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유학에서 정주로]“외국인 유학생, 창업은 꿈도 못 꾼다…'비자·행정 장벽' 막혀”

권미현 2025. 11. 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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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외국인 유학생 창업 장벽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아이디어는 있었는데, 학생비자로 법인 설립이 안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사업계획서를 준비했지만, 비자와 행정절차가 복잡해 우선 포기하고 돌아왔습니다. 추후에 다시 와서 진행해보려고요.”

서울의 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한 유럽 출신 유학생 A씨는 졸업 후 한국에서 창업을 시도했지만, 비자 제도와 복잡한 행정 절차 앞에 발길을 돌렸다. 대학의 유학생 담당자와 창업지원 관계자들은 “비자 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외국인 유학생 30만명 시대에도 창업 과정은 여전히 '산 넘어 산'이라는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가장 큰 장벽은 비자 발급이다. 현행 제도에서 유학생(D-2 비자)은 학업 외 경제활동이 금지돼 있다. 따라서 학생비자 상태에서는 법인 설립이나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하다. 창업을 원한다면 졸업 후 '기술창업비자(D-8-4)'로 전환해야 한다. 이 비자는 외국인 창업자가 국내에서 실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체류 자격으로 '창업이민 인재양성 프로그램(OASIS)' 이수와 일정 점수 취득이 필요하다. 특허권이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면 가점을 받을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서류 검증 단계가 길다.

아직 법인을 세우지 않은 예비 창업자는 '창업준비비자(D-10-2)'를 받을 수 있다. 이는 기술 기반 창업을 준비하는 외국인이 OASIS 과정 일부를 수료하면 발급된다. 최초 6개월 후 준비 실적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창업 외 경제활동은 제한되며 비자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기존 제도 보완을 위해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가 도입됐지만, 실제 발급 과정 역시 간단치 않다. 학위 요건이 존재하고, 민간 심사위원회 평가와 정부부처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글로벌센터 정착지원팀 관계자는 “D-2 비자는 사업자 등록이 불가능해 실제 창업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없고, 창업준비비자 등을 유지하려면 복잡한 증명 절차가 이어진다”며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역시 법무부 심사와 위원회 절차가 까다롭고, 학생들이 이런 제도 자체를 잘 모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양대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기술창업비자로 전환하려면 시일이 걸리는데 체류 기간이 끝나 출국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며 “비자 변경 심사와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서류도 대부분 한글로만 돼 있어 학생 혼자 처리하기는 막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시스템의 불편함도 크다.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 컨설팅 회사를 창업한 프랑스인 아나이스(Anais) 씨는 한국 행정 시스템의 한계와 오아시스 프로그램 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금 부담을 유학생 창업의 대표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은행 등 기관에서 이름을 입력할 때 이름 길이가 길어 시스템이 인식하지 못했던 일이 기억나는데 이처럼 기본적인 시스템 등이 외국인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며 “비자를 받기 위해 오아시스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수개월 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자본금이 줄어드는 것도 힘들었다. 다른 외국인들도 이런 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스타트업센터 관계자는 “법인 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는 내국인과 거의 비슷하지만, 외국인은 등기소를 반드시 직접 방문해야 하는 점이 다르다”며 “행정시스템이 외국인 사용 환경에 맞춰져 있지 않아 절차적 불편이 있다”고 말했다.

필요 서류가 외국어로 제공되지 않아 관련 정보를 찾기도 어려운 현실도 문제다.

강원 지역 사립대를 졸업하고 외국인 취업 컨설팅 회사를 창업·운영 중인 아프리카 베냉 출신 카지미(Kazimi) 씨는 “한국에서 대학 졸업 후 창업 의지는 높았지만 정보가 부족하고, 안내와 서류가 한국어로만 돼 있어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법무·세무·회계 절차에 대한 외국어 자료나 상담 창구가 많지 않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역삼동 세무사와 법무사를 여러 곳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았다”며 “정부가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이 있지만 외국인 대상 홍보가 부족해 제대로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민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외국인 창업경진대회를 운영해 보면 언어·정보부족·비자라는 세 가지 장벽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일상 한국어를 잘해도 행정용어나 법률용어는 낯설어 중도 포기하는 유학생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관련 안내문과 가이드 대부분이 한글로만 돼 있고, 유학생 친화적 자료나 다국어 지원 시스템은 없는 편이다”며 “외국인 창업을 단순한 예외 조항이 아니라 하나의 제도적 축으로 인식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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