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모회사에 귀금속 2000억어치 판 사연… 자산 줄이고, 현금 늘리고

노자운 기자 2025. 11. 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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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통되는 백금 바.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X(옛 트위터) 캡처

이 기사는 2025년 11월 3일 17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효성화학이 모회사인 효성에 백금 촉매 2000억원어치를 팔았다. 우선 대량 매각한 뒤 필요한 물량만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일종의 ‘세일 앤 리스백’ 구조를 짠 것이다.

이처럼 귀금속을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거래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생산지의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하기 쉬워 한쪽이 손실을 떠안을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효성그룹이 모자회사 간 백금 매매를 결정한 것은 효성화학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사의 전폭적인 지원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업계에서는 해석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효성화학의 용연공장 등에서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을 7만7157트로이온스(toz) 이내 범위에서 매입키로 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효성은 효성화학 지분 약 3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아울러 효성은 매입하는 백금을 효성화학에 리스 형태로 빌려주기로 했다. 1년 간 최대 200억원어치 백금을 임대한다.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고가의 귀금속 자산을 유동화해 현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생산 공정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자산이 장기간 묶여있는 구조에서 탈피해 효율성을 높이고, 운전자본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백금 촉매는 폴리프로필렌 및 탈수소화 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재생, 회수해서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자산이다. 효성화학처럼 대규모 촉매를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기업은 운전자본이 과다하게 묶일 수 있고, 최근 화학 업황 둔화와 자산 회전율 저하가 맞물리며 재무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효성화학 입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백금을 처분함으로써 재고자산을 줄이고 그 대신 수천억원의 현금을 일시에 확보하게 됐다. 이는 별도 재무제표에서 총자산의 감소 효과를 내며, 단기적으로 총자산이익률(ROA) 등 자산 수익성 지표를 개선시킬 가능성이 크다.

ROA는 당기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효성화학의 경우 지난해까지 연간 3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총자산은 약 2조7000억원에 달한다. 매년 ROA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효성화학이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백금을 임차하면, 재고자산이 줄어드는 대신 사용권자산은 늘어난다. 다만 줄어드는 재고자산은 2000억원인 데 비해 당장 늘어나는 사용권자산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연간 촉매 사용분이 200억원어치 이하이기 때문이다.

효성 입장에서는 귀금속을 취득해 자산으로 계상하고 효성화학에 임대해 임대수익을 얻는 구조다. 백금 같은 귀금속을 개별 회사가 따로 보유하고 관리하는 게 아니라, 모회사가 한 데 모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꾼 셈이다. 비싼 자산을 여기저기 흩어두지 않고 본사 금고에 모아놓고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구조로 효율화한 것이다.

효성은 연결 기준에서는 수익과 비용이 상계돼 실질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대신 귀금속 가격 변동이라는 본질적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백금은 글로벌 경기, 자동차 촉매 수요, 채굴국의 정치 리스크 등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이다. 효성은 인수 시점 대비 가격이 하락할 경우 평가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 양수가액은 기대 매입수량 이내에서 최근 한 달 내 뉴욕상업거래소 백금선물 최고가(트로이온스 당 1770달러)를 적용해 산정됐다. “향후 매매계약 시 단가 및 환율 변동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으나, 향후 내부거래 가격 적정성에 대한 시비가 있을 순 있다.

백금 가격은 대폭 오른 상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백금 선물 2026년 1월물 가격은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 안팎에 머물렀으나, 9월 이후 가파른 랠리를 보이며 1600달러선을 돌파했다. 특히 10월 중순에는 연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6개월 기준으로는 60% 넘게 뛰어올랐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회사 부당지원이나 사익편취 이슈로 비화하지 않으려면 실제 리스 조건과 결제 구조가 시장가격에 근접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성은 효성화학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백금 매입과 더불어 효성화학에 전환사채(CB)로 1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효성화학이 ‘뉴스타HS제일차’로부터 2000억원을 빌리는 데 있어 신용보강을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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