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이야기] “미꾸리를 아시나요”…제대로 먹는 추어탕의 정석

관리자 2025. 11.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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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은 미꾸리를 푹 곤 국에 여러가지 채소를 넣고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끓인 탕이다.

사실 추어탕의 주재료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종이 다르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미나리꽝이나 하천 진흙탕에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바글거렸고 갓 수확한 대두(콩)로 빚은 두부도 제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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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이야기] 추어탕
몸 납작 ‘미꾸라지’ 동글 ‘미꾸리’
푹 고아 ‘채소·장’ 넣고 끓인 탕
두부에 미꾸리 박힌 추두부탕
성균관 인근 장사꾼 즐겨 먹어
수입 늘며 국산은 양식도 사치
추어탕은 겨울잠을 준비하는 미꾸리를 잡아다 끓여 먹던 가을철 별미다. 게티이미지뱅크

추어탕은 미꾸리를 푹 곤 국에 여러가지 채소를 넣고 된장이나 고추장으로 간을 해서 끓인 탕이다. 사실 추어탕의 주재료인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종이 다르다. 미꾸라지는 수염이 눈 지름보다 3∼4배 길다. 이와 달리 미꾸리는 수염이 짧다. 미꾸라지는 몸이 납작해서 ‘납작이’ 혹은 ‘넙죽이’라고 불린다. 미꾸리는 몸이 둥글고 통통해서 ‘동글이’ 혹은 ‘둥글이’로 불린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같이 서식하지만 선조들은 맛이 좋은 미꾸리를 더 선호했다.

조선 후기 ‘만물박사’인 실학자 이규경(1788∼1856)은 19세기 초중반 서울에서 유행했던 추어탕의 하나인 ‘추두부탕’ 요리법을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하천 진흙탕 속에 있는 미꾸리를 구해서 몽땅 항아리 속 물에 던져넣는다. 5∼6일이 지난 후 매일 세번씩 물을 갈아준다. 진흙이 거의 보이지 않으면, 별도로 두부를 큰 덩어리로 마련한다. 솥에 물을 붓고 두부를 가지런히 물속에 넣는다. 그런 다음 미꾸리 50∼60마리를 솥에 푼다. 아궁이에 불을 붙이면 물이 곧 서서히 뜨거워진다. 미꾸리가 무리를 지어 두부 속을 뚫고 들어가서 뜨거운 열기를 피하려 한다. 땔감을 끊임없이 지피면 곧장 물이 끓어서 미꾸리가 익는다. 두부를 꺼내서 자르면 미꾸리가 두부 속에 박혀 있다. 참기름에 지지면 두부 조각에서 물이 나온다. 메밀가루와 달걀을 반죽하여 지지고 여러가지 재료를 넣어 탕을 만든다.”

요사이 사람이 이렇게 만든 추두부탕 한그릇을 보면 기겁을 하면서 먹을 엄두를 내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규경은 이 추두부탕을 “맛이 매우 좋고 기름지다”고 평가했다. 당시 서울의 성균관 근처에 살면서 소 도살과 쇠고기 장사를 하던 사람들은 가을만 되면 이 추두부탕을 끓여 즐겨 먹었다.

1943년에 출판된 ‘증보조선무쌍요리제법’에는 또 다른 추어탕 요리법이 나온다.

“미꾸리에 소금을 조금 치면 대단히 요동을 친다. 2분 동안만 두었다가 맹물을 두어번 부어서 해감을 다 토하도록 한다. 맹물에 업진(소의 가슴에 붙은 고기)이나 사태(소의 오금에 붙은 고기)를 푹 끓인 후 고기를 꺼내고 식힌 다음 밀가루를 걸쭉하게 푼다. 두부를 갸름하고 납작하게 썰고 생강을 껍질 벗겨 대강 다지고 고추씨를 빼서 다지고 파도 다지고 고비나 표고나 송이버섯을 굵게 찢고 곱창이나 양도 삶아서 모두 넣어 휘저어가며 눋지 않게 끓인다. 여기에 미꾸리를 급히 쏟아넣고 뚜껑을 얼른 닫았다가 다시 연다. 부드럽게 저어가며 미꾸리가 다 익으면 달걀을 몇개든지 개어 푼다. 떠내어 먹을 때 후춧가루와 계핏가루를 치고 국수를 말아 먹으면 좋으니라.”

추어의 ‘鰍(미꾸라지 추)’는 ‘魚(생선 어)’와 ‘秋(가을 추)’를 붙인 글자다.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을이면 미나리꽝이나 하천 진흙탕에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바글거렸고 갓 수확한 대두(콩)로 빚은 두부도 제맛이었다. 이후 일본에서 개발된 미꾸리 양식법이 우리 농가에 도입됐다. 이때 양식업자들은 키우는 데 2년이나 걸리는 미꾸리 대신 1년이면 다 자라는 미꾸라지를 선택했다. 최근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미꾸리 복원에 애를 쓰지만 환경 변화로 서식지가 늘지 않는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 수입 미꾸라지가 싼값에 들어오면서 국내산 미꾸라지조차 사치가 됐다. 혹시 사시사철 추어탕을 먹으려는 우리의 식탐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닐까?

주영하 음식 인문학자·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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