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는 괜찮다는데” 새벽배송 놓고 갈라진 노조…정치권도 가세

허인회 기자 2025. 11. 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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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을 놓고 노동계가 갈라졌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여당에 초(超)심야시간(0~5시) 배송 전면 제한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4일 노동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쿠팡 등 야간 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주장한 것으로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쿠팡 노조는 "새벽배송은 이제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쿠팡 물류에는 생명과 같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며 "단순히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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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 ‘0~5시 배송 제한’ 주장에 소비자·쿠팡 노조 반발
정치인 찬반토론까지…정부 “사회적 대화로 풀어야”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택배노조의 초심야시간(0~5시) 배송 전면 제한안에 소비자단체와 새벽배송 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쿠팡 물류센터를 오가는 차량 모습 ⓒ연합뉴스

새벽배송을 놓고 노동계가 갈라졌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여당에 초(超)심야시간(0~5시) 배송 전면 제한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당장 새벽배송의 대명사인 쿠팡 택배기사들은 강력 반대 입장을 내면서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정치권도 논란에 가세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찬반토론을 벌이는 등 직업 선택의 자유와 노동자 건강권을 놓고 갈등이 확산하는 형국이다.

4일 노동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쿠팡 등 야간 배송 근절을 위해 심야시간(0~5시) 배송을 제한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주장한 것으로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택배노조는 "초심야시간대의 배송을 전면 제한해 택배기사의 과로를 줄이고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보장하자"고 제안했다.

택배노조는 야간노동이 암 발생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연구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2007년부터 야간노동을 '2급 발암 요인'으로 분류하면서 "장기간 야간근무는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 대사성 질환, 수면 장애 등의 다양한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고도 경고하고 있다.

야간근무 시간대 재해 비율이 높다는 점도 택배노조의 주장 근거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이 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2019~23년까지 새벽배송 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8건에 달하며, 같은 기간 재해자 수는 10명에서 151명으로 5년간 1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재해자 중 야간 재해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10.1%에서 2023년 19.6%로 증가했다.

택배노조 주장에 소비자단체가 먼저 반발했다. 지난달 30일 사단법인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새벽배송 중단에 관련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새벽배송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98.9%는 향후에도 계속해서 새벽배송을 이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새벽배송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불편함을 느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64.1%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9.4%에 불과했다. 단체는 "새벽배송은 평일에 장보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 워킹맘, 자영업자들에게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닌 '생활 필수 인프라'이자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심야배송 전면 금지'는 그 피해는 단순히 소비자나 자영업자의 불편에 그치지 않고, 물류 종사자와 연관 사업자 등 광범위한 사회 구성원의 일상과 생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비자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자 택배노조는 한발 물러섰다.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위험한 시간대의 배송 업무를 제한해 택배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수면 시간과 건강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밤 12시까지의 배송과 새벽 5시 이후 배송은 계속된다. 특히 아침 일찍 받아야 하는 긴급한 품목에 대해서는 사전 설정 등을 통해 기존처럼 받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새벽배송의 대명사인 쿠팡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쿠팡 노조는 "새벽배송은 이제 국민 삶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쿠팡 물류에는 생명과 같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라며 "단순히 '야간 근로를 줄이자'는 주장만으로 새벽배송을 금지하자는 것은 택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여 명이 소속된 택배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지난 3일 긴급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야간 새벽배송 기사 2405명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93%가 '심야 배송 제한'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CPA는 "오전 5시 배송을 시작하면 출근 시간에 차는 막히고 엘리베이터는 등교하는 아이와 출근 주민으로 가득 차 배송을 할 수 없는 기본적 현실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택배노조가 초심야시간 배송 제한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이 라디오 토론에서 맞붙었다.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방송 화면 캡처

"민노총 숨은 동기 있어" VS "고강도 노동 줄여보자는 것"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새벽배송 금지를 놓고 SNS로 설전을 벌인 한동훈 전 대표와 장혜영 전 의원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토론까지 펼친 것이다. 지난 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온 한 전 대표는 "새벽배송을 하시는 분들은 강요를 받아서 그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주야간 모두 근무하는 분들이 아니라 주간과 야간 중 선택하는 분들"이라며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강조했다.

이어 "근로자 건강권에 대한 대화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 방식이 직역 자체를 당사자들의 의사를 충분히 들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금지한다는 방식으로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이튿날인 4일에도 SNS에 글을 올려 "민노총이 새벽배송 금지를 추진하는 데는 실제 숨은 동기가 있다. 새벽배송 영역은 쿠팡 위주라서 아직 민노총이 장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 전 의원은 "새벽배송은 최대한 유지를 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는 고강도 장시간 심야 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여보자고 하는 굉장히 합리적인 안"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그는 "직업 선택의 자유는 당연히 있다"면서도 "그것이 죽음을 각오한 일터를 선택하는 것까지 포함하느냐,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당정 협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벽배송 금지와 관련해) 오늘 논의는 없었다"면서 "소비자단체와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 "새벽배송은 이미 필수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산업 파급력도 크다"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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