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26만장 오는데, 쓸 인재는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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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부서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최대한 빨리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이 기업은 처음엔 해외에 있는 한국계 AI 경력자 등을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이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실제 국내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이끌 인재 부족이 계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인력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액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R&D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과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인재 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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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연봉 美 등의 25% 수준 그쳐
IT 직무 45% “3년내 해외이직 고려”
AI칩 돌릴 전력 인프라 구축도 숙제
국내 한 대기업의 인사 담당 부서는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관련 인재를 최대한 빨리 스카우트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이 기업은 처음엔 해외에 있는 한국계 AI 경력자 등을 접촉하려 시도했지만 이내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기업 관계자는 “연봉 제안을 높일 대로 높여봤지만 워낙 간극이 커서 해외 인력의 영입이 어렵다는 판단이 섰다”며 “국내 대학 전공자들을 중심으로 신입을 뽑아 처음부터 직무 교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확보한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이 우리나라 제조업의 AI 대전환의 교두보가 될 것이란 기대가 뜨겁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GPU 선물을 ‘게임 체인저’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GPU를 활용할 인재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반도체 칩을 구동할 전력 인프라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3일 국내 석박사급 이공계 근무 인력 2700명을 설문조사해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42.9%가 3년 이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AI와 연관성이 깊은 정보기술(IT)·소프트웨어·통신 관련 이공계로 한정하면 44.9%로 더 비율이 높았다.
해외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연봉과 연구 환경 차이가 컸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최종 학위를 따고 10년 후 국내 이공계 인력이 받는 평균 연봉(약 8500만 원)은 미국 등 해외 인력(약 3억4200만 원)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엔비디아는 최신형 GPU 26만 장을 삼성과 SK, 현대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AI 인력의 수급이 사실상 막혀 있고 오히려 기존 인재의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보니 향후 AI 산업 발전에 큰 제약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 인프라 확충도 숙제다. 26만 장을 가동하려면 방대한 양의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원전 건설 등 국가 차원의 전력 수급 방안을 다시 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오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서울대 공대에 매년 850∼900명이 입학하는데 1학년 때 결국 의대 등에 가기 위해 100명 이상이 자퇴한다”며 “AI 등 인재 육성을 위해선 보상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AI인재 유출 남아공-멕시코보다 심각… 美-中은 블랙홀처럼 흡수
[엔비디아칩 오는데, AI 인프라는 부실] 〈상〉 한국 떠나는 이공계 인력
AI인재 몸값 뛰며 글로벌 유치전… 韓 인구비례 순유출 멕시코의 3배
“엔비디아 GPU 26만장 들어오면, 국내 관련 전문가 최대 수십배 필요
처우-인식 개선으로 인재풀 늘려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한국은 AI 산업 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실탄’을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실제 국내 제조업의 ‘AI 대전환’을 이끌 인재 부족이 계속되면서 한국 기업들은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인력의 유출을 막아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미국과 중국이 자본력을 앞세워 전 세계 AI 인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도 IT 인재에 대한 처우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기존 AI 인재가 유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길러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카고대 폴슨연구소 산하 싱크탱크인 매크로폴로의 ‘글로벌 AI 인재 추적’ 연구를 보면, 전 세계 상위 20% 수준의 AI 연구자(학사 학위 기준) 중 중국 소재 대학 출신이 47%에 달한 반면 한국 대학 출신은 2%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발간한 자료에서도 AI 분야 논문 피인용 수 상위 25%의 핵심 인재들이 한국의 경우 대학 학부 졸업 후 32.9%가 미국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비율은 61.4%로, 미국(93.7%)과 유럽(81.4%)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민간에서는 자체적으로 AI 인재 육성에 나서기도 한다. LG는 그룹의 AI 인재를 키우기 위해 올 8월 국내 기업 최초로 교육부 공식 인가를 받은 LG AI 대학원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국내 과학자들의 처우 개선 및 일자리 확보 등의 계획을 담은 종합 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대책에는 중국의 원사 제도를 벤치마킹한 ‘석학 지원 제도’, 청년 연구자에 대한 안정적 연구비 지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임문영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고액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R&D 예산의 효율적인 운용과 과학기술 인재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인재 풀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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