타카바 사토루(69)와 고교 재학 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한 동급생으로 밝혀졌다. 야스후쿠는 사토루에게 발렌타인 초콜릿과 편지를 건네며 고백한 적 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졸업 후엔 각자 다른 대학에 진학해 소식이 끊겼으나, 야스후쿠가 한 차례 사토루를 찾아온 적 있다. 사토루는 “캠퍼스로 찾아와 찻집에 데려갔지만 울어버려 곤란했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약 1년 전 동창회에서 20년 만에 재회하기도 했는데, 당시 야스후쿠는 “주부로 살며 일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에 사토루는 “나도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고 있다”며 격려했다. 이후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사토루는 용의자 이름을 전해 들은 뒤 “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도 모르겠고 범행 동기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 해결은 수사 당국의 끈질긴 추적과 더불어 남편 사토루의 간절함 덕분에 이뤄질 수 있다. 그는 아내가 죽은 뒤 아들과 함께 이사하고도 세 가족이 살던 집을 내놓지 않았다. 언젠가 범인이 체포되면 현장 검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26년간 총 2000만엔(약 1억8700만원)이 넘는 집세를 내며 빈집을 지켜왔다.
또 ‘하늘의 모임’으로 불리는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기도 했다. 이 단체의 운동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2010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돼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실상 폐지됐다. 사토루는 “이번 검거가 미제 사건 피해자 가족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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