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풍뎅이처럼 색 바꾼다"…1볼트 이하 초저전력으로 구동하는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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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각도에 따라 무지갯 빛으로 빛나는 보석풍뎅이 등껍질의 나선 구조를 모방해 1볼트 이하의 초저전력으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색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정현호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송영민 KAIST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 자극과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색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카이랄(Chiral) 플라즈모닉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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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각도에 따라 무지갯 빛으로 빛나는 보석풍뎅이 등껍질의 나선 구조를 모방해 1볼트 이하의 초저전력으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색을 구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정현호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와 송영민 KAIST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전기 자극과 빛의 편광 방향에 따라 색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카이랄(Chiral) 플라즈모닉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에 10월 1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보석풍뎅이 등껍질의 나선 구조에서 착안해 빛의 회전 방향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나선형 금 나노구조에 전기변색 고분자를 결합했다. 이를 통해 눈에 보이는 색 대부분인 287나노미터(nm) 파장 범위를 1볼트 이하의 저전압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기변색 소자는 전압을 걸면 색이 변하는 기술로 스마트 윈도우나 저전력 디스플레이 등에 쓰인다. 그러나 기존 기술은 색 변화 폭이 좁거나 고전압이 필요해 한 픽셀 안에서 다양한 색을 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거울에 비춰도 서로 겹치지 않는 구조를 의미하는 '카이랄성(chirality)'과 편광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이색성(Dichroism)'을 전기변색 기술과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팀은 금 기반의 나선형 나노구조체를 제작하고 그 위에 전기변색 고분자 물질을 균일하게 코팅해 전압 및 편광에 따라 투과색이 달라지는 카이랄 전기변색 메타표면을 구현했다. 이 메타표면은 노광 공정 등 복잡한 미세가공 없는 기판에서도 손쉽게 제작할 수 있어 산업적 확장성이 높다.
제작된 메타표면은 가시광선 영역에서 빨강·초록·파랑(RGB) 등 기본 색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색을 구현할 수 있다. 0.25초 이하의 빠른 색상 전환 속도도 보였다. 1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으로 구동되며 1제곱센티미터당 약 1.3밀리와트(mW) 수준의 초저전력으로 동작해 에너지 효율적인 색상 제어가 가능하다.
특히 한 번 전압을 가해 색을 바꾼 뒤에는 전기변색 물질의 메모리 특성으로 인해 전원을 끊어도 약 15분간 색상이 유지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효과를 나타낸다. 1000회 이상의 반복 구동 후에도 안정적으로 색상이 변하며 제작 후 1년이 지난 뒤에도 성능 저하 없이 작동해 우수한 내구성과 안정성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메타표면을 4개의 픽셀로 구성한 광 논리 메모리 소자로 확장해 전압과 편광의 조합만으로 162가지 색상 조합을 구현했다. 이는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회로나 메모리 소자가 사용하는 2진 논리를 넘어서는 3진 광 논리 체계로 고밀도 광 데이터 저장과 시각 정보 암호화 등 차세대 광 기반 정보처리 기술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정현호 GIST 교수는 "이번 연구는 빛의 편광성과 전기 자극을 결합한 새로운 색 제어 방식을 도입한 사례로 전력 소모가 낮고 색상이 선명한 차세대 광소자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향후 저전력·고해상도 야외 디스플레이와 광학 메모리, 보안 디스플레이 소자에 응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영민 KAIST 교수는 "편광에 반응하는 전기변색 소자는 AR/VR 디스플레이, 센서, 그리고 포토닉 컴퓨팅 등 다양한 광 기반 기술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IST는 기술이전 관련 협의를 기술사업화센터(hgmoon@gist.ac.kr)를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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