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목 남았는데… ‘셔터 내린’ 한국영화
내달까지 개봉 확정된 韓영화
쇼박스 ‘만약에 우리’가 유일
CJ ENM 올해 총 3편 그치고
플러스엠, 내년초로 공개 미뤄
■ 극장가 ‘할리우드 독무대’
디즈니·유니버설 등 속편 상륙
이달 ‘위키드’ ‘주토피아’ 이어
내달 ‘아바타’ 스크린 독점 예고
‘침체 국면’ K - 무비 회복 요원

2025년이 아직 두 달 남았지만 더는 극장가에서 신작 한국영화를 만나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가 올해 작품 공개 라인업을 일찌감치 마무리 지으면서 연말은 외화끼리 경쟁하는 구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 중 하나인 연말 시즌을 한국영화가 아예 포기한 듯한 상황 속에서 내년도 한국영화 가뭄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투자배급사들의 현황을 종합하면 12월 말 개봉이 확정적인 멜로 영화 ‘만약에 우리’를 제외하곤 한국영화 개봉 계획이 전무하다시피하다.

CJ ENM은 한국영화 ‘악마가 이사왔다’와 ‘어쩔수가없다’ 두 편, 그리고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영화 ‘부고니아’까지 총 세 편으로 올해를 마무리했다. 연말은커녕 내년 2월 중순 설 연휴를 겨냥해 준비 중인 영화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파과’ ‘하이파이브’ ‘좀비딸’ 등 올 상반기까지 집중적으로 작품을 내놓은 배급사 뉴(NEW)는 하반기 들어서는 잠잠하다. 단순 배급만 담당하는 일본 영화 ‘국보’가 이달 중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그 외에 역시 한국 영화 개봉 계획은 없다. 그나마 가장 빠르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내년 설 연휴 또는 3월 개봉이 유력할 것으로 점쳐진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이달 외화 ‘나우 유 씨 미 3’를, 12월에는 외화 ‘더 러닝 맨’을 배급한다. 역시 한국영화는 없으며 내년 초에도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 잡히지 않았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당초 올해 말 개봉으로 기대를 모았던 한소희·전종서 주연의 ‘프로젝트Y’를 내년 초로 미루며 이번 연말은 건너뛰기로 결정했다.
쇼박스만 12월 말 구교환·문가영 주연의 멜로영화 ‘만약에 우리’에 이어, 내년 2월 설 연휴에 유해진·박지훈 주연의 ‘왕과 함께 사는 남자’까지 라인업을 결정지었다.

이에 따라 2012년 최초로 한국영화 관객 ‘1억 명 시대’를 연 뒤 연간 2억 명까지 솟아올랐던 영화계가 올해엔 1억 관객도 채우지 못할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로 올해 10월까지 극장 누적 관람객수는 8502만7895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2020년·2021년)를 제외하고 극장 관객이 역대 최저치로 후퇴할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것이다.
극심한 한국영화 가뭄 속에 연말은 디즈니 등 외화들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먼저, 쌍천만 영화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가 2022년 2편 ‘물의 길’ 이후 3년 만에 3편 ‘불과 재’로 돌아온다. 12월 개봉하는 ‘아바타’는 일찍부터 상영관 ‘독점’이 예상될 정도로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달 중후반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위키드 : 포 굿’과 디즈니의 ‘주토피아2’가 연달아 개봉한다. 지난해 말 개봉한 ‘위키드’는 관객수 225만 명을 달성한 히트작이고, ‘주토피아’(2016)는 약 470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디즈니의 차세대 지식재산(IP)으로 부상했다.
외화로 막판 관객수를 끌어올리더라도 한국영화의 침체 국면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진짜 위기는 내년부터다.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 개봉할 작품은 독립영화를 제외하고 총 10편 미만이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휴민트’ 등을 포함한 통계다. 박혜은 더스크린 편집장은 “한국과 달리 해외 작품들은 제작하는 숫자가 그렇게 많이 줄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내년에는 그야말로 한국영화는 자취를 감추고 외화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독 한국영화 제작이 뚝 끊긴 이유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기간 중 투자금을 회수 못한 투자자들이 아직까지도 몸을 사리는 ‘포스트 코로나’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영화감독들은 미국(또는 유럽) 프로덕션과 손을 잡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더 홀’을 촬영 중인 김지운 감독이다.
악순환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살리기 위해 ‘정부 역할론’도 조심스럽게 요구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영화 분야 예산 정부안’을 올해보다 669억 원 늘어난 1498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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