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이 주취자에게 욕먹고 맞아도··· 공무집행방해 실형 17%

권정현 2025. 11. 4.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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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신고 경위를 묻자 그는 "내 마음대로 안 해줄 거면 꺼져, 이 XXX아"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힌 인원이 2년 새 2만 명 가까이 되는 걸로 집계됐다.

3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성별미상·법인체·수사중지 제외)은 2023년 9,033명, 지난해 9,481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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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무집행방해 검거 인원 2년 새 2만 명
77.8%가 주취자…'심신미약' 등 감경 다수
"국민적 요구 크지 않아" 처벌 수위 제자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월 경남 진주시 한 식당 앞에서 술에 취한 A씨는 "식당 주인과 손님이 나에게 욕을 한다"며 112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신고 경위를 묻자 그는 "내 마음대로 안 해줄 거면 꺼져, 이 XXX아"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급기야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를 경찰관에게 던져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하지만 A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아 실형을 면했다.

경찰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힌 인원이 2년 새 2만 명 가까이 되는 걸로 집계됐다. 이 중 80% 가까이가 주취자다. 경찰관을 상대로 한 폭언·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데다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돼 감형받는 사례가 잇따른 탓에 관련 범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거된 인원(성별미상·법인체·수사중지 제외)은 2023년 9,033명, 지난해 9,481명이다. 이 가운데 주취자는 각각 6,705명(74.2%), 7,372명(77.8%)에 달했다. 공무집행방해의 경우 기존에는 경찰·소방·일반 등 피해 공무원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집계했는데, 경찰 대상 범행이 증가하자 경찰청은 2023년부터 별도로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

공무집행방해 피의자, 주취자 비율. 그래픽=김대훈 기자

공무집행방해로 인해 다친 경찰관도 2023년 991명, 지난해 987명이나 됐다.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든 특수공무집행방해 검거 건수 역시 2023년 526건, 지난해 557건으로 적지 않았다. 장소별로는 △도로(3,370건) △거주지(1,185건) △음식점·주점(1,054건) 순으로 많았는데,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에서도 628건이 발생했다.

일선 경찰들은 주취자에 폭행을 당해도 신속한 제압이나 강제력 행사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추후 이어질 민원 부담 등을 우려해서다. 서울 시내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경감은 "폭언이나 약한 폭행은 그냥 다들 참고 넘어가려고 한다"며 "주취자를 제압하려다 더 난폭해지고, 경찰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대한 달래고 모셔야 하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경찰, 양형기준 상향 요청... 양형위 "필요성 적어"

게티이미지뱅크

공권력을 겨냥한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 검거 인원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주취자들은 심신미약·심신상실로 감경받는 일이 많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민생침해범죄 동향과 정책대안 구축 보고서'에도 2019~23년 공무집행방해 혐의 판결 100건 가운데 75건이 집행유예라는 분석이 담겼다. 실형 선고로 법정구속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경찰청은 올해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공무집행방해죄 양형기준을 기존 징역 1~8개월에서 징역 3~10개월로 상향해 달라고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음주로 인한 폭력 가능성을 예견하거나 예상할 수 있었던 경우 감경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다른 범죄에 비해 국민적 요구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의원은 "2022년 공무집행방해죄의 '처벌 불원' 조항이 양형기준에서 삭제됐는데도 검거 인원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라며 "양형기준 강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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