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금녀의 땅’ 스모 도효 오를지 관심

“국민투표라도? 다카이치 총리 당선으로 일본 스모협회의 ‘도효(스모의 씨름판) 여성 출입 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4일 일본 마이치니방송 유명 아나운서 우와이즈미 유이치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일본에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역대 첫 여성으로 국정 지도자에 오르면서 스모협회의 ‘도효 위 여성 진입 금지'라는 낡은 관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아사히신문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스모협회로부터 ‘총리배 스모 대회’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수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모의 전통 문화를 계승해 나가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는 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스모협회가 수백년간 고수해온 ‘도효 위 여성 출입진입’ 규정을 첫 여성 총리에게도 적용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스모협회는 한해 마지막 대회의 최종 경기인 ‘센슈라쿠’에 총리 참석을 중요한 이벤트의 하나로 꼽고 있다. 총리가 오지 못할 경우,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이나 핵심 각료들의 참석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시바 시게루 당시 총리가 우승자에게 시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야당으로부터 “총리 관저의 위기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비판까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총리 참석을 여성인 다카아치 총리에게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에둘러 내비친 것이다. 스모협회에 질문지는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 총재 당선 뒤 보내진 것으로 총리 취임 전의 일이지만, 아사히신문은 “첫 여성 총리가 스모 우승자에게 시상을 희망한다면 도효에 올라갈 수 있겠냐”고 질문을 던졌다.
스모는 우리 씨름과 닮은 일본 전통 스포츠로 공영방송인 엔에이치케이(NHK)가 경기 대부분을 생중계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6.7m 넓이로 쌓은 흙단인 ‘도효’ 위에 4.55m 크키 원형 경기장에서 두 선수가 각종 기술과 힘을 동원해 상대를 밖으로 밀어내면 승리한다. 일본스모협회가 주관하는 프로 선수들의 챔피언 결정전인 ‘오즈모’가 1년 6차례 열리는데, 그중 마지막 대회 최종일 경기인 ‘센슈라쿠’에는 일본 정부에서 총리나 고위 공직자들이 우승자에게 시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모협회는 이 도효를 신성시하는 동시에 여성들이 밟을 수 없는 ‘금단의 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990년에는 일본 첫 여성 관방장관인 모리야마 마유미 위원이 당시 가이후 도시키 총리를 대신해 총리배를 전달하려 했지만 스모협회가 이를 거부했다. 이때 후카고야마 협회 이사장은 “이런 (남성 중심) 사회가 하나쯤 있어도 좋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지난 2000년 오타 후사에 오사카지사가 오사카에서 열린 대회에서 상을 주고 싶다고 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지난 2018년에는 효고현 다카라즈카시 대회에서 도효 위에서 인사하는 것조차 거부당했다.
스모 대회에 앞서 도효 위에서 축사를 하던 한 인사가 쓰러지자 여성 간호사가 긴급처치를 위해 도효로 올라갔지만, 협회 소속 심판이 “여성은 도효에서 내려가달라”고 방송을 하는 일이 벌어진 적도 있다. 스모협회는 곧바로 “심판이 당황해 (도효에서 내려가라고) 말한 것이지만, 생명이 걸린 일에 부적절한 대응이었다. 깊이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스모협회는 이듬해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여성과 도효에 관한 조사위원회’를 신설했지만 이 관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스모에서 ‘여성의 도효 출입 금지' 역사는 에도시대 당시 임의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경기로서) 에도시대부터 여성 출입을 금지한 것 같지만 메이지시대 초기까지 각지에서 남녀 스모가 구경거리로 열렸다”며 “여성이 도효에 오르는 것을 금지시킨 것은 (원래부터 있던 게 아닌) 사후에 덧붙여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어 신문은 “‘일본 고대 역사서인 ‘일본 서기’에는 ‘스모를 처음한 것은 여성'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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