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PU 26만장 전기 어디서, 국가 AI 에너지 계획 수립을

조선일보 2025. 11. 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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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한 마을에서 본 고리 원전 (오른쪽부터)1,2,3,4호기의 모습./김동환 기자

경주 APEC에 참석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목표하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다. 현재 보유한 GPU가 4만5000개에 불과한 한국이 2030년이면 30만개를 넘어,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된다. 삼성·SK·현대차·네이버 등이 AI로 다시 한번 도약할 기반도 열린다.

이 거대한 ‘선물’에는 조건이 달려 있다. GPU를 돌릴 전기다. GPU 26만장 가동에는 냉각 전력까지 감안해 원전 1기 용량인 1GW(기가와트)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안 그래도 여름, 겨울만 되면 전력 예비율 걱정을 하는 나라에 ‘전기 먹는 하마’인 AI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섰다. 미국은 이미 200만개가 넘는 GPU를 AI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도 이 흐름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1인 1GPU’ 시대가 온다”고 전망한다. 천문학적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건가.

이런데도 정부는 ‘감(減)원전’을 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이 안전을 보증한 고리 2호기의 운전 연장 허가도 미루기만 한다. AI 3대 강국이 되겠다며, 그 AI를 돌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전력을 줄일 생각만 한다.

2021년 국회가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면서 기존 ‘녹색성장법’에 있던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조항을 통째로 누락시키는 ‘입법 실수’를 저질렀다. 이 계획은 5년 단위로 향후 20년간 국가의 에너지 정책의 기본을 담는 ‘에너지 헌법’이다. 그런데 이 계획은 아직까지 실종 상태로 있다. 사실상 여야 간 이견이 없는데도 개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에너지 헌법’의 근거도 없이 전력 관련 중대사를 처리하는 비정상이 반복 중이다. 이러고서 어떻게 AI 시대를 감당하나.

AI는 이념이 아니라 전기다. 즉시 고리 2호기 등 문제없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태양광·풍력 등도 필요하지만 날씨 등에 따라 전력 생산이 들쑥날쑥해 사용처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요한 AI엔 맞지 않는다. ‘에너지법 개정안’부터 처리해 AI 시대 국가 에너지 기본 틀부터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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