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인도에서 '위험한 자전거'를 만났다

김하나 기자 2025. 11. 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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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人道를 걷는데 자전거를 탄 중년 남성이 길을 비키라며 자전거 벨을 울린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불법인데, 불법 주행을 하면서 보행자에게 비키라니. 심지어 서둘러 비키지 않는다고 인상을 쓴다.

서울 용산구 직장인 신재호(31)씨는 "인도를 걷다 자전거가 스쳐 지나가 놀라 중심을 잃은 적이 있다"며 "인도는 안전하게 걷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매일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인도에서 자전거가 주행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잠깐이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실제로는 보행자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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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자전거 인도 주행은 불법
그러나 실제로 인도 주행 숱해
가장 큰 이유 자전거 도로 부족
독일 등 해외사례 벤치마킹하고
우선 도로·통행권 보장 필요해

인도人道를 걷는데 자전거를 탄 중년 남성이 길을 비키라며 자전거 벨을 울린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불법인데, 불법 주행을 하면서 보행자에게 비키라니…. 심지어 서둘러 비키지 않는다고 인상을 쓴다. 현행법상 자전거를 인도에서 타는 건 불법인데, 그 중년 남성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걸까. 인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가 충돌하는 사고도 부쩍 늘어났다는데, 대책은 없을까.

인도에서 발생하는 보행자와 자전거 간 사고가 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만7286건. 최근 5년간 자전거가 일으킨 교통사고 건수다(한국도로교통공단). 2024년 한해에만 5571건 발생했다. 하루 15건꼴로 자전거 사고가 난 셈이다. 이로 인한 부상자도 지난해 6000명을 넘어섰다.

그중엔 인도人道에서 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 2020년 224건에서 2024년 461건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상자도 230명에서 486명으로 2.1배로 늘어 보행자의 안전을 꾸준히 위협하고 있다. 법적으로 자전거가 인도를 달릴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문제다.

도로교통법(제13조의 2) 상 '차마車馬'에 해당하는 자전거는 원칙적으로 인도에서 주행할 수 없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선 차로의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서 통행해야 한다. 교통당국은 차도가 아닌 곳에서 주행할 경우 범칙금 3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 단, 만 13세 미만 어린이, 만 65세 이상 노인, 신체장애인 등은 예외로 인도 주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상당히 크다. 출근길이든 등굣길이든 좁은 인도에서 빠르게 달리는 자전거를 목격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 용산구 직장인 신재호(31)씨는 "인도를 걷다 자전거가 스쳐 지나가 놀라 중심을 잃은 적이 있다"며 "인도는 안전하게 걷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매일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예빈(33)씨는 "음악을 들으며 걷다가 뒤에서 다가오는 자전거 소리를 못 듣고 부딪힌 적이 있다"며 "그날 이후로 길에서 음악 듣기가 무서워졌다"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인도에서 자전거가 주행할 경우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며 "잠깐이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이 실제로는 보행자에게 심각한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자전거는 왜 인도로 다니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자전거 도로 부족'에 있다. 국내 도심엔 자전거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길이 턱없이 부족하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전거 도로 총 길이는 2만7754㎞로 전년(2만6872㎞) 대비 3.3% 늘었지만, 대부분 신도시 중심으로 증가했다. 기존 도심에서는 여전히 안전하게 달릴 공간이 제한적인 셈이다. 그렇다고 '법대로 차도 우측 가장자리를 다녀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위험한 주행'을 부추기는 격이어서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경옥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전거 인도 불법 주행을 없애기 위해선 자전거도로를 확충하고 하나의 '도로망'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말을 이었다.

"주요 도심은 도로가 이미 구축돼 있는 상황이어서 자전거만 다니는 전용도로를 확충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경우에 또 하나의 방법은 기존 도로에 '자전거 우선도로'를 늘리는 거다. 그리고 자전거가 우선도로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통행권'을 보장해야 한다. 자동차가 자전거 우선도로를 넘어 추월하는 등 자전거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 도로교통법상 명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기 좋은 사례도 있다. '자전거 천국'으로 불리는 덴마크 코펜하겐은 2012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위해 '자전거 고속도로(Supercykelstier)'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보행자와 차량 통행로에서 완전히 분리해 자전거 이용자들이 끊김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코펜하겐은 이를 2045년까지 850㎞, 60여개 노선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유럽의 '자전거 교육 시스템'도 참고할 만하다. 유럽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삼은 자전거 교통안전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자전거 안전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과정에 경찰이 직접 참여해 안전수칙을 지도한다. 학생들은 실제로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며 평가받는다. 영국은 어린이ㆍ청소년ㆍ성인 모두를 위한 '자전거교육(bikeability)' 프로그램을 정부 차원에서 시행 중이다.

사실 인도에서 발생하는 자전거 사고 중 상당수는 자전거 이용자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출퇴근이나 등ㆍ하교처럼 짧은 구간이라면 보행자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란 거다. 이런 점에서 유럽의 '예방적' 교육 시스템은 받아들일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자전거를 배우는 시기에 가정과 학교에서 올바른 통행 습관과 안전 의식을 함께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단에서도 초ㆍ중ㆍ고 학생 대상 교통안전교육과 성인 대상 캠페인을 확대해, 인도에서의 불법 주행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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